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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대북정책, 정말로 부시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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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대북정책, 정말로 부시와 다를까? "부시 후반기와 같아" vs "태생부터 달라"
찰스 암스트롱 미 컬럼비아대 교수(역사학)는 6일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첨예하게 갈라질 위험이 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화 보다는 지속성을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인 암스트롱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안국동 희망제작소에서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정부가 항상 북한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거나 북한을 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후반기 정책 계속될 것"

이같은 시각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클린턴 시절의 대북 '포용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과 배치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도 직접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암스트롱 교수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고 본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과 양자협상을 하기 시작한 부시 행정부 후반의 정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후반의 정책을 뛰어 넘어 6자회담과 양자협상을 병행하거나 혹은 후자에 무게를 두는 등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암스트롱 교수는 "오바마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한 부시 행정부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 결정을 '온건한 조치'라고 불렀고 북한이 핵시설을 검증가능하고 완전하게 해체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오바마의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도 그는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겠지만, 부시 행정부 후반에 보여줬던 일반적인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며 "미일동맹도 중요하고 긴밀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동아시아의 관계가 최근 몇 년간 좋았고,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를 우선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동아시아와의 관계는 시급한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 오바마 캠프의 한반도 정책팀장이었던 프랭크 자누지.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가 상원의원이었던 시절 보좌관을 했던 자누지는 오바마 행정부 한반도 정책의 핵심 브레인이다. ⓒ연합뉴스

"마지못해 변한 부시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반론

그러나 경제 및 한반도 전문가인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미국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 오바마의 정책 형성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임원혁 연구위원은 "부시 행정부 후반의 변화가 자발적인 것이었나 마지못한 것이었나가 중요하다"며 "부시는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마지못해 변했고, (그랬기 때문에) 정책을 바꿨으면서도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직접대화를 상당히 중시할 것이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어 "오바마는 소수자 출신으로 사람들을 조직하기 위해 포용과 직접 대화를 해야 했고 그 효과를 스스로 인식하며 자랐다"라며 "그게 외교정책에도 투영된다면 동아시아 정책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의 참모들은 군비통제를 중시하는 기능주의자들 보다 지역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가지고 있고 유학까지 했던 사람들이 많아 (부시 행정부 보다)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처럼 중국을 적국으로 보는 이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고, 정책 조언자들도 친일적인 인사로 구성되지 않았다"라며 "중국과 인도의 성장으로 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활성화하기 때문에 미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도 부시의 기조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도 "부시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그 연속성은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연속성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클린턴 행정부가 가졌던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우선순위 및 시간 관념 달라 갈등할 것"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예상되고 그에 따라 한미갈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양국의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소장은 "부시 행정부가 2007년부터 북한과 양자협상을 시작한 것은 핵문제부터 해결한다며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일관되지 않고 상호 모순적인 '잡음' 같은 대북 신호를 보내내고 있는데, 이는 우선순위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또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한미가 시간에 관한 시각차가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부시 행정부 초기처럼 '시간은 우리, 아쉬운 건 북한'이라며 북한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그리 여유롭게 바라보지 않고 적극 개입해서 핵확산 방지의 성공사례를 만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의 '여유'와 오바마 행정부의 '절박성'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에 관해 임원혁 연구위원은 "한국이 자동차와 관련해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으면 비준 가능성이 별로 없다"라며 "미국은 이미 스크린쿼터, 쇠고기에서 양보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FTA를 안 해도 잃을 게 많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FTA 비준을 밀어붙이고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건 오바마 당선 초기 단계에서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안 된다"라며 "우리 정부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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