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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 "대법원 판결 환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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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 "대법원 판결 환영하지만…" 기자회견 통해 성전환자 특례법 제정 촉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환영의 의사를 표하나 한편으로는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제정을 위한 공동연대'(공동연대)는 대법원의 성전환자 호적정정에 대한 판결에 대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공동연대는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서술한 호적정정의 요건 중 일부는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간과한 채 지나친 성기 중심주의적 인식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기 성형 명시, 구시대적 성역할 구분은 문제"

지난 22일 대법원은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가 호적상 성별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달라며 낸 호적정정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성별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성전환자 인권모임'의 한무지 공동대표가 "환영과 함께 한계점을 지적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판갈이=이치열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항고인은) 의사의 진단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개인·사회생활에서도 남성으로서 인식돼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호적정정 및 개명을 허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동연대는 대법원의 판결 자체에는 환영한다면서도 "판결문에서 외부 성기의 성형이 지적됨으로써 이미 호르몬과 생식기 제거 수술을 마친 성전환자들에게 구태여 상대 성으로의 성기 성형수술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교육과 직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성전환자의 현실을 감안할 때 상대 성으로의 성기 성형을 호적정정의 조건으로 명시한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공동연대는 "대법원이 그 판결로써 지지한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이 우리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가칭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노회찬 의원, 최순영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 9인을 중심으로 9월에 발의될 예정인 이 특례법은 △성별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성전환자의 범위에 대한 규정 △성형수술을 원하지 않는 성전환자들의 성별변경 요건 △성별변경 사실을 기록에 남기지 않는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의 전문이다.
"환영과 함께 한계점을 지적하며" - 대법원의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결정을 맞아

지난 22일에 있었던 성전환자 호적정정에 대한 대법원 최초의 허가 판결은 성전환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사법부의 확인과 사회의 지지를 확인하게 하는 충심으로 환영할만한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사회의 경직된 양성 이분화 체계의 틈바구니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괴로워하며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살아야 했던 성전환자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나설 수 있는 첫 문을 열게 되었다. 관련한 현행 법률이 없는 현실에서 대법원의 허가 결정은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이어야 할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제도적으로 성전환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제껏 주위로부터 고립되어 극심한 차별과 편견 속에서 홀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나가고 자신의 진정한 성별에 맞는 신체를 얻기 위해 기나긴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성전환자들, 그리고 수차의 수술을 비롯한 의학적 조치를 완료한 후에도 호적과 주민등록증의 성별이 변경되지 않아 직업과 사회생활 및 결혼 등에서 철저하게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해 왔던 성전환자들에게 실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결정이었다.

이에 우리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공동연대)는 대법원 최초의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 성별정정 허가판결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환영의 의사를 표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서술한 호적정정의 요건 중 일부는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간과한 채 지나친 성기중심주의적 인식을 담고 있어 이를 반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위한 신체적 요건 중 외부 성기의 성형이 지적됨으로써, 이미 호르몬과 생식기 제거 수술을 마친 성전환자들에게 호적정정을 위해서는 구태여 상대 성으로의 성기성형수술까지를 요구하고 있어, 교육과 직업 현장에서 밀려나 빈곤계층에 놓인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에게 성기성형수술의 막대한 비용과 위험성까지를 홀로 감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판결문 중 직업 등에서까지 성별이분화 체계에 맞출 것이 서술됨으로서 우리 사회 일부의 구시대적 성역할 이분화 관점을 답습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공동연대는 작년 하반기부터 성전환자들의 현실적 처지와 요구 및 우리 사회의 인식이 합의할 수 있는 가칭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을 준비하여 왔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입법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또한 많은 성전환자 당사자들과 함께 국내 최초의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와 '성전환자 증언대회 및 자료집'등 다양한 사업과 활동들을 진행하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의 입법발의와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이 그 판결로서 지지한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이 우리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입법부는 물론 의학계와 법조계를 등의 관련 전문 진영 그리고 시민들의 다양하고 진지한 논의와 신속한 입법을 기대한다.

2006년 6월 27일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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