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가장 엄격한 제재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실제로 이란의 핵무기 기술 의혹을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도록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장은 지난 2003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고 했던 것처럼 거짓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미국의 국내 경제문제를 잊게 하기 위해" 거짓을 날조해낸 것이라며 이란과 사우디를 이간질하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심한 실수를 했다"며 "(미국이 주장한 혐의에 대해) 명백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가증스런 음모"라고 이란을 비난했고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사우디의 청을 받아들여 이 문제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는 "안보리는 미국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미국은 우리를 30년 간 적대시해 왔다"며 불신감을 내비쳤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 패트릭 콕번은 16일자 칼럼에서 이에 대해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서투른 사우디 대사 살해 음모는 세계 다른 국가들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로 기각되고 있지만 백악관은 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콕번은 이어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국의 국내정치와 중동의 정세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2년 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권의 정치적 이해득실 관계가 사우디 대사 암살 음모에 대한 '이란 배후설'의 진짜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편집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 암살 음모에 이란 당국이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최고 수준의 제재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로이터=뉴시스 |
오바마가 선거대책에 골몰하는 지금, 이란은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지역 사회에서 멍청하기로 이름난 텍사스주(州)의 이란 출신 미국인이 이란 당국의 명령으로 멕시코 갱단을 고용해 사우디 대사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암살하려 했다는 음모에 대해 세계 많은 나라들은 믿을 수 없는 우스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혐의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했다. 왜냐하면 내년 대선을 앞둔 백악관이 이 혐의에 최고 수준의 신빙성을 부여하고 이란과의 대결 국면을 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바레인의 민주화 시위 등 자기 나라[를 곤란케 하는] 문제의 배후에 이란의 손이 뻗쳐 있다고 보는 사우디의 관점으로 옮겨간 것 같다. 미국은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가 존재하는 어디에서든 이들 간의 갈등에서 점점 더 수니파 세력, 특히 사우디를 지지하고 있다.
가정된 음모는 심지어 2003년 부시 행정부가 내세운 '사담 후세인이 WMD를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기준에 비춰 봐도 기괴하다. 이란계 미국인 만수르 알밥시아르는 미국에서 30년 간 거주했고, 작은 벤처 사업에서 몇 번 실패한 역사가 있으며, 수표 사기범 전과도 있다. 그가 어찌나 서투르게 행동했던지 친구들은 혹시 그가 얼굴에 칼을 맞을 때 머리를 다친 게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이란의 정예부대 '혁명수비대'의 정보 조직 '쿠드스'의 최일선 중개자로 지목받았다고 한다.
알밥시아르는 멕시코 마약 조직과 접점이 있다고 주장한 멕시코인과 대화를 나눴다. 이 멕시코인은 사실은 미국 마약수사국의 정보원이었다. 알밥시아르에 대한 기소 혐의를 보면 미 당국은 그의 서투르지만 공격적인 생각을 미국 수도에 폭탄테러를 가하려는 것으로 바꿔 놓았다. 150명의 사람이 들어찬 워싱턴의 레스토랑을 날려 버리겠다는 것은 원래 마약수사국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함정 수사'의 일부로 말이다.
이란 정보기구의 전문성, 교활함, 비밀주의를 감안하면 그들이 이런 음모를 꾸몄을 것 같지 않지만 안 꾸몄음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동기도 없다. 이란은 왜 하필 지금 같은 때를 골라,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미국을 도발함으로써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알밥시아르의 음모를 위협적으로 만든 것은 미 행정부가 그것을 조망한 방식이다. 미국은 이 음모를 대단치 않게 생각한 게 아니라 마치 음모가 이미 사실로 이미 밝혀진 것처럼 받아들였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장중한 어조로 이 음모를 발표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이를 보증했다. 그렇게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상 미국이 뒤로 물러나기는 어렵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 음모에 대해 강력한 믿음을 표명한 가장 그럴싸한 동기는 2012년 대선의 지형 다지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사회정책들은 실패했고, 그의 가장 명확한 성공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안와르 알올라키의 사살이었다. 잔인무도한 이란의 음모를 어떻게 좌절시켰는지를 극적으로 포장함으로써 오바마는 미국을 안전하게 만든 대통령으로 자신을 내세우거나 최소한 공화당의 비판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많은 미스터리들은 재선에 대한 미국 권력자들의 욕망과 관련지어 보면 명쾌하게 풀린다. 2003~04년 이라크전에 대해 적어도 2008년부터 언론인들은 '멍청한' 행동이었다고 조소해 왔지만 이 전쟁이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었음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현지의 대참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이라크전 상황이 진전되고 있다고 설득할 수 있었다. 당시 현지의 모든 이들은 그 나라가 잔혹한 야만적 행위에 찢겨나가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4년 후 백악관은 '증파'(Surge)를 통해 최후의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많은 미국 언론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기자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본국에 있는 언론사 본사들은 이라크가 '얘깃거리가 안 된다'(non-story)고 판단했다. 한 미국 TV 방송국의 바그다드 취재팀은 자신들이 쓰고 있는 막대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 50일 동안 전혀 방송 전파를 타지 못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선거 정치는 중동에 매우 현실적인 영향을 준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약빠르게도 미국이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증거는 없지만 이란이 바레인 소요 사태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에서는 미군에 대한 시아파 무장 그룹의 공격에 대해 미군 지휘관들이 공공연히 이란을 비난한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민간인 거주 지역에 퍼부어진 무시무시한 폭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말이다.
미국의 국내정치적 필요는 이슬람 세계의 격렬한 종파 갈등과 엮인다. 예를 들어 이라크에서는 미군 증파 기간 동안, 과거 미군의 점령에 저항했던 수니파 세력 대부분이 '자각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미군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알카에다 메소포타이아 지부 쪽으로 총부리를 돌렸다.
그에 따라 [미군에 대한] 폭력은 줄어들었고 미군 전사자 수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자각 운동 세력뿐만 아니라 알카에다 역시 미군에 대한 공격을 멈췄으며[그렇기 때문에 미군 전사자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시아파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었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현 미국 중앙정보국장]은 알카에다가 미군[의 주둔]을 묵인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백악관은 국내정치적 이유로 이란과의 대결 국면이 계속되는 것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 전쟁을 원할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의 영원하고 충성스런 지지자였던 이집트[의 무바라크]를 잃고 터키가 부상하면서 중동 지방에서 미국의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란은 처음 '아랍의 봄'이 북아프리카의 오랜 적들[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과 튀니지의 벤알리 정권 등 친미 성향 정권]을 쓸어버렸을 때 득을 봤다. 하지만 봉기가 이란의 동맹국 시리아로 번지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전체 지역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과연 미국은 이란을 공격해 새로운 대격변을 불러오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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