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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같이 갑시다"…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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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같이 갑시다"…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한반도 브리핑] 꿈틀대는 동북아, 갈림길에 선 한국
서울에 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말로 말했다. "같이 갑시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그렇게 들린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해석했다. 혹은 '북핵 문제의 일치된 대응' 쯤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고, 가야할 길도 있다.

다른 길은 몰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형성해야 하는 길은 반드시 한미 양국이 함께 가야 한다. 이제 갈림길이 나왔다. 선택해야할 시기다.

동북아 정세가 꿈틀거린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고, 중국은 부상하고, 일본은 새로운 균형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한국은? 과거의 냉전적 신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동북아의 체스판'이다.

▲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을 가지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미일관계에는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반도에 대한 두 사람의 접근법은 닮아 있다. ⓒ로이터=뉴시스

서해사태 vs 한반도 평화체제

3차 서해사태가 일어났다. '승리했다.' 문제는 우발적 충돌이 가져올 파급효과다. 선군정치를 앞세우는 북한의 정책결정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왜 그런가? 북한은 안보 우려에 대한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핵을 개발하고 있다. 핵문제 해결이란 결국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주는 것이다.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한반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평화체제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핵문제 해결 과정이 '그랜드 바겐' 구상처럼 '원 샷 딜'로 풀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아침에 평화체제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러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군사적 신뢰구축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핵문제 해결 과정의 단계를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싶다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압축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서해는 군사적 신뢰구축의 상징적 공간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문턱이기도 하다. 서해의 긴장이 지속되고, 불신의 파도가 높다면, 평화체제의 미래로 갈 수 있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의 상응조치 중에서 평화체제가 갖는 의미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하면, "북한이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해 온 몇 가지 의제들, 즉 관계 정상화,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 경제개발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해온 '포괄적 패키지'에서 평화체제 문제가 중요한 구성 요소임을 확인하는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의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분쟁의 바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전환하기 위한 10.4 정상선언을 부정했다. 서해는 언제부터인가 한국 보수의 아이콘이 되었다.

북방한계선(NLL)을 '서해의 독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해 평화정착 방안을 생각이라도 하겠는가? 서해를 대결의 바다로 보면 당연히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평화체제에 대한 상이한 인식론, 그것이 바로 한미 양국의 북핵 해법과 관련된 중요한 갈림길이다. 서해 사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의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확장억지 vs 동북아 비핵지대화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미 한미 양국 사이에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 좀 더 구체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명문화되었다. 2009년 6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과 10월 22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합의사항에 명문화되었으며,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그 원칙이 재확인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왜 확장억지 개념에 매달리는가? 혹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론 때문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북핵 협상의 중대한 기로에서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 구상은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계'라는 외교적 비전에 부합하는 것일까?

확장억지 개념은 일본 민주당의 '동북아 비핵지대화론'과 결정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구상은 일본의 민간단체인 '피스데포'를 중심으로 논의해 왔다. 그러다 민주당의 핵군축 촉진의원연맹이 작년 8월 8일 나가사키에서 '동북아 비핵지대조약안'을 발표하면서 '민간 제안'에서 '정당의 공약'으로 발전했다.

당시 의원연맹의 대표가 현재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라는 점 또한 주목할 점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이제 이 구상은 일본 정부의 '정책'이 되었다.

이 구상에는 남북한과 일본의 비핵화, 그리고 미·중·러 3개 핵보유국으로의 의무가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3+3' 구상이라고도 한다. 여기 언급된 나라들은 바로 6자회담 참여국이며, 이러한 주장은 향후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이 구상의 실현가능성을 바로 오마바 행정부의 '핵 없는 세계' 비전에서 찾고 있다는 점 또한 달라진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동북아 비핵지대화론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비핵국가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이다. 즉, 핵을 보유한 3개국이 보유하지 않은 3개국에 대해 핵무기에 의한 위협이나 공격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극적 안전보장이다. 쉽게 말해 핵우산 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소극적 안전보장 문제를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적극적인 인센티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미 양국은 정반대의 '확장억지'를 내세우고 있다. 중대한 인식의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핵무기를 탑재한 선박이나 항공기의 기항 및 영해 통과에 관해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지대 내에 있는 외국군 기지에도 적용된다. 사실 이 문제는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주장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가 엇갈리는 지점이었다. 한미 양국은 비핵지대화는 한미동맹의 문제이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른바 일본의 이니셔티브는 북한 주장의 '논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근거가 될 수 있다. 하토야마 정권은 이미 비핵 3원칙, 즉 핵무기의 보유·제조·반입 금지를 철저하게 실천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과거 자민당 정권에서 미일 양국의 밀약 형식으로 관례화된 핵무기 탑재 선박 등의 진입을 이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일본의 의지는 한미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서 일본 민주당이 사전 협의 의무화라는 탄력적 개념을 수용한 것은 그만큼 논의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핵 없는 세계'의 외교 비전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결국 냉전시대의 전략개념인 '확장억지'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과 어울려야 할 것이다.

▲ 미국과 일본이 손짓하는 미래냐 과거로의 퇴행이냐,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6월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조종(弔鐘)' 울린 한일 보수 동맹…결국 헤어질 것인가

동북아 질서가 변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 사이에 미묘한 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각국은 전환기의 국가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세 변화의 기회를 포착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형성하는 것이 한국의 시대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분발이 요구된다. 대청해전이라 부르며, 자족적 승리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는가? 확장억지 개념에 매달리는 것은 결국 핵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로 비춰질 수 있다.

6자회담에서 한일 보수 동맹은 끝났다. 일본 민주당의 동북아 비핵지대화와 동북아 공동체 주장은 달라진 일본 외교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갈림길에 서 있다.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처하는 미래지향적 길과 냉전 시기의 안보관에 집착하는 과거의 길에서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내달 8일로 예정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전후로 동북아의 체스판도 바삐 움직일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거대한 전환의 징후가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협상이 멈춘 사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더 많이 쌓였다.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이 전환기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낡은 이데올로기적 집착에서 벗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인식한다면, 참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역할을 확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가며, 동북아 협력안보를 주도할 수도 있는 이 중대한 시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문득 지금이 노무현 정부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죽했으면 그런 상상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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