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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야만적 인권유린, 우리 정부여당도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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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야만적 인권유린, 우리 정부여당도 말하라 '김민웅의 반전평화주장' <22>
미국 부시 정권이 이라크 침공명분으로 내세워 찾겠다던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는 정작 알고 보니 미국 자신임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침략과 점령을 앞세우는 제국주의 체제가 피정복자에 대한 인권유린을 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출발부터 당연한 오산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인권유린 사태는 식민지 억압체제의 필연적 현실이다.

이 식민지 점령체제가 저항에 직면하면 인권유린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렇게 하는 것이 체제안정의 방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복자는 곧 "역설의 상황"에 빠지게 되어 있다. 인간의 생명을 짓밟는 과정이 폭로되면서 정복의 정당성은 한없이 무너지고 피압박자의 저항의지는 인류적 정당성과 총체적 동력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야만적 인권유린, 식민지 점령체제의 필연적 현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정부인 노무현 정권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책임자들은, 오늘날 전 세계를 날이 갈수록 분노하게 하고 있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고문사태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공할 살상무기의 소모적 추가부품이 될 뿐인 침략파병 정책을 시기, 지역, 신중 운운하면서 그 근본에서부터 여전히 철회하고 있지 않다.

침략이라는 인류적 범죄에 대한 역사의식의 공백상태를 보여 온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동영 열린 우리당 당의장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어쩔 도리 없는 절망적 존재라고 할지라도, 인권과 평화의 문제라면 마땅히 역사의 전면에 당당히 나서야 할 열린 우리당 김근태 원내 대표의 양심적 발언의 부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와 함께 진로를 같이 한다고 여겨지는 이른바 386 개혁세력들이 오늘의 비극적인 이라크 현실을 보고 있으면서도 일체의 대미(對美) 비판이 없는 것은 그들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자기부정에 다름이 아니다.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정치에 나섰는가? 그토록 민생을 앞세운다면, 그 민생에 결정적 재정부담을 주고 있는 종속적 군사주의에 대한 거부가 일차적 과제 아닌가?

***개혁세력의 침묵은 자기 부정이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폭행을 비롯한 여타 가혹행위는 물론이요 CIA에 의한 이라크 포로 2명의 살해사건까지 밝혀진 상황에 대하여, 이토록 아무 말이 없는 정부와 여당은 지금 지상에서 손꼽을 정도이다. 이건 이 나라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반대의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는 명백한 과정이다.

미국 부시 정권은 이번 이라크 포로 가혹행위에 대하여 극소수 병사의 일탈행위와 책임자 통솔력 문제라고 규정, 사건 축소를 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병사들과, 교체된 아브 그라이브(Abu Ghraib) 소장인 카핀스키(Karpinski)는 자신들이 희생양이 될 수 없다면서, 정보기관의 조직적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세이무어 허쉬(Seymour Hersh) 기자에 의해 시사 주간지 <뉴요커(New Yorker)>에 폭로된 안토니오 타구바(Antonio Taguba) 중장의 53쪽짜리 조사보고서 내용으로 이들 병사들과 카핀스키 소장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는가?

워낙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아무래도 그런 정도 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생각되었는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알 후라 TV 방송에 나가 사과 아닌 변명을 했지만, 그 방송이 다름 아닌 CIA의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파간다 방송이라는 점에서도 이미 그 설득력은 본원적으로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방송 인터뷰 과정에서, "반미세력들이 이번 사건을 반미감정을 강화하는데 사용하려 들 것이다"라는 식으로 발언, 이번 사건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반미세력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부시가 인터뷰한 알 후라 TV, CIA 지원의 친미 선전방송**

미 의회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 분노하고 있다. 그 분노가 침략과 점령체제 자체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사전보고를 받지 못했고 점령정책을 매끄럽게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사태는 더 이상 미봉적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확실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 전직대사를 비롯하여 시리아, 이집트 등 중동지역에 근무했거나 이 지역에 관련되었던 미국의 전직 외교관 53명이 연대 서명하여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을 계속 발생시키고 있는 이스라엘 지지 정책에 대하여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 연대서명한 사람들 가운데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여 얼마 전 사퇴한 국무부 고위관리 존 브래디 키슬링(John Brady Kiesling), 부시 정권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왜곡했다면서 사퇴한 고위 정보 분석가 그레그 타일만(Greg Theilman)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러한 대 중동정책으로 인해 무엇보다도,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미국 외교관들의 안전이 당장에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신의 안전을 미국 자신이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이 같은 전직 외교관들의 집단적 반발은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윌리암 파프, '탈출전략' 권고, 우리는 '진입전략' 세우고 있어**

<인터내셔날 헤랄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의 윌리암 파프(William Pfaff)가 "이젠 이라크 민족주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탈출전략(exit strategy)>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권고하고 있으나, 아마도 부시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일 것이다. 오랫동안 국제문제에 대한 총체적 통찰력을 보여 온 세계적 명성을 지닌 한 중견 언론인이 "미국은 더 이상의 주둔을 속히 포기하고 빠져나가라"고 하는 판국에, 이 나라 정부와 여당은 그곳으로 굳이 들어가겠다고 한다. 어리석기 짝이 없다.

파병 문제에 결론적 열쇠를 쥐고 있는 이 나라 정부와 여당은 적어도 이젠 입을 열어야 한다. 여당의 일부 인사가 말하듯 파병과 관련하여 정부와 의회의 결정이 이미 있었는데 이를 무로 돌리고 근본적 재검토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논리는, 올바르지 않은 결정에 대한 철회의지 부재를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한 얄팍한 정치적 수사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결단의 문제>이다.

***김근태, 발언하라!**

특히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 대표는 역사에 자신이 어떤 자리매김이 될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현실에 영합하여 권력을 먼저 떠올린다면 얼마 멀지 않은 훗날, 아무런 할 말이 없게 되고 말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직접 책임져야 하는 여당 운운으로 사태를 호도할 수 없다. 아니 더욱 그러기에, 잘못된 정부의 진로를 수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김근태 그 자신 스스로가 고문(拷問)으로 인한 깊고 깊은 인간적 모욕과 상처를 겪었고 반전평화에 대한 의지를 적지 않은 세월 다져왔던 개인사를 무슨 하찮게 버려도 될 초개(草芥)와 같이 뒤로 하고, 실용주의 운운으로 역사의 대의나 인류적 양심에는 하등 상관치 않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동영 당의장 수준의 정치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자기모독이다.

탄핵정국과 총선의 과정에서 실종되다시피 했던 침략파병 반대의 목소리는 지금이야말로 드높게 일어나야 한다. 아메리카 제국이 저지르고 있는 야만적 인권유린의 현실 앞에서의 침묵은 엄연히 그에 대한 공범행위가 된다. 그리고 그 침묵 위에서 진행되는 침략 파병논리와 그 실제적 추진은 우리를 모두 자주와 평화, 인권과 자유를 원하는 이라크 민중의 가슴에 칼을 꼽는 가해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 여당인 열린우리당, 진정 어떻게든 그렇게 되고 싶은가? 부디, 이 나라를 야수(野獸)의 졸개로 만들지 말라.

***편집자주**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파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며, 최근 이라크 고문상태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새로운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라크 국민들의 적대감과 증오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호간의 적대행위가 제2의 이라크전으로 비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미국의 고문, 학대, 성적모욕 행위 등에 대해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부시대통령이 어덯게 대처할지 주목하고 있다.

파병동의의 전제조건은 평화재건이다. 지금이 평화재건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정부가 면밀히 조사하고 보고하길 촉구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라크 정부와 협의해서 파견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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