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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나비족의 슬픔, 현실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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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나비족의 슬픔, 현실에도 있다 [아시아생각] 자원개발사업의 인권침해, 한국도 예외 아냐
최근 필자는 전 세계 164개 인권단체를 대표해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연맹(FIDH)이 주최한 '기업과 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페루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중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기업과 인권관련 활동가는 물론 학자, 국제기구 종사자, 변호사 등이 참석해 현재 국제사회에서의 기업과 인권 관련 논의를 점검하고 대응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참가자들이 주목한 것은 대규모 인권침해가 야기될 위험이 높은 채굴산업(Extractive Industry)에서의 인권침해 문제였다.

많은 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자원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가 이미 개별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현안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대규모 자원 개발 사업은 뇌물공여·강제이주·분쟁촉발·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촉발함과 동시에, 자원매장지역인 오지에 거주하는 선주민(Indigenous People)들의 인권침해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의 투쟁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영국의 광산기업 베단타가 인도의 선주민부족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자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분장을 하고 이에 항의하는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의 활동가들. ⓒSurvival International

회의에서 인상적은 부분은 중국의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이었다. 중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벌이고 있는 자원개발사업의 규모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국가들에 지원하는 액수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회의 참가자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사실상 중국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기업들의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인권침해 발생시 현지에서 해당 기업에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제3세계 국가에서 주민들과 거대 다국적기업 간 벌어지는 법률소송전의 결과는 일반적으로 비관적이다)을 제외하고 현재 자원개발사업에 대해 고려되는 대응방안은 크게 2가지다.

우선 해당 기업들이나 사업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국제기준에 가입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통해 기준에 따른 사업실행을 감시하고 촉구하는 것이다. 현재 서방의 많은 자원개발기업들은 자원개발사업 현장에 배치된 보안요원들에 대한 인권 원칙을 정한 '안전과 인권에 관한 임의 원칙'(Voluntary Principles on Security and Human Rights)이나 자원개발사업에 있어서 계약 및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채굴산업 투명성 계획'(Extractive Industries Transparency Initiative)에 가입해 최소한 자신들이 인권침해를 예방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또한 많은 금융기관들도 대규모 자원개발 프로젝트 사업자금을 대출할 때 각종 기준 준수여부를 심사하자는 '적도 원칙'(Equators Principle)에 가입하고 있다. 다른 방안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는 게 있는데, OECD가입국가는 물론 이 가이드라인에 동의하는 국가들이 운영하는 국가별 연락사무소에 인권침해 기업들을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진정하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최소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이나 시민사회가 다국적기업에 맞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자발적 국제기준에 거의 가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지도 않다. 그나마 제한된 공간에서조차도 중국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국기업은 어떨까? OECD 회원국으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연락사무소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인권 및 민주주의 수준을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자원개발 사업에서 중국 기업보다 나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불행히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놀랍게도 그 어떤 한국기업, 정부기관, 금융기관도 앞서 언급한 자발적 기준에 가입해 있지 않으며, 그나마 존재하는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연락사무소는 현병철 위원장이 있는 인권위마저도 그 구조와 운영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정권 들어서 지금은 구속되어 있는 이상득 의원을 필두로 자원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친 탓에 중국 기업만큼은 아니지만 한국기업의 자원개발 사업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포스코의 인도 오디사주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토지수용을 저지하려는 시위대.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포스코는 6년동안 제철소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레시안 자료

특히, 대우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버마(미얀마) 가스개발 사업과 포스코의 인도 오디사주 제철소 사업은 인권침해 위험이 높은 곳으로 당사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NGO들은 이 사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물론 한국 정부는 아직도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자원개발 기업의 수준이 이럴진대, 자원개발 붐을 타고 마구잡이식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른 업체들의 수준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인권침해에 한국기업이 연루되었다는 부끄러운 일들이 앞으로 줄줄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해있는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 해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유엔과 인권, 개발과 인권, 기업과 인권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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