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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낙관론…'뭐가 뭔지 몰라서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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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낙관론…'뭐가 뭔지 몰라서 안심'? ['현재진행형' 서브프라임 쇼크②] 지금 미국경제는...
☞ 연재 ①편: "증시 진정 국면?…다음 쇼크가 대기 중!"

'시장심리학의 개척자' 로버트 실러 MIT 교수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집값은 19세기 말부터 100년 동안 10~20% 내외의 등락을 거듭하며 줄곧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돼 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부터. 미국 정부가 '이지머니 정책(easy-money policy, 누구나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미국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집값은 93% 정도 올랐다. 실러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주택 버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여름부터 집값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당국과 주택업계는 "집값이 바닥을 쳤으며 곧 반등할 것"이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이들의 '희망사항'과는 다르게 지난 1년 동안 집값 하락 행진은 계속됐다.

왜 '집값 더 떨어진다'고 하나?

앞으로도 집값 하락 추세는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주택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규로 집을 짓고 있는 건설업자들이 많다. 아이스크림 공급이 과잉이라면 당장 생산을 줄일 수 있겠지만, 짓던 집을 갑자기 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국 전역 어디에서나 쉽게 건설 현장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심화되면서, 은행이 이들의 담보물인 주택을 수거해 부동산시장으로 방출하고 있다. 내년에 8000억~1조 달러 규모의 변동부 주택담보대출(ARM, 변동이자율이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로 대부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여기 속한다)에 대한 만기가 도래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의 집이 더욱 많이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표현한 이미지. ⓒStride

게다가 자산은 거의 없지만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무리해서 집을 샀던 사람들도 계속해서 대출이자가 상승하고 집값이 하락하자, '손실이라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집을 내다 파는 데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주택 공급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반해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절대 수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기타 모기지에서 발생한 신용 경색 때문에 투자 목적, 소비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 혹은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집값은 과연 얼마나 떨어질까? 예상치는 다양하지만, 지금보다 15%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15% 하락 전망치를 내놓았고, '채권왕' 빌 그로스와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각각 10~15%와 15~20%의 하락을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50% 하락도 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집값이 떨어지면 그 직접적인 결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더욱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발(發) 쇼크가 앞으로도 계속 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해왔던 집', 이제는 '지급 불능' 상태

사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 내외다. 이것도 1950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긴 하지만, 그래도 당장 미국경제를 망하게 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GDP의 72%나 되는 소비에 집값 하락이 미칠 영향이다.

그 동안 미국인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계속해서 빚을 내고 그 돈으로 소비를 해 왔다. 집값이 오를 것이니까 그 오를 집값을 미리 끌어다 쓴다는 것으로, 이를 '자산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루비니 교수는 이런 현상을 빗대 "미국인은 주택을 ATM(현금인출기)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부시 정부 아래서는 무분별한 대출과 이로 인한 과소비가 심화됐다. 특히, 2005~2006년 사이 변동부 주택담보대출(ARM)을 받은 사람 중 50% 이상인 200만 명이 신용 심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현재 미국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50년래 최고치인 19%에 달한다. 아무튼, 바로 이들 '잠재적인 파산자'들이 '소비자'로 대접 받으며 지난 몇 년 간 미국경제의 호황을 이끌어 왔던 것이다.

올해 3월 첫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발발하자, 사태는 정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먼저 대출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때 7000억 달러 규모였던 MEW(mortgage equity withdrawl, 보유주택을 담보로 창출하는 현금)은 이제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빚 중 50%는 소비에 쓰인다'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보수적인 계산법에 따른다 해도, 소비가 35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2500억 달러만큼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 년 간 4%대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했던 소비증가율은 올해 들어 1%대로 뚝 떨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가계의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블랙먼데이 20주년'이었던 지난 19일 유가는 사상 최초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후 잠시 내려앉았다가 26일 현재 또다시 9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고유가 역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터키의 이라크 북부 진격 등 수급을 위협하는 정치적 요인들이 많은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로 미국을 탈출한 유동자금이 달러표시 자산인 오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전문가들은 이제 '유가 10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산·투자·고용 감소' 회오리 바람은 불어오고

이처럼 집값이 떨어지고 소비가 줄어든다 해도, 고용이 꾸준히 늘고 소득이 발생하면 미국경제는 그럭저럭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엔 그랬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쇼크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고용 증가율을 보여 왔고, 이것이 미국경제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올해 8월 '마침내' 고용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앞으로도 고용증가 전망은 비관적이다. 고용증가율이 경기순환상 후행지표(lagging indicator)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용시장에서는 이미 예전에 문제가 발발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업 역시 증가 추세인데, 특히 주택시장과 모기지시장에서 그렇다.

고용 부진은 기업의 실적 부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의 직공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가장 먼저 실적 부진과 고용 감소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의 4대 은행인 와코비은행은 지난 19일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제3의 서브프라임 쇼크를 촉발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인 씨티뱅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 분기 수십 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으며, BOA는 내친 김에 3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에는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회사들이 일제히 메릴린치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

금융업뿐 아니라 제조업으로도 이런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부진해, 자동차 산업과 밀접히 연관된 미시건 주 등은 서브프라임 부실 정도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시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IBM도 투자은행들이 정보기술(IT) 투자를 줄이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 최대의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의 실적 부진은 제3의 서브프라임 쇼크의 원인이 됐다.

앞으로도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회사채 신용등급간 금리격차)가 확대되면서 과거와는 달리 사정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자본 조달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게다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uncertainty)이 커진 마당에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할 기업은 별로 없다. 소비 부진과 재고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는 이상 더욱 그렇다.

즉, 미국경제 전반에 생산 감소, 투자 감소, 고용 감소 등과 같은 연쇄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투자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도를 낼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평상시라면 이미 망했어야 할 회사들이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의 화려한 '금융연금술'에 힘입어 목숨을 연명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균 기업 부도율은 3%인데 지난해는 겨우 0.6%였다. 이제 이 '살아있는 시체'들이 퇴장하기 시작하면, 기업 부도율이 5~1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골디락스의 끝,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

이 모든 상황을 거칠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골디락스(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의 끝,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의 시작이다.

그런데도 '미국경제가 침체된다는 전망은 지나치다'라고 이야기하는 낙관적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채권왕' 그로스는 이런 이유를 "주택 가격이 바닥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희망사항", "달러가 급락할 것이라는 위기감" 그리고 "아직 고용 등 지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오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그 누구도 미국 주택시장 침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의 정확한 파급경로와 손실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낙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도로 발달한 금융기법들이 실물경제의 틈새로 파고 들어가 그 누구도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자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손실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구조화투자상품(SIV, 모기지를 비롯한 각종 부채를 담보로 만든 파생상품)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씨티그룹은 작년 결산 보고서에 SIV와 관련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가 정확하다.
'슈퍼펀드' 나서봐야 소용없다?

미국 1~3대 은행인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등은 지난 15일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8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 이른바 '슈퍼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공동 펀드를 통해 신용위기를 심화시킨 SIV의 채권을 대대적으로 매입한다는 것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관치금융'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주도적으로 조성한 이 펀드는, 그러나,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반증일 뿐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슈퍼펀드는 부실 채권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씨티그룹 등이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SIV의 유동성을 채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이세이 회장은 "모기지를 한데 묶어 주인을 바꾼다고 해서 모기지 자체의 생존력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고, 빌 그로스는 "슈퍼펀드는 미숙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미국경제를 수렁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준이 재할인율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금리가 연쇄적으로 내려가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래서 오는 30~31일 열리는 미국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월가는 '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이자율을 낮추면 '싼 돈'을 이용한 주식시장의 투기 행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이자율 하락은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발해, 유가, 곡물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심지어는 금리 인하가 '미국경제가 분명한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를 더욱 움츠려들게 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많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금리정책 대신 주택 구매자들을 구제하는 방식의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해온 부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지나친' 발달 앞에 무력할 밖에…"

현재 미국경제가 처한 상황은 재정적자, 투기만연, 무역전쟁 등 지난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위기' 때와 동일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 때보다 훨씬 더 나쁘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너무' 발달해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조정이나 규제 자체가 어려워졌다. 1998년 당시에는 미국에 20개의 은행만 있었고 금융당국이 이들을 한 테이블로 불러내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제는 수백여 개의 파생상품을 다루는 수백 개의 금융기관들이 있으니, 이들을 한 자리로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기업가 정신으로 돈을 벌었고, 그 리스크에는 가격을 붙일 수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 리스크를 다른 곳에 떠넘기고 거기서 얻는 수수료로 돈을 벌고 있고, 떠넘기기가 여러 차례 거듭되다 보니 어디에 얼마만큼의 가격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그로스는 10월 투자전망보고서 "그들이 뭘 아는가?(What do they know?)"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현대 금융시장은 명민한 시장의 베테랑이나 학자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변용됐으며 (…) CDOs(부채담보부증권), CLOs(대출채권담보부증권),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CPDO(고정비율부채증권), SIVs(구조화투자상품) 등 네 철자로 표시되는 다섯 개의 금융혁신 결과물들이 10~20배의 신용창출을 이끌어 내는 상황에서 연방은행들과 이 시스템을 조율하는 연준이 상대적으로 무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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