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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갈등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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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갈등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19호 <4>
지난 몇 년 동안 남한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남남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로 촉발된 남남갈등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도 남남갈등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6명의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남남갈등이라는 말을 일상적인 용어가 된 것은 2000년 일차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8·15행사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의 일원이 평양에서 만경대를 방문하면서 했던 몇몇 행동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이후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남남갈등은 북에 대한 태도 혹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두개의 진영간의 대립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포용정책은 남남갈등의 중요한 축이되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노무현과 보수적인 이회창의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남남갈등은 범진보진영와 범보수진영 간의 문제로 확산되었다. 이념적 차별성뿐만 아니라 세대적 차이가 있었던 두 후보의 특성으로 세대간 갈등도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학생의 문제는 대내적으로는 반미와 친미의 갈등으로 발전하여 민족문제로 남남갈등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라크 파병 문제와 한미FTA(Free Trade Agreemen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특히 남남갈등의 정도도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 2007년 남북대화 반대집회 모습. ⓒ연합뉴스

지금까지 이야기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남남갈등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남갈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고,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의 남남갈등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파생되었고,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몇 년 남한사회가 경험한 남남갈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남남갈등이라는 말을 같이 쓰고 있지만 실제로 내용을 살펴보면 갈등의 축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대북관을 둘러싼 갈등, 노사문제를 둘러싼 갈등, 세대 간 갈등, 대미관에 대한 갈등 등 하나의 축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갈등들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격하게 따져보면 갈등의 상대가 단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기존의 정치적 갈등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감정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잘못된 정치역사의 부작용인 지역감정이 이제는 각종 갈등을 부추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차이가 지역별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도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하고 중첩되어 있는 갈등구조가 서로 결합하면서 갈등의 원인을 찾기가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수립 이후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노무현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노사문제 대한 입장 정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된다. 즉, 개인적으로는 진보성향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으로 노사문제에 대하여 보수적인 입장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갈등이 점차 감정적인 차원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갈등에 진입하게 되면 합리적인 판단이 약화되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지켜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현재의 남남갈등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접점을 찾기는커녕 다른 주장들이 교환되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화보다는 행동으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이고 서로 다른 행동들은 자연스럽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갈등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남한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의 권위주의체제하에서 갈등은 곧 병리적인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어왔기 때문에 그렇지 건강한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충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갈등의 내용과 전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갈등과정의 제도화여부 그리고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의 존재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남남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남남갈등 가운데 북한 및 통일문제와 관련된 주요 이슈들은 다음 표와 같다.



남북문제와 관련된 남남갈등은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까닭에 이에 대응하는 방안도 복합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갈등에 대처하는 사회적 토대의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을 기회로 제도적 수준의 민주주의가 달성되었다고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의 권위주의의 정권의 경험, 반공으로 상징되는 냉전적 문화와 분단체제의 지속은 개인적 수준, 의식의 수준 그리고 문화적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사회의 남남갈등의 근본적 원인도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며, 다른 의견과 공존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남남갈등이 심화되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여론의 수렴이 아니라 국민을 홍보의 대상으로 보는 정치권력의 권위주의적 사고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집중을 부추기는 정치구조와 정치제도도 사회적 갈등 격화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사회적 갈등이 없는 체제는 전체주의 파시스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유일지배체제로 지배되는 북한의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남남갈등이 사회적 문제라고 해서 이를 극복하고 지향하는 바가 무갈등 상태라든가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사회갈등이 건강성을 확보하고 체제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북정책의 국민적 합의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정책을 세우기 위한 기본원칙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다원주의적 원칙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해의 다양성은 당연한 것이고, 권장 받아야한다. 최근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들이 급증하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다문화주의는 문화적인 차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적 차원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이 경우 다원주의와 결합된다. 대북정책이나 통일관 그리고 통일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다원주의적 원칙 그리고 다문화주의 원칙에 충실하다면 '제로섬'에서도 벗어 날 수 있다.

둘째, 탑다운(Top-Down)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부시절 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 정부에서도 정부의 홍보는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탈권위주의를 주장하고, 권력분산을 이야기하였던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홍보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고, 정책수립의 걸림돌로서 보수언론에 대한 불만이 정권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물론 노무현 정부시절의 권·언 갈등은 이념 지향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민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권위주의 정부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에서 가치(이익)갈등·이념갈등·정책갈등을 분리하여야 논의가 진전되어야 한다. 분단체제의 특성과 북한문제의 복잡성에 비롯되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남남갈등은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이념갈등과 가치갈등이 융합된 경우가 많다. 이를 테면 남북한 긴장관계가 고조되면 군사부분의 이익이 확대되고, 보수 신문의 판매부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경우 가치갈등을 마치 이념갈등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동안 진행된 남남갈등의 경우도 기득권 집단과 새로운 권력집단간의 이익갈등이 중요하였지만, 명분상으로는 이념을 덧칠하였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남남갈등의 해소는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탑다운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의 진전과 정보사회의 진입은 다양한 수준에서의 정치사회적 논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의 확대는 정보유통이 급격하게 활성화되는 동시에 다양한 차원에서 정치·사회적 논쟁을 가능하게 하였다. 굳이 서로 다른 입장간의 의사소통의 물리적 장을 만들 필요도 없고, 논쟁의 주제 혹은 기획 등도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남남갈등 극복의 방법은 대단히 광범위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홍보로부터, 소통의 장(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포함)에서 서로 다른 의견들을 부딪쳐보고 서로의 차이를 생각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안 등 방법도 대단히 많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학교교육 과정을 활용하는 것, 교과 외 과정, 각종 시민사회교육 그리고 각종 이벤트의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여섯째, 남북관계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분야가 관련된 문제인 까닭에 정부나 민간 어느 한 쪽이 독점할 수 없다. 즉, 통일문제는 거버넌스적 접근방법이 가장 필요한 분야라는 점이다. 거버넌스적인 접근이 최근의 유행이라도 할 수도 있지만, 사회문화교류와 경제협력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한국정부의 통일방안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정부·시민사회·기업의 결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된다면 소통구조가 제도화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갈등의 약화가 동반될 수 있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2년 7·8월호(제19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6.15 12주년과 남북관계: 시사점과 교훈'입니다.

* 원제 : 6.15이후 남남갈등 전개과정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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