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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자신의 정직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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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자신의 정직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기자의 눈] 앞뒤 안 맞는 해명으로는 국민 설득 못해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관련한 청와대 내부 문건들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고민에 빠진 것 같다. 한편으로는 해명을 하랴, 다른 한편으로는 유출자를 색출하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민들 눈에 권부 답게 의연함을 잃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려면 최소한 금도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금도의 기본은 역시 정직이며, 뻔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적 유연성 협상 경위와 관련해 청와대가 제기했고 최근 다시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의 핵심은 정보유통의 정직성과 정확성이 아니었던가?

***'부정직'의 문제를 '부정직한 방식'으로 덮을 수 있을까?**

부정직의 문제를 또다시 부정직으로 덮는 것은 청와대와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합리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다시는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말을 믿지 못하도록 스스로 몰고가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전제로 우선 청와대의 해명부터 살펴보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과정에서 외교통상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2005년 4월의 청와대 국정상황실 내부 문건에 대해 청와대는 5일 "국정상황실에서 문제제기 차원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지난 2003년 10월 외교부와 미국 측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각서 교환 사실을 NSC 사무처가 2004년 3월 확인하고도 이를 1년 가까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국정상황실 문건(2005년 4월 8일 작성)을 〈프레시안〉이 입수해 보도한 것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는 국정상황실에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된 다음에 작성된 '결론' 성격의 문서가 아니며, 점검과정을 통해 내려진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국정상황실도 수긍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국정상황실 문건은 청와대 1차 점검회의 후에 나온 것**

김 대변인은 이날 "NSC 사무처는 한미 간에 실무 초안이 오간 사실을 보고받은 뒤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했다"며 'NSC가 1년 간 보고를 누락했다'는 국정상황실의 문제제기 자체를 부인했다. 2004년 3월경에는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김 대변인은 2005년 4월 8일자 문건이 "초기의 문제제기를 담은 내용이며 자체점검이 끝난 후 종합된 결론을 담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입수해 보도한 국정상황실의 4월 1일, 8일, 15일, 18일자 문건을 보면, 우선 김 대변인의 "즉각보고" 주장은 수긍하기 힘들다.

4월 8일자 국정상황실 문건은 "대통령이 국정상황실 보고(4월 7일)를 받은 후 '상세한 교섭 경위'와 '동 건이 보고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의아해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얘기는 2004년 3월은 커녕 2005년 4월까지도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정상황실은 "NSC 상임위 결과 보고 형식의 일상적 보고와 일일 정책보고 첨부문서로 보고한 것을 충분히 보고했다고 NSC가 인식하고 있다"며 "상황인식과 보고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노정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에 앞선 국정상황실의 4월 1일자 문건에서도 NSC 스스로 부실보고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NSC는 국정상황실과의 사전면담(2005년 3월 경으로 추정)에서 "협상을 2005년으로 미뤄놓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께 한번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4월 8일 문건이 청와대에서 1차 점검회의가 열린 2005년 4월 6일 이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초기 문제제기를 담은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명도 인정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지난해 4월 6일과 15일 당시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재하고 NSC 이종석 사무차장, 서주석 전략기획실장,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천호선 국정상황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 과정에 대한 '점검회의'를 가졌던 것.

특히 〈프레시안〉이 3일 보도 후 6일 추가로 공개한 국정상황실 4월 15일자 보고서도 "일상적 보고 및 기타 보고서 첨부 문서 형식으로 3~4회 정도 보고한 수준"이라며 "상세한 종합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상황실, 최종 결론 내린 뒤 4월 18일에도 '재반박' 문건 내**

한 가지 더 살펴보자. 김만수 대변인은 "청와대 내부의 문제제기는 노 대통령도 알고 있었고, 자체점검 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대해 당초 문제를 제기했던 국정상황실도 수긍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국정상황실은 판결하는 곳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얘기가 있으면 즉각 점검을 하는 기능을 가진 곳"이라며 "문제제기와 결론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결정적으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인 2005년 4월 18일자 국정상황실 문건을 보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국정상황실도 수긍했다"는 김 대변인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국정상황실은 "1,2차 회의를 거치면서 함께 정리해 보아야 할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이 있어 이를 정리해서 올린다"며 이 문건을 작성한 계기를 밝혔다.

이 문건에 따르면 국정상황실은 "국민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외교사안을 다루면서 (협상팀이건 NSC이건, 그 과정이건 사실을 알고 나서건) 이를 보고하지 않은 책임의 문제와 실제 진행된 협상의 내용과 형식의 적절성(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의 문제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며 '문제 없다'는 최종 결론에 여전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지금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한때 트레이드 마크라는 '정직성'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가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대통령 자신인가, 참모들인가? 청와대가 유출자 색출에 앞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오히려 이 대목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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