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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의선 연결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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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 경의선 연결까지 갈까 전문가 심층 진단<2>-한미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어쩌면 부시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한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 그는 미국 내에서는 아프간전쟁을 승리로 이끈 성과로 아직 인기가 높지만 한반도에서는 그 역사적 평가가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미국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80년대 초 취임한 레이건 대통령은 전두환 독재정권을 지지한 대통령으로 시작했으나 정권 말기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겪었고 무엇보다도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냉전 종식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부시 대통령이 현재의 '악명'을 떨쳐버리고 향후 어떠한 업적을 남길지 이번 정상회담 결과만을 보아서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그 동안 한반도 남북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악의 축' 발언을 상당히 의식하여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부심한 듯하다. 부시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반미 움직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디까지나 대화와 평화적 방법을 활용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 점에서 김 대통령이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비난하면서도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냉전 종식의 초석을 놓았다고 지적했음을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미 군수산업과 금융자본의 이해 상충**

부시가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 유입된 해외투자의 규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 대목도 주목된다. 이는 한반도 긴장 악화로 득을 볼 군수산업만이 미국의 이해는 아니며 긴장 완화와 직결된 한국에 투자된 금융자본의 이해도 중요함을 인식한 발언일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에서 주식 가격의 등락은 국내 정치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일 뿐 아니라 미국 월가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여전히 자신의 부정적인 북한 인식에는 변함이 없음을 되풀이해서 밝혔다. '악의 축'이란 표현에서 톤은 낮추었지만 독재체체(despotic regime)란 용어를 쓰고 있다. 철저하게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시키는 어법을 쓰고 있기도 하다.

자유란 가치와 북의 주민에 대한 애정, 이산가족 문제 등을 강조함으로써 강경한 대북 인식에 인도주의적 포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도 결코 협상을 통해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 체제 변화를 북미협상의 조건으로 내걸어**

이 발언을 확대 해석하면 북한 체제 변화가 북미 협상 진전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협상을 앞두고 있는 적대 국가의 내정 변화를 강조한다는 것은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미국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과연 북한 주민에게 이로운 것이냐는 의문도 생긴다.

나아가 이러한 도식은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시는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에 대한 지원이란 한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시는 남한의 대북 지원 가운데 인도주의 지원 성격을 갖는 식량ㆍ비료 외에 전력 지원, 사회간접자본 건설 지원 등에는 반대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현재 남북대화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미 관계 외에 남한의 대북지원 능력에 있다. 향후 한국 정부가 한미 협조의 틀 속에서 대북 경제 지원 문제를 얼마나 돌파해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따라서 미국이 다시 한번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확인하며 북한에게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북미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지지를 선언했지만 북측이 호응이 없다는 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진전ㆍ성과 인정 안해**

이 판단에는, 현재 중단 상태이기는 하지만 작년 북측이 남북대화를 재개한 것이나 올해 초 북측이 다시 남북대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사실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진정 남북대화를 바란다면 이러한 조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고무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물론 경의선 연결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방문하여 두 정상이 침목에 서명하는 이벤트를 연출함으로써 남북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는 협력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부시가 여기에 적은 글도 매우 인색한 내용이다. 이 철도를 통해 이산가족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점이다.

하지만 경의선 연결 구간은, 아직 합의의정서 교환 절차를 남겨두고는 있으나, 남북 국방장관 회담과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남북의 공동관리 구역으로 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를 유엔군사령부와 인민군의 회담에서 추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엄연히 남북한, 미국의 정부가 관여한 성과이다. 제한적, 부분적이긴 하지만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중요한 진전이며 남북의 평화를 향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된다. 부시는 그동안 재래식 군사위협을 강조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정부가 강조하던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에 두 정상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재래식 군사력의 후방배치 문제는 주한 미군 재배치 요구로 이어질 것이며 한국 군 재배치 문제와도 무관할 수 없다.

이는 남북, 북미 간의 정치적 신뢰 형성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 문제와 함께 포괄적으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는 복잡한 사안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북미는 거의 10년을 투여하고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재래식 군사위협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간적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문제이다. 이는 한미간에 계속 협의 대상으로 남겨 두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체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미국이 북미관계에서 당장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어쩌면 한국이 F15기 구입을 수락한 데 대한 대가일지 모른다.

현재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 순위는 이라크에 있다. 따라서 북미 관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급격하게 악화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진전도 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끼리 해볼 테면 해봐라"**

이제 공은 남북한으로 넘어 온 셈이다. 이번 방한에서 보인 부시의 태도와 발언은 최소한 남북한이 대화를 할 능력이 있다면 해보라는 뜻일 수 있다. 이 점에서는 미흡하기는 하지만 현재 남북한 관계에 최대 현안인 경의선 연결에 대해서 부시가 일단 협력하는 상징적 제스처를 보인 것이야말로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제 한반도 상황은 우선 북한측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고 북미 협상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의 대북 발언은 그 어조가 이전보다 절제되기는 했지만 남한에서 한 것이란 점에서 북한에게는 훨씬 자극적으로 비칠 수 있다. 북한의 체면은 다시 한번 손상을 입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북한은 제4차 이산가족 상봉 사업에 응할 가능성이 높았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직접 북한 체제 변화와 결부시키는 부시 발언은 북한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경의선 연결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북한 주민의 왕래에만 의미를 한정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경의선을 타고 서울 방문을 할 수 없다는 뜻인가? 따라서 북한이 북미 협상에 나서는 데는 이러한 체면 훼손을 만회할 일정한 여건 조성이 필요할지 모른다.

***북이 남북대화에 성의있게 응하느냐가 관건**

북한에게 본질적인 것은 부시 발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함축하는 상황 변화일 것이다. 일단 북한이 부시 발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북미 관계의 상황 자체가 군사적 긴박성은 완화된 것으로 보고 이를 진전으로 평가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밑 접촉 등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민간 행사나 접촉 등을 통해 대화 여건이 조성되면서 공식 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지루한 만남의 시작이 될 뿐일 것이다.

역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초점은 남북대화 진전 여부에 있다. 북한은 이미 아리랑 축전을 월드컵 행사에 맞추어 협력적으로 개최할 의사를 보였다.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도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 발언에는 호응하지 않고 일본의 역할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는 부시 발언이 월드컵 행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의사 표명일 수 있다.

한반도 정세는 북측이 이 두 행사를 계기로 어느 정도 남북대화에 응할지에 달려 있다. 당장은 이산가족 상봉이 시발점이지만 무엇보다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하이라이트가 되었던 경의선 연결까지 북한이 과감히 나설 수 있는가가 최대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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