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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자원외교 또 들통, 이라크 바스라 유전 개발도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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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자원외교 또 들통, 이라크 바스라 유전 개발도 졸속 '한-이라크 정상회담 성과' 자랑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2009년 한국-이라크 정상회담 당시 유전 개발권 획득 등 대규모 경제협력에 합의했다고 홍보했지만, 미국에는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없었다고 털어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허상'이 또 한 번 드러난 셈이다.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2009년 2월 26일자 전문에 따르면, 당시 한국 외교통상부의 중동과장은 미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이틀 전 청와대가 이라크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없었으며 "설익은(prematurely)" 채로 발표되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2월 24일 방한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서 약 20억 배럴에 이르는 유전 개발권을 얻어내는 등 유전 사업과 기반시설 건설을 연계한 총 35억5000만 달러(약 4조2351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계약은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의해 체결됐으며, 이미 원유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광구에 대한 계약 체결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 '가뭄에 단비'라고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 지난 2009년 2월 방한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

당시 한국은 이라크 내 자치정부인 쿠르드 정부의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해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는 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유전 개발 사업 참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청와대는 한-이라크 정상회담으로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다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고,(☞관련기사: MB표 자원외교 '헛발질', 4400억 날리고 실패) 이라크 중앙정부와 체결한 양해각서마저 설익은 것을 홍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또 한 번 허구임이 나타났다.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은 청와대의 발표와 달리 달리 한-이라크 MOU는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외교부 중동과장은 1시간 남짓에 불과한 정상회담 시간 안에 구체적인 사항을 도출할 수 없었으며 그해 5월 이라크 바드다드에서 열리는 한-이라크 장관급 회담에서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미 대사관에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정상회담 이후에도 쿠르드 유전 개발에 참여한 한국 기업을 유전 개발 입찰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그해 4월 지식경제부 대표단과의 협의에서는 바스라 유전 개발에 대한 확답을 요청했지만 이라크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라크 정부는 올 4월이 되어서야 한국 기업에 유전 개발 입찰 '기회'를 줬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전문에 "(외교부 중동과장이) 이번 (이라크 대통령의) 방한의 긍정정인 측면을 강조했지만, 한국인들은 이미 초안이 작성됐고 청와대가 보도 자료까지 낸 경제협력 MOU를 마무리하지 못한데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은 또 이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한국인들의 여행제한 조치를 풀어달라는 탈라바니 대통령의 요청에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탈라바니 대통령은 합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여행제한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부 중동과장은 이 대통령의 말을 통역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뜻이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확정되지 않은 자원외교의 성과를 국내에서는 적극 홍보하면서 미국에는 실상을 흘린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또 다른 전문에서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009년 12월 스티븐스 대사와의 오찬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 수주가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하기 한 달 전에 이미 확정된 사업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유 전 장관은 원전 사업과 연계해 한국과 UAE가 군사협력에도 합의했으며 이는 기밀 사항이라고 스티븐스 대사에게 전했으며, 퇴역 장교를 UAE에 보내 군사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회 비준을 피해 기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한국의 외교관들은 어느 나라 이익 위해 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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