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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7차협상 첫날…윤곽 드러내는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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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7차협상 첫날…윤곽 드러내는 '빅딜' 美 다자간 세이프가드 양보→韓 자동차 세제 개편 또는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 첫날인 11일(현지시간) 반덤핑-자동차·의약품 간 '빅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 측의 최대 승부처인 무역구제 분과에서 우리 측 최종 6개 요구사항 가운데 '다자간 세이프가드 상호 배제'에 대한 양보안을 준비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 측이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고 이 세제를 아예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커틀러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철폐하라"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각 12일 새벽 3시) 한미 양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에서는 세이프가드(safeguard, 일시적 수입제한조치) 규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면서 미국 측이 한국 측 요구사항들 가운데 하나인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호간 적용 배제'에 대한 양보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낌새를 내비쳤다.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호간 적용 배제'란 미국[한국]이 한국[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 동시에 수입제한조치를 내릴 때 일정 요건 하에서 한국[미국]을 제외해 주는 것을 뜻하며, 이는 미 무역구제법의 제·개정을 필요로 한다.

커틀러 대표의 이날 발언대로라면 12일 개시되는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에서는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대방 국가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요건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협상장 안팎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미국 측은 이번 7차 협상에서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호간 적용 배제 외에 △양국 간 무역구제 협력위원회 설치 등 한국 측 2가지 요구사항들에 대해 나름의 양보를 하는 것으로 빅딜의 첫 걸음을 내디딜 것으로 보인다.

커틀러 대표는 "(한국 측이 요구한)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호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 중지(Suspension agreement) △조사 개시 전 사전통보 및 사전협의△조사당국의 추정자료 사용 제한 등에 대해서는 미 무역구제법의 제·개정을 요구하지 않는 수준으로 양측이 협정문 문안을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국 측이 최종 6가지 요구사항들 중 가장 중요시 했던 △비합산(Non-cumulation, 산업피해의 비(非)누적 평가)은 미국 측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고, 한국 측도 사실상 이에 대한 기대를 접은 분위기다. 커틀러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비합산 등 한국 측의 (수정·완화된) 제안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미국 측은 한국 측이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빅딜'의 정지작업으로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커틀러 대표는 "한국 언론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며 (한국 측 양보안은) 한국은 자동차 세제와 관련해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potential flexibility)'이 있다는 정도"라며 "우리 측은 지난 1차 워싱턴협상 때부터 줄기차게 미국산 차의 한국 진출을 가로막는, 이 차별적인 배기량 기준 세제를 '제거하라(eliminate)'고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 무역구제 관련 최종 요구사항 6개는 뭐였나?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 시 상호간 적용 배제=여러 나라에 동시에 수입제한조치를 내릴 때 일정 요건 하에서 협정 상대국을 제외해 주는 것 (미국 법령 제·개정 필요) → 미국 측이 양보안 제시할 것으로 예상됨

△양국 간 무역구제 협력위원회 설치=양국 무역구제 제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반덤핑 관련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상설위원회의 설치 (미국 법령 제·개정 불필요) → 미국 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해 줄 것으로 예상됨

△비합산(Non-cumulation, 산업피해의 비(非)누적) 평가)=덤핑에 의한 산업피해 평가 시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 등 다른 국가들로부터 수입된 동일물품도 조사대상으로 해 그 수입으로부터의 피해를 누적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개별 수입국별로 산업피해액을 조사하는 것 (미국 법령 제·개정 필요) → 미국 측이 '양보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됨

△상호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 중지(Suspension agreement)=반덤핑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가격인상 및 물량조절을 약속하면 반덤핑 조사 및 반덤핑관세 부과 조치를 미루는 것 (한미 양국 간 합의되는 내용에 따라 미국 법령 제·개정 일부 필요) → 한미 양측이 미국법 제·개정 필요 없도록 관련 문안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됨

△조사 개시 전 사전통보 및 사전협의=조사당국 간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기 전에 사전 문제해결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반덤핑 조사의 남발을 막는 것 (한미 양국 간 합의되는 내용에 따라 미국 법령 제·개정 일부 필요) → 한미 양측이 미국법 제·개정 필요 없도록 관련 문안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됨

△조사당국의 추정자료 사용 제한=반덤핑 판정 시 '이용 가능한 자료(fact available)'로만 판정하도록 해, 피소국의 제출 자료가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피소국에 불리한 추정자료까지 사용하는 관행의 금지 (한미 양국 간 합의될 내용에 따라 미국 법령 제·개정 일부 필요) → 한미 양측이 미국법 제·개정 필요 없도록 관련 문안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됨




웬디 커틀러 "ISD에 대한 한국 우려, 당혹스럽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투자 분과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ISD가 한국에 매우 민감한 쟁점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FTA나 양자 간 투자협정(BIT)에서는 이미 들어가 있는 ISD에 대해 이렇게 민감하게 구는 것은 당혹스럽다(perplexed)"고 말했다.

커틀러 대표는 '한국 측에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을 깨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FTA를 통해 한국 농업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우리 측의 높은 우선순위"라면서 "우리는 쌀 시장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라고 분명히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커틀러 대표에 따르면 섬유 분과의 경우 이번 7차 협상도 지난 5~6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고위급 협상으로 격상돼 진행될 예정이며, 미국 측은 이 분과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예정이다. 그에 반해 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영향으로 미국 측이 새로운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노동 분과에서 미국 측은 이번에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편 웬디 커틀러 대표는 "한미 FTA와 쇠고기 시장 개방은 별개"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며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도 쇠고기 문제는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 열린 양국 간 쇠고기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양측은 계속해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한미 FTA 7차 협상이 열리는 '워싱턴 코트 호텔'에서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악수를 하는 것으로 협상 개시 선언을 대신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 양국의 협상단은 예정대로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각 같은 날 밤 11시) 양측 수석대표와 분과장들이 모여 전체회의를 하는 것으로 7차 협상을 개시했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1~6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발언 없이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협상 개시 선언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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