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5호는 '북한 신년 공동사설과 한반도'를 주제로 7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1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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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공동사설에 나타난 남북관계
2010년도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당 창건 65돌을 맞은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의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기존의 공동사설(혹은 신년사)과 차이가 있다. 제목에 경제부분을 언급한 것부터가 이례적인데, 그 동안 제목은 주로 정치나 사상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성장이나 발전을 이야기하더라도 대부분 추상적이었던 반면에 올해의 경우 구체적으로 경공업과 농업을 지적하고 인민생활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2010년도 신년공동사설의 특이함은 남북관계에 관련된 부분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공동사설의 남북관계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관계에 대한 기본 입장이다. 공동사설에서는 2010년은 "력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발표 10돐이 되는 해"로 규정하면서 2000년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을 의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10.4 정상선언」은 「6.15 공동선언」의 실천 강령으로 개념 짓고,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2009년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부분이다.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지난해에 악화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국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기 위하여 주동적이며 대범한 조치들을 취하면서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북남사이에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셋째, 2010년도 전망에 대한 부분이다. 북한은 "북남공동선언의 기치 밑에 온 민족이 단합하여 조국통일을 하루빨리 실현하자"는 구호 아래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남한 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넷째, 남북교류와 통일과 관련된 부분이다. 민족의 이익을 구현하고 화해를 도모하기 위하여 "각계층의 래왕과 접촉을 통하여 협력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면서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법과 제도를 철폐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광범한 인민들의 자유로운 통일론의와 활동이 보장되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련대련합을 강화하여 조국통일운동을 발전"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국정연설 후 기자실에 들러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 |
신년공동사설 남북관계의 특징
2000년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을 중시하고, 외세를 배격하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등은 그 동안의 신년공동사설과 일맥상통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과거와 적지 않게 차이난다고 할 수 있다(<표> 참조).
첫째, 남한 정부에 대한 태도가 지난해와 비교할 때 크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2009년도의 경우 '사대', '파쇼'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였고, 심지어 반정부 투쟁을 시민들에게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6.15 선언의 부정', '외세와 결탁', '대결 소동' 등을 경계하고 있을 뿐이다. 비판은 그 동안의 행동에 대한 평가지만 경계는 일종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와 같이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법과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 형식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이것은 당국자 회담 등을 의식한 표현으로 북한이 현 정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2009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에도 북한은 정상회담 및 남북공동선언이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이라고 주장하여왔고, 북한이 민족이나 통일문제에 주도적이었다고 이야기하여 왔다. 그러나 올해 공동사설에서처럼 구체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 '대범한 조치'를 시행하고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식의 말은 한 적이 거의 없다. 당위의 차원과 사실의 차원은 분명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대남정책에 대해서 북한이 보다 구체적인 차원을 주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차원에서 적극적인 교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이후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여왔지만, 그 중심에는 경제협력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의 공동사설에서는 각 계층의 '래왕과 접촉'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다. 그 동안 북한이 사회문화 교류협력, 특히 인적 교류에 소극적이었고 직접적인 접촉도 꺼리는 경향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를 말하면서도 접촉확대에 따른 주민 동요 등을 우려하였던 북한이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2년간 민간부분의 대북지원도 축소되고 사회문화 교류사업의 위축으로 경제적 대가도 줄어들면서 문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넷째, 그 동안 지속되었던 미군철수 등 반외세 관련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자주통일의 필요성이나 반전평화 주장은 계속하고 있지만 강조하는 정도가 과거와는 다르다. 반외세와 미군철수 주장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시기에도 빠지지 않았던 내용으로 2010년 공동사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의 관계 진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반미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군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지 여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특정한 구호가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은 남북관계와 관련 '3대공조', '3대애국운동', '3대과업' 등 기본 구호를 설정하여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민족이 단합하여 조국통일을 실현하자"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명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두 번의 공동선언이나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방향의 전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구호가 없다는 점은 남한내 통일운동에 대한 입장의 변화 여부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구호는 운동적 차원에서 유용하기 때문인데, 올 신년공동사설에서 남한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가 축소되었다는 것과 유관하다고 할 수 있다.
신년공동사설을 통해서 본 남북관계 전망
2010년 신년공동사설의 남북관계 부분에서 가장 주목하여야 할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단히 적극적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의 없으며, 자신들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2009년도의 억류 근로자 송환, 개성공단 관련 강경 조치 백지화, 현대회장 면담과 관광 재개 의사 표현, 조문사절 방한 등 북한이 취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 그 동안 북한은 자신들과 관련하여 명분이나 주장을 당위적인 차원에서 주로 하였고,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평가, 특히 그것도 '성의있다'는 식의 상대주의적 평가를 내린 적이 드물었다. 이것은 북한이 평가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남한 정부가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란다는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민간부분에서도 그 동안 소극적이었던 인적교류를 포함하여 민간부분의 협력도 강조하는 등 전 방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 북한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2009년도에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해의 정책 방향을 총괄하는 신년공동사설에서 명문화하였다는 것은 당분간 북한이 대남관계 개선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추진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북미관계의 진전이라는 외적 요인과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대내적 요인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북한의 경제 현실이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공동사설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인민생활"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협력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사업 뿐만아니라 그 동안 시민단체 중심으로 10년 넘게 지속해온 인도적 지원 사업으로 의약품이나 기초 생필품 등의 대남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현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신년공동사설을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남북관계 사업들의 지속은 물론이고 금강산·개성 관광 등 중단된 협력사업의 재개에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국간 회담을 물론이고 민간부분의 교류에도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5년, 10년과 같이 꺽어지는 해를 강조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2010년은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라는 점에서 '수뇌상봉'과 같은 대담한 제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관계라는 것이 어느 일방의 의사만으로 발전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2010년도 통일과 관련하여 '신사고'를 강조하였고, 통일부 장관도 최고위급을 포함하여 모든 단위의 남북회담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 하였지만 이것이 수사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은 남북 모두에 해당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유에 어쨌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성을, 그것도 이례적인 수준에서 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남북관계 개선을 현실화시키려는 남한 당국의 노력과 효율적인 정책 입안 및 추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혹시라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 북한 당국의 입장 변화가 현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의 성과라고 자찬하는데 만족한다면 모처럼 잡은 기회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점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원제 : 2010년도 북한 신년 공동사설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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