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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단 "반덤핑,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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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단 "반덤핑,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 [한미FTA 뜯어보기 236] 첫걸음부터 꼬인 빅딜…한국 대폭 양보 불가피
한미 FTA 협상 둘째날인 12일(현지시간) 분과별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는 가운데,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빅딜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윤곽이 그리 밝지는 않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전날인 11일 수석대표 2명과 분과장 2~4명으로 이뤄진 이른바 '2+2' 협상을 열어 우리 측의 무역구제 관련 '5(반덤핑)+1(다자 세이프가드)' 요구사항과 미국 측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관련 요구사항의 빅딜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론 논의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무역구제 분과장인 백두옥 산업자원부 조사총괄팀장은 이날 2+2 협상에 참석한 후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며 '비합산(non-cumulation, 국가별 산업피해 합산 금지)'을 최우선시한 우리 측 '빅딜' 전략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우리 측은 지난 5차 협상에서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을 15개에서 6개로 줄인 후, 그 가운데 미국이 '비합산' 요구만 들어줘도 미국의 반덤핑 조치가 5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리 측이 이처럼 비합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1985년 발효된 미-이스라엘 FTA 등 2개의 FTA에서 미국 측이 비합산을 인정해 준 선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2 회의에서 미국 측이 198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합산'을 합법이라고 규정한 후 미국은 그 어떤 FTA에서도 비합산을 인정해 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합산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비합산 관련 요구를 철회하거나 요구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도 12일 "수출금액과 시장점유율 등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 비합산을 요구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 측과 계속해서 절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두옥 분과장은 12일 저녁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리셉션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합산 조치의 수준을 낮춰 요구하지 않고, 전처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자동차 등에서 양보를 얻으면 (비합산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럴지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 13일(현지시간) 저녁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협상단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 김종훈 우리 측 협상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날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2+2 회의에서) 자동차 세제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절충안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해 미국 측에서 뭔가를 제안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수석대표급 접촉이 '빅딜'의 본무대가 되면서, 이번에 오랜만에 협상이 열린 무역구제 분과나 자동차 작업반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이날 협상이 개시된 무역구제 분과에서는 양측이 양자 세이프가드에 대한 논의만 했고,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자동차 작업반에서도 자동차 기술표준을 미국형으로 할 것이냐 EU(유럽연합)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다.

미 "산은 줄께…신용평가업 개방과 금융정보 해외위탁 다오"

협상 둘째날인 이날에는 상품무역 분과, 농업 분과, 원산지·통관 분과, 무역구제 분과, 자동차 작업반 등 총 5개 분과 및 작업반의 협상이 개시됐다. 또 섬유 분과에서 공식 협상이 개최되지는 않았지만 차관보급의 비공식 회담이 있었다. 전날 시작된 투자 분과, 서비스 분과, 금융서비스 분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지적재산권 분과, 노동 분과,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도 계속됐다.

이날 협상이 개시된 상품무역 분과의 협상 진척 상황에 대해 분과장인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200여 개 품목에 대한 양허 수준이 개선됐고, 이 중 (관세) 즉시 철폐로 간 것이 70개 정도"라고 밝혔다.

역시 이날 시작된 농업 분과의 협상에서는 관세철폐 이행기간에 대한 합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민감 품목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농업 분과장인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미국 측은 현실적,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고 있다"며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서비스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이 한미 FTA의 적용을 받되, 정책금융 부문을 따로 떼내 유보안에 넣어 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미국 측이 '신용평가서비스의 국경간 거래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와 '금융정보 처리의 해외 위탁을 허용하라'는 요구를 해 왔다.

금융서비스 분과장인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신용평가서비스의 국경간 거래에 대해 "미국이 너무 큰 것을 요구해 왔다"면서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신용평가업 시장을 개방하는 것 자체는 별로 큰 문제가 안 될지 몰라도, 이 요구를 수용하면 신용평가업, 채권평가업, 펀드평가업 등 특정 금융부수서비스의 국경간 거래를 불허하고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신용정보 해외이전을 협정 발효 2년 안에 허용하는 양보안을 제시하면 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통신·전자상거래 분과에서는 전자상거래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을 철폐하라는 미국 측 요구가 아직 거센 상태다. 통신·전자상거래 분과장인 남영숙 외통부 FTA 제2교섭관은 "이번에 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협상이 종료된 노동 분과에서는 미국 측이 미 민주당의 입김을 담은 새로운 제안을 해오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노동 분과장인 박석범 외통부 국제경제국장은 "미국 측이 기존의 FTA 표준안을 뛰어 넘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령, 미국 측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규약을 한미 FTA 틀 내에 넣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사관계로드맵의 내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석범 국장은 "하지만 아직 미 의회 내에도 입장 조율이 끝나지 않았고, 미국 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가 많아 미 의회-행정부 간 협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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