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영화 '세대교체'…'의식교체'도 이뤄낼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영화 '세대교체'…'의식교체'도 이뤄낼까? '2006년 북한은 어디로?' 사회ㆍ문화편 <7> 북한의 영화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연간 40여 편이 제작되는 북쪽의 영화는 남쪽의 영화와 다르면서도 같다. 대중들의 중요한 오락거리라는 사실이 같은 점이고, 영화의 일차적인 역할이 정치적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특징이 다른 점이다.

그 동안 남쪽에서는 북쪽영화의 다른 점(정치·사회화의 기능)만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그것도 특정 이념을 강제적(?)으로 인민들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이야기해 왔다. 마치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일방적 홍보영화처럼 말이다. 그러나 북쪽 영화는 정치적 설득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담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더욱이 북쪽 영화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쪽 영화를 통하여 첫째, 북쪽 권력층에서 강조하는 정치적 지향점과 둘째, 북쪽 인민들의 취향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북쪽의 현실을 어느 정도 살펴 볼 수가 있다.

최근 북쪽 영화의 정치적 화두는 '선군'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군의 논리는 문학예술의 영역에서는 선군문학으로서 표현되었다. 소설이나 시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예술에까지 선군문학은 대표적인 경향이 되었는데, 영화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8년도에 제작된 <중대는 나의 대학>과 <비행사 길영조>를 선군혁명시대의 영화적 전형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잊을 수 없는 모습>(2002년), <여병사의 수기>, <철령의 대대장>(2003), <먼산의 노을>(2004), <그들은 평범한 전사들이였다>(2005년) 등 최근 관심이 집중된 영화들은 모두 선군을 기치로 한 영화들이었다.
▲ 지난 2001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화에 키스신에 포함돼 북한 사회에 '큰 사고'로 받아들여졌다. 조심스럽게 변화를 이뤄나가고 있는 북한 영화가 또 한번 사고를 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선군'과 더불어 최근 북쪽에서 중시하는 것은 실용주의 및 경제와 관련된 영화들이다. 농업생산을 주세로 한 . <붉은 열매>나 <이삭은 속삭인다>(2004), 전력 증산을 소재로 한 <영원한 흐름>이나, 화장품 문제를 다룬 <봄향기>, 섬유공장을 무대로 한 <새령마루에로>(2005)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군인 혹은 군인 가족이 중시되는 선군영화들이 북쪽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북이 처해 있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일상적인 차원의 경제문제와 관련된 영화가 적지 않은 것은 7·1조치에서 비롯된 경제개혁 조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북쪽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북쪽 영화들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주안점이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알 수 있다. <먼산의 노을>의 경우 주요한 메시지는 선군이지만,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핵심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결혼예물인 '반지'와 같은 물질적 요소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어 가는 참된 삶>(2002)도 선군영화이긴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새로운 세대에 맞추어져 있다. 이 밖에 많은 영화들이 일상적인 삶과 실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별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차원에서도 흥행성이 없는 영화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루어지고, 영화산업구조 재편을 주장하는 등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외부 영화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도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에서 영화와 관련된 글이 실리는 <조선예술>에는 <마지막 황제>의 연출가였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나 <자전거도둑>의 이탈리아 연출가 체자레 자와티니 등 서구의 작가들과 관련된 기사가 증대하고 있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서도 내용을 비판하지만 기술적인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0년 <살아있는 영혼들>에서 처음 활용된 컴퓨터 그래픽스와 같은 특수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포함해 다양한 기술을 영화제작에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메시지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분명히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농업 증산이나 전력 생산 등 경제 문제를 중시하는 정책방향도 확실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소재나 방식은 변화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물질을 중시하는 최근 북한 주민의 풍조와 일상생활에서 실용주의가 강조되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등 '새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새로운 세대가 기존 세대와는 정치사회적으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최근 북쪽 영화는 과거와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북쪽 영화가 인물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최근에는 카메라가 사물을 훑는 기법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물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빠른 음악을 사용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템포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새로운 세대, 새로운 감수성에 조응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영화적 변화와 더불어 이론이나 비평적인 차원의 변화에서 주목하여야 할 현상은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비판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서구문화를 포함한 외부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해외 영화제에 참여하는 등 북쪽 영화를 외부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쪽에도 북쪽 영화의 수입을 타진하고 있는데, 과거 영화를 이념적 도구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북한에서는 외부문화의 유입과 관련하여 "모기장론"을 이야기해 왔다. 즉, 체제를 위협하는 '황색문화'를 모기장을 통해 막겠다는 것인데, 사실 모기장론의 핵심은 막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핵심부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제한적이나마 개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모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기장을 아무리 튼튼하게 치더라도 모기에 물릴 수 있는 것처럼 외부문화의 유입과 접촉은 불가피해진다. 최근 탈북해 남한에 들어온 새터민들에 따르면 공식적인 통제에도 불고하고, 남한의 영화를 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중국 접경지역에는 중국을 경유한 비디오나 DVD 등이 유통되고 있으며, 평양의 고위층이나 장사 등으로 돈을 많이 모은 사람들도 비공식적으로 남한 영화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특히 2005년도에는 북한을 방문한 남한 대표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남한 드라마를 언급하는 등 TV나 영화관 상영과 같은 공개적인 경로는 아니지만 남한 영상물이 점차 북한에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보다 세련되고 자극적인 자본주의 '황색문화'에 접하게 되면서, 기존 북쪽 문화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문화적 수준에 머무르겠지만, 근본적으로 문화가 정치와 이념과 분리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문화적 취향변화는 체제에 대한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