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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쌀 수입쿼터 확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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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쌀 수입쿼터 확대를 원한다" [한미FTA 뜯어보기 358 : 단독] 민동석 차관보는 왜 '쌀 이야기 없다' 거짓말 하나?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에서 한국 쌀 시장의 '실질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어 앞으로 협상의 귀추와 이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미국, 쌀 시장 '공식' 개방 요구 대신 실리 챙기기로

29일 한미 FTA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통상장관급 협상과 병행해서 진행중인 농업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은 '미국산 쌀에 대한 의무수입쿼터를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쌀 시장을 공식 개방하라는 요구 대신 '기존에 WTO(세계무역기구) 쌀협상에서 배정 받은 의무수입쿼터'에다 '한미 FTA용 쿼터'를 얹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동안 한미FTA 협상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국 측이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 WTO에서 얻어낸, 매년 최소 34만 석의 쌀 쿼터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미국 측은 쌀 시장 개방 요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국산 쌀 수출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농업 고위급 협상의 한국 측 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차관보)은 29일 오후에도 이날 오전 협상내용을 설명하는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 쌀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 차관보는 이번 협상 기간 내내 "쌀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 외교통상부 출신인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한미 FTA 최종 협상 기간 중 언론 앞에서 입을 여는 '유일한' 협상가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미국 측이 쌀 개방을 요구하면 즉각 협상을 결렬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가 최근 '쌀이 개방 대상에 포함되면 협상을 접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강도를 다소 낮췄다. 이에 따라 '쌀 개방 요구가 나왔으니 이제 약속대로 협상을 결렬시키라'는 한미 FTA 반대진영의 주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쌀 지켰으니 한미 FTA 체결하자' 시나리오의 일환?

이와 관련해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측 협상단이 이같은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인 뒤 '어쨌든 쌀 시장은 개방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쿼터 관련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 '쌀 개방 제외'라는 면피는 될지 몰라도, 중국, 태국 등 다른 국가들로부터 자국의 쌀 쿼터도 늘려달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나리오는 한미 양측 협상단이 쌀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한국 측이 다른 무엇인가를 내놓고 미국 측이 쌀 요구를 접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다. 이 경우 한미 FTA 협상을 '쌀 지키기 협상'으로 호도하려는 정부 측 구상은 외면상 성공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측이 이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협상장 밖으로 흘러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한미 양국 협상단이 쌀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한국 측이 쌀을 지켜내는 것으로 협상의 대단원을 장식'하려는 정부 측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물밑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쌀은 지킬 것"이라는 정부 쪽 발언의 횟수는 협상 막바지에 폭증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는 이날 오전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쌀이 개방 대상에 포함된다면 이번 협상은 폐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총리 지명자의 이같은 발언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이날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쌀만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쌀 문제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FTA 협상에서 현재의 레드라인(금지선)은 농업 부문 중 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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