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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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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노종윤의 영화정석]
최근 발표된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의하면, 등록된 영화제작사 1,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연간 제작돼 개봉되는 한국영화 편수는 평균 70여 편 정도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5편 정도가 제작되고 있어서 2006년에는 좀 더 많은 한국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된 제작사에 비해서 연간 제작되는 한국영화 편수는 5%정도이니 나머지 제작사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평균적으로 등록된 제작사의 10%정도의 회사만이 제작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등록된 회사의 대부분이 현재는 영화제작을 하지 않지만 등록을 취소하지 않은 회사들이 많으며, 외화수입을 하면서 영화제작 사업 등록도 함께 한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등록된 영화제작사의 규모로만 보면 한국영화산업은 커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왕의 남자 ⓒ프레시안무비
1985년 영화진흥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영화사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5,000만원을 영화진흥공사(현재 영화진흥위원회)에 예탁을 해야만 영화제작 등록증을 발부해 주었다. 말하자면 영화사를 세울 자본금 정도는 갖고 있어야 등록을 받아주었던 것이다. 영화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일정 규모의 세트장과 사무실, 그리고 촬영장비를 소유하고 있어야만 영화제작 사업을 허가해주었다. 자기자본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가를 해주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영화제작에 관심을 갖거나 좋은 시나리오, 감독만 있어도 영화제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2003년부터 스타를 소유하고 있는 매니지먼트회사들도 영화제작사로 등록하여 영화제작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영화는 1985년 영화진흥법 개정으로 영화제작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영화제작 사업이 자율화되었다. 그러나 등록제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20%를 넘지 못했고, 100여 편이 제작되었던 한국영화는 1990년 중반에 50여 편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 때 영화현장에서 제작부 업무를 열심히 익히거나 영화 마케팅 업무를 익히면서 영화제작을 공부한 사람들이 새로운 기획을 접목시키면서 한국영화 제작사업에 뛰어들어 '한국영화의 뉴웨이브'라고 불리는 한국영화의 부활을 만들어내었다. 신씨네, 기획시대, 시네마서비스, 영화세상, 우노필름(현재 싸이더스 FNH), 명필름, 강제규필름(현재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은 MKB로 통합) 등이 현재도 활동적으로 영화제작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당시만 해도 영화제작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본도 투자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투자/배급사 또는 영상펀드 등에서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다보니 영화 제작사들은 제작에 대한 위험부담을 덜 갖게 되었고, 영화제작의 기획과 시나리오를 우선시하던 영화제작 투자 결정에서 캐스팅과 장르를 우선시하는 투자성향으로 바뀌어졌고, 영화제작사업은 영화제작 노하우를 갖추는 것보다 좋은 캐스팅 노하우를 갖추는 추세로 바뀌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스타들을 소유하고 있는 매니지먼트회사들은 캐스팅을 주무기로 영화 시나리오를 수배하고, 영화감독을 스카웃(?)하여 영화제작 사업에 착수하게 되었고, 이러한 영화에 투자사들이 제작비를 투자함으로서 스타위주의 영화제작이 활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영화 흥행 사례를 살펴보면 영화의 드라마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들이 영화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추세로 바뀌면서 스타 위주의 영화들은 개봉일에만 흥행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자신들이 소유한 스타들을 활용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들은 매니지먼트사업을 주업무로 하면서 영화제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실패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영화에 투자한 투자사들이 떠안게 되고, 이런 결과가 되풀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투자사들은 영화사업에서 떠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한다.
미국에서는 MPPA라는 미국영화 프로듀서 연합회가 헐리우드 영화제작사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영화제작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듀서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일정 기간동안 일정 작품에 참여해야만 스탭으로 인정받고, 이러한 규정을 따라야만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프로듀서가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제작사의 대표가 아니다. 미국은 기획되는 영화의 총괄 진행자로서 모든 책임을 지니는 사람에게만 프로듀서의 자격을 인정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얻은 크레딧을 그들은 명예로 생각하며 크레딧에 관한한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 국내에서도 영화 스탭들도 자신들의 권리와 정당한 대우 및 영화의 발전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나름대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다. 1980년 중반까지는 정부에서 영화라는 매체를 조정하기 위하여 법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영화제작에 대한 허가를 하였다면, 이제는 산업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제작 편 수는 많아지지만 관객들에게 외면받는 수준 낮은 영화들로 인해 또 다시 한국영화계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도 단순히 경쟁력을 시장점유율과 영화제작 편수, 등록된 영화제작사 숫자로만 판단하지 말고 산업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를 위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겠다. 정부에서 내놓은 한국영화 발전을 위하여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하겠다는 어이없는 발상보다, 경쟁력이 있으니 스크린쿼터는 없어도 된다는 여론용 멘트보다 좀더 진정한 마음으로 산업발전을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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