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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또 난기류…'어정쩡하게' 오바마 취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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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또 난기류…'어정쩡하게' 오바마 취임까지? 시료채취 관련 '딴소리'…北 "불능화 속도 늦췄다"
지난달 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와 북한의 불능화 재개로 순풍을 탄 듯 보였던 북핵 폐기 2단계가 다시 난기류를 만났다.
  
  쟁점은 북한의 핵 활동과 관련한 물질과 장비의 일부를 북한 밖으로 빼내 정밀 검사한다는 이른바 시료채취(sampling) 문제.
  
  미 국무부는 지난달 11일 테러지원국 해제를 발표하면서 10월 1~3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합의한 핵 신고 검증 방법을 공개했다. 이 합의문은 검증 방법을 공식화한 '검증의정서(protocol)'는 아니지만 향후 6자회담이 열리면 채택될 의정서의 골자가 담긴 것이었다.
  
  합의문에는 시료채취와 관련해 "시료채취와 과학적 수사활동을 포함한 과학적 절차의 사용에 합의했다(Agreement on the use of scientific procedures, including sampling and forensic activities)"고 되어 있다.
  
  시료채취 문제는 검증의 시기와 대상, 방법 등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 중 하나였는데, 미국은 시료채취를 하는 걸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北외무성, 10월 초 북미 합의 공개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북미간 잠정 합의안에는 시료채취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북미 간의 비공개 합의문에는 시료채취에 관한 언급이 없이 과학적 절차라고만 돼 있다'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지적에 "그렇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국의 발표에 비공식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에서 '북한이 시료채취를 거부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자 북한은 12일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발표, 힐 차관보의 방북에서 이뤄졌던 검증 합의를 공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검증방법은 현장방문, 문건확인, 기술자들과의 인터뷰로 한정되며 검증 시기는 10.3합의에 따른 경제 보상이 완전무결하게 결속(마무리)된 이후로 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밝혔다. 이 세 가지 방법은 지난 7월 12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나온 언론 발표문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시료채취는 빠졌다.
  
  외무성 대변인은 "검증문제와 관련한 조(북)미 평양합의는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시료채취 등을 더 포함시킨 검증문건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며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우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검증문제와 관련한 양보를 받아내보려는 불순한 책동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북한은 이미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10월 18일에 열자는 중국의 제안에 동의한 바 있다고 밝혀 6자회담이 북한 때문에 늦어지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5자의 경제보상(에너지지원)이 늦어지는데 대해 우리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폐연료봉을 꺼내는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北성명, '미 당국' 아닌 '일부 세력' 겨냥 주목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주장과 유명환 장관의 말로 미뤄 볼 때 미 국무부가 시료채취를 합의했다고 명시한 것은 북미 합의와 다른 것을 고의로 넣었거나, 시료채취를 얻어 내지 못했다는 강경파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포함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논란 속에 북미 양측은 지난 6일 뉴욕에서 있었던 힐 차관보와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의 협의에서 시료채취에 대한 양해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협의 후 기자들에게 평양 합의에 대해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며 "과학적 절차에 의한 검증이 시료채취를 포함한 다양한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서로 완전히 이해했고 양측간에 실질적인 의견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리근 국장도 시료채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 진전이 있었는데 더 무슨 진전이 필요하냐. 이미 다 합의됐는데"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이날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는 미국의 발표에 양해를 하긴 했지만 추후 열릴 6자회담에서는 당초 합의대로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를 넣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무성 담화의 대상이 미 당국이 아니라 "그릇된 여론을 내돌리는 세력" 혹은 "일부 여론들"이라는 점은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신경전인가 '통첩성 발언'인가
  
  그러나 북한이 불능화 작업(폐연료봉 인출)의 속도를 절반으로 줄였다는 대목은 2개월 여 남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핵 2단계가 마무리되지 못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중·미·러 4개국의 대북 중유 및 비중유 품목 제공에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북한이 불능화 속도를 늦춘다면 중유 제공도 지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자회담도 부시 임기 내에 열리기 힘들고, 6자회담은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상태로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이날 발표는 일반적인 '신경전' 차원일 뿐, 6자회담은 조만간 열릴 것이고 시료채취에 관해 모호한 표현이 담긴 검증의정서를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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