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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세계전략, 그 모순과 극복의 지점 (4ㆍ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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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세계전략, 그 모순과 극복의 지점 (4ㆍ끝) '김민웅의 반전평화주장' <20> 평가와 전략
***4. 평가와 전략**

1930년대 파시즘의 태동과 발전과정에 대한 제3 인터내셔날의 평가는, 그것이 몰락해가는 서구 자본주의의 위기국면에 대한 수세적 대응이라는 것으로 압축되었고 따라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노동계급과 이에 연대한 민중적 공세가 적극화되지 않아도 파시즘의 패배는 필연적이라고 보았다. 경제주의적 유물론의 기계적 적용의 결과였다. 그러나 파시즘은 현실에 있어서 위기국면에 대한 공세적 대응이었고 독일 자본주의 내부의 독점 대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대동맹을 통한 주도권 확보의 치밀한 과정이 전개됨으로써 사회주의 세력을 비롯한 진보적 민주진영은 도리어 심각한 패퇴를 겪어야 했다. 이는 정세란 언제나 유동적이며 그 유동성은 투쟁의 결과를 반영한다는 점을 놓친 전략적 사고가 결여된 탓이었다.25)

오늘날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여전히 강대한 지위와 역량을 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고정불변의 현실이 아니며 이것이 유지확대하고 있는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한계에 대한 치열한 반체제 투쟁의 세계적 전개에 따라 그 정세의 변동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태도의 점증과 이로 인해 동맹적 협력을 얻어내기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여실히 입증되는 바이다.

따라서 아메리카 제국주의에 대한 평가는 그것을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국가적 또는 총자본의 역량을 기준으로 놓고 고정불변의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기반을 흔드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반체제 저항 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성장 발전시켜나가는 변증법적 관점을 가질 때에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국 <항구적인 반제국주의 투쟁>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미국 자신에게 있어서는 제국주의의 맥락과 단절하고 공화정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정치과정에서 부시노선의 계속적 선택은 미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켜나가고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적 장치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인식을 확산해나갈 필요를 일깨우고 있다.

우리 국가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반제국주의 투쟁 프로젝트는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위력 행사에 굴종적으로 연대하여 추종하는 세력의 정치력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우선적이고도 기본적으로 요구한다. 바로 이들의 무력화가 아메리카 제국주의가 자신을 실현시키고 관철해나가는 수단과 통로, 근거를 제거해나가는 길이 되며 그것이 곧 세계 제국의 위계질서를 재편성하여 새로운 세계체제를 만들어가는 절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전략의 지점은 (1) 제국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운동 (2) 미국의 전쟁국가 체제에 대한 반전평화 운동,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세계적 민중 연대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과 함께 한반도의 현실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3) 민족적 결속과 단결을 강화, 3자를 총괄적으로 결합시켜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군축을 비롯하여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전쟁주력부대인 주한 미군 철수 문제 제기와 이의 관철을 위한 운동에 대하여 보다 전면적인 공세를 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로써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군사적 수단의 동원 체제를 약화시켜나가는 절실한 대중 투쟁이 요구된다.

특히 한반도의 역사와 장래의 운명과 관련하여 미국 부시정권은 남북간의 자주적 결합을 저지하고 이 지역이 평화적 체제 전환을 근거로 동북아시아 지역연대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는 것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이 역시 냉전 이후의 이행기적 과정에서 요구되는 신질서 구축 역행(逆行)을 위한 간섭, 개입, 통제 장치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정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제기, 부각시킴으로써 한반도를 비롯하여 동북아 지역의 자체적 행동반경의 확대를 막고 있는 것이다.

현 단계로 이러한 미국의 패권적 의지는 민족적 대단결의 고리가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으나, 이를 돌파하기 위한 민족적 결단과 정치적 결행이 있게 되면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공존과 교류, 협력과 통일의 단계적 또는 병행적 과정은 그러한 차원에서 평가하자면 기본적으로 반제국주의 투쟁의 양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또한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평화와 통일의 전 과정이 아메리카 제국의 식민주의 정책에 지배받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반 아메리카 제국주의 투쟁전략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제국주의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초국적 파시즘 체제에 대항하는 우리 내부의 민주주의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며, 이와 연결된 일체의 고리를 해체하는 작업(de-linking)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26) 여기서 민주주의 역량의 강화는 민중들이 권력의 명실상부한 주체로서 정치경제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자기화하는 노력과 그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를 변혁하는 목표까지를 아우르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주체의 대중적 진출은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종속적 수행세력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약화 내지는 퇴장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 자신의 자주적 평화공간을 독자적으로 확보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바로 이렇게 민주주의 역량의 성장과 식민주의적 고리 해체에 전환기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예상했으나 그와는 달리 침략 전쟁 동조 파병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듯이 도리어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의지를 대리 관철하는 식민정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전쟁체제 극복에 중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접근도 민주적 공론의 공간을 소멸시키는 등 반민주적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파시즘적 지배양식의 유형을 보이고 있기조차 하다.

이와 같은 현실은 우리에게, 아메리카 제국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과 저항에 못지않게 미국 부시정권의 이해를 동맹의 책임으로 환원하여 이를 이 나라의 장래에 고된 짐으로 부과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과 그 집권세력 전반에 대한 일대 투쟁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평화정책의 계승과 정치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집권세력이 “전쟁을 지지하는 개혁”이라는 자가당착적 논리와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 아메리카 제국주의와 우리 사회 내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투쟁이 중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실로 우리의 아메리카 제국을 대상으로 한 반제국주의 투쟁은 인간의 생명과 인류적 평화를 수호하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민주화 단계의 고도화와 초국적 독점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패권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민주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새로운 세계의 건설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강조하건데, 부시 정권의 미국은 지금 진정 인류생존에 최대의 위협적 존재이다. 노암 촘스키는 이러한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에 의해 인류의 생명이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지구촌 전체의 대중적 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옳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는 지속적인 전쟁과 빈부격차의 극심한 심화라는 비극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다.27)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단계에 등장하는 파시즘이 가져올 야만의 현실에 대하여 그토록 경고하였건만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독일의 진보적 민주진영 지도부 일부가 저지른 독점 대자본과의 결탁, 그리고 근본적 변혁에 대한 패배주의적 배신으로 혁명에 실패하고 인류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에도 그저 지나칠 일이 결코 아니다.28) 우리는 인간생명의 존엄함과 인류공동체의 진정한 평화, 그리고 생존을 지켜내기 위해 가공할 제국의 야만에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투쟁은 인간과 자연을 살려내기 위한 최고의 생명운동이라는 점에서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이와 관련한 우리의 민족사적 진전은 그러한 의미에서 세계사적 진보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거대한 아메리카 제국주의 앞에서 패배주의를 버리고 지난 세월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자주와 해방을 실현해나갔던 인류사의 맥락에 우리가 굳건히 서면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오게 된다. 승리는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가 옮음을 현실로 입증해줄 것이다.

***각주**

25) 이와 관련하여 니코스 플란차스(Nicos Poulantzas)는 매우 중요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는 파시즘이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제국주의 단계에 속하는 현실이라고 분석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재생산 구조가 파행을 겪는 정치경제적 위기의 국면에서 비상국가(exceptional state)의 출현이 이루어지며 이 국가의 역량에 대한 계급 분석을 통해서 반파시즘, 반제국주의 투쟁의 기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제3 인터내셔날이 파시즘을 변증법적 투쟁의 관점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경제주의적 고정 관념에서 접근, 노동계급의 반체제적 투쟁전략을 역동적으로 세우는데 실패함으로써 파시즘의 승리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Fascism and Dictatorship (London: Verso, 1979)

26) 사미르 아민(Samir Amin)의 연계차단전략(De-linking)은 세계체제로부터 고립되는 폐쇄적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체제의 식민지적 상황에서 자신의 내적 요구를 자주적인 입지를 가지고 실현시키기 위한 <이행전략>이다. 이는 그 내부에 제국주의 체제의 이해를 수행하는 세력의 정치적 척결과 함께 대외정책상 자신의 요구를 좌절시키는 요소에 대한 거부와 선택적 수용의 적극적 의지를 의미한다. 사회적 양극화와, 국제적 위계질서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인 제국주의 종속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적 연계차단의 투쟁을 통해 일극적 체제의 기반을 허물고 각 국가가 자신의 발전논리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다극화된 세계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Delinking (London: Zed Books, 1985)

27) Noam Chomsky, Hegemony or Survival: America's Quest for Global Dominance (New York: Metropolitan Books, 2003)

28) Paul Frolich, Rosa Luxemburg (New York: Monthly Review,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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