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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747'은 어떻게 추락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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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747'은 어떻게 추락했는가?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1] 감세·작은 정부의 교훈
학술단체협의회와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이명박 정부는 '감세'와 '작은' 정부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집권했다. 이명박 정부 이전 10여 년의 '좌파 정부' 하에서 조세를 늘려 복지에 과도하게 지출한 것이 민간의 소비 및 투자 의욕을 억제해 성장을 지체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8년 9월 1일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법인세, 소득세, 상속 및 증여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거의 모든 주요 세목에서의 감세를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그 해 9월 30일에 발표된 2009년 재정 운용 안에서 드러난 재정 정책의 기조도 감세에 호응하는 '작은' 정부였다. 정부는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 및 재정 수입 증가율보다 낮은 6퍼센트 수준으로 관리하고 지출 구조도 성장과 효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분야별 재원 배분 계획을 살펴보면 사회간접자본, 연구 개발(R&D)과 같은 경제 부문의 비중을 늘리고 노무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었던 보건, 복지 부문의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보건 복지 분야 지출의 경우 노무현 정부가 2004~2008년 동안 12.2퍼센트씩 증가시킬 계획을 세웠던 것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8.7퍼센트 증가율을 제시했다.

물론 이 증가율 수준이 총지출 증가율 6.2퍼센트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복지를 소홀히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복지 지출에는 법정 의무 지출 부문이 포함되어 있어 정부가 재량적으로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부문이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복지를 실제로 중요시하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이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 부분의 지출액은 경제 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다. 예를 들어 2009년에 보건 복지 지출은 6조 원 늘어나도록 계획되었으나 법정 의무 지출이 4.6조 원 증가했으므로 재량적 복지 지출은 2조 원, 즉 1.4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2008년은 미국의 리만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전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가 심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감세' 기조의 정책은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좀 더 보수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수립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손문상)
이에 대해 정부는 감세와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자극하여 국제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높은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과 달리 경기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정부는 그해 10월 31일에 수정 예산 안을 제출하면서 재정 지출을 10조 원 늘리기로 했다.

결국 위기로 인해 성장률이 낮을 것이 거의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5퍼센트의 성장률을 전망하여 본 예산을 작성했던 것은 감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였던 것은 아닌가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실제 2009년에 우리 경제는 수정 예산에서의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0.3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공기업 매각도 여의치 않아 원래의 예상보다 대규모의 재정 적자가 발생했고 정부 부채가 증가했다. 이러한 재정 건전성의 악화는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발생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로 결정되는 지방 교부세도 줄고 지방으로 내려 보내지던 종부세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세'와 '작은' 정부 기조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복지 홀대 현상도 여전하다. '감세'와 '작은' 정부 정책은 복지를 정체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원래의 의도인 '낙수 효과로 인한 경제 성장'도 가져오지 못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6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4.6퍼센트, 4.5퍼센트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성장률 수준 자체는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나쁘지는 않은 편이지만 문제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나타난 내수와 수출 간의 괴리 현상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2010년 수출은 14.5퍼센트 증가했으나 내수는 7.0퍼센트 증가에 머물렀으며 2011년에는 각각 11.7퍼센트, 2.9퍼센트로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내수 간의 양극화는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 빈곤화의 근원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감세'와 '작은' 정부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자극하고 성장을 통해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성장 우선 정책'이 유효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재정 정책은 '감세'와 '작은' 정부를 추구할 만큼 정부의 지출 규모가 크지 않으며 특히 복지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약하여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매우 약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들어 이전보다 복지 지출이 많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재정 및 조세 정책을 통한 불평등 완화도와 빈곤 감소도 면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복지 프로그램은 경제 위기 시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복지가 강화되면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 시에 자동적으로 취약 계층에게 사회 안전망이 제공되어 이들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복지 강화는 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데, 경기 침체기에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게 함으로써 내수를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이를 재정의 자동 안정 장치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지 지출 규모가 큰 경우 그 효과가 크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복지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재정의 자동 안정 장치의 규모가 다소 높아졌으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재정 및 조세 정책은 향후 적극적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복지 확대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복지 지출은 얼마나 확대되어야 하는가? 2011년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규모는 국내 총생산(GDP)의 약 9퍼센트로 OECD 평균 19.3퍼센트에 비해 약 10퍼센트가 부족하다.

물론 복지 지출 규모를 비교할 때는 경제 발전 수준, 노령화율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1인당 GDP는 약 2만 달러, 고령화율은 11.3퍼센트인데, OECD 국가들의 경우 1인당 GDP가 2만 달러였을 때 공공 사회 지출이 GDP의 약 20퍼센트, 고령화율이 11.3퍼센트였을 때 약 16.3퍼센트였다.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현재보다 GDP 대비 7~11퍼센트, 혹은 90조~150조 원정도 더 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대규모로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를 피할 수 없다. 현재 '버핏세'와 같은 증세 안이 논의되는 것은 그러한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1퍼센트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버핏세'만으로 이러한 대규모의 복지 확대를 이룰 수 없다. 부유층의 생색내기용 정도로 조세 정의가 세워지는 것도 아니고 복지 국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증세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본격적인 복지 국가를 실현하기에 필요한 대규모의 재원 마련을 위해 진보 진영이 더욱 매력적인 증세안을 국민들에게 제안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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