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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뜸들인 美, 대화국면도 오래 가져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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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뜸들인 美, 대화국면도 오래 가져갈 듯 "북미 양자대화 준비됐다"…'컨센서스' 강조하며 '딴 소리' 차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미 직접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예언'한 가을이 왔다. 미국은 마침내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비교적 온건한 대북 노선을 견지하는 일본 민주당의 선거 압승과 더불어 한반도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한·중·일·러의 동의' 강조한 숨은 뜻은?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양자 논의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양자대화의 방식과 장소를 앞으로 2주일 내에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특히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데는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한국, 중국, 일본을 돌면서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완전한 양해가 이뤄졌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국무부는 향후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6자회담 틀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며, 그 목적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것임을 유독 강조했다. 6자회담 전에는 북미 양자회담을 하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논리로 풀이된다.

<CNN> 방송은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과 6자회담의 틀 내에서만 양자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밝혀 왔다"면서 "극적인 정책 전환"이라고 전했다. <ABC> 방송도 "미국이 정책을 전환했다"면서 보즈워스 대표가 아시아 순방길에 북미 직접대화와 관련한 동의를 받아 왔다고 분석했다.

제재에서 대화로의 국면 전환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8월 4일 방북을 기점으로 이미 표면화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 후 겉으로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말했지만, 뉴욕에서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며 정책 전환을 명확히 할 시점을 저울질했다.

북한이 보즈워스 대표를 초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지난달 말에도 미국은 '초청 받은 건 사실이지만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9월 초 보즈워스의 동북아 순방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대화가 준비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북한이 보즈워스를 초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직접 대화는 보즈워스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이끌고 평양으로 들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1~25일 유엔총회(뉴욕)와 24일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피츠버그)에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한 번 더 교감 과정을 거친 후 북미 대화의 날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9월 말이나 10월 초가 유력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처럼 한·중·일·러의 동의와 국내 반대파들에 대한 설득을 중시하기 때문에 정책 전환의 속도는 느려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해 한 번 형성된 컨센서스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의미여서 향후 북미간 줄다리기와 기싸움이 가열되더라도 대화국면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파' 던지기 시작한 北-日

북미 직접대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외교 일정도 즐비하다. 우선 10월 1일은 중국의 건국 60주년 기념일이어서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베이징 건국절 행사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0월 6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중 수교 60주년 행사에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경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원 총리와 북중 최고위급 협의를 갖게 될 것이다.

뉴욕 유엔총회에는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나 김계관 부상 등이 참석할 수도 있다. 10월 10일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에 참석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 일본 총리는 전임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는 다른 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일관계와 관련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10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당국의 부당한 적대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지, 일본 국민은 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의 새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는 일단 신중했다. 그는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김영남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북한의 대응에 달렸다"고만 답했다.

이처럼 일본의 새 정부와 북한은 서로 상대방의 태도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개시에 발맞춰 일본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설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선거 압승을 통해 운신 폭을 키운 민주당 내각이 대북 보폭을 더 넓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단 관망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매우 유동적"이라며 "지금은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전환기이자 격동기"라고 말했다.

너무 여러 가지로 해석되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정부가 아직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을 잡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정부는 임진강 참사에 대한 북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측에 먼저 대화를 제의할 것 같지도 않은데, 정부는 일단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남북대화를 최대한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및 북일 대화의 추이를 봐가면서 움직이겠다는 수동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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