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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골프장 반대 농성? 아직 안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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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골프장 반대 농성? 아직 안 끝나" [현장]"롯데건설, 골프장 계획 완전 취소해야"
인천시는 지난 20일 인천 계양산 일대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롯데건설의 '계양산 18홀 골프장 건설계획안'을 반려했다. 지난 16일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 이번 건설안에 대해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내렸기 때문. 환경청은 "계양산이 일부 훼손됐긴 했지만 환경축으로서 중요하므로 개발보다는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21일 열린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는 롯데의 계획안이 상정되지도 않았다. 지난해 말 27홀 골프장 건설안이 환경청의 '부동의'로 반려된 데 이어 이번에도 반려됨에 따라 롯데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소식에 그간 롯데의 골프장 건설을 반대해 온 인천시민들은 반가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이 반갑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골프장 건설 반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이가 있다.

10m가 넘는 계양산 소나무 위에 천막을 치고 70일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인천 생명평화기독연대 집행위원장 윤인중 목사.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이곳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인천 녹색연합 신정은 간사의 뒤를 이어 농성을 진행 중인 그는 "환경청의 소식은 알고 있지만 당분간 나무에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것일까?

인천시민 열 중 아홉은 '골프장 건설'에 반대
▲ ⓒ프레시안

계양산 북서쪽 등산로 입구에서 5분 남짓 들어가자 나무 위에 자리 잡은 윤 목사의 천막이 나타났다. 숲 입구에서부터 펼쳐져 있는 소나무 숲은 금세 외부의 소리가 차단될 만큼 울창했다.

"안녕하세요!"

땅에서 건네는 그리 크지 않은 인사소리는 조용한 숲 속에서 어렵지 않게 윤 목사가 있는 천막까지 전달됐다.

"좀 더 이른 아침에 왔으면 무릉도원처럼 안개가 펼쳐진 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윤 목사는 자신의 고공농성이 꼭 70일 째인 22일 오전 쾌활한 목소리로 기자 일행을 맞았다. 도르래를 이용해 기자와 명함을 주고 받은 그는 "나무 위에 있는 70일간 '자연보호'라는 말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인지 깨달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골프장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한번 숲에 와서 오랫동안 있어 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인간이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살려준다는 이치를 저절로 알게 된다."

그는 계양산 일대에 펼쳐진 소나무 숲의 가치를 깨닫는다면 골프장 건설이란 말은 나올 수가 없을 거라고 강조했다. 계양산은 인천시에서 높이 300m가 넘는 유일한 산이다. 한국전쟁 이후 조성된 이곳 소나무 숲 일대는 맑은 공기로 인해 폐가 안 좋은 이들이 멀리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인천일보>가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인천시민들 가운데 83.6%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89.4%는 "자연 휴양림 등 자연친화적 관리계획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목사와 인천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롯데건설은 환경청의 '부동의'를 받은 18홀 골프장 대신 규모를 축소한 골프장 건설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16일) 롯데 직원들이 계양산에 찾아와 '소나무 군락지인 이곳을 원형대로 보존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걸었다. 이 일대가 애초 18홀 골프장 부지에 포함돼 있었는데, 계획을 축소해서 다시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개발 열기에 '기름 붓는' 지자체…'수수방관' 국회의원
▲ ⓒ프레시안

그가 더욱 안타까워 하는 것은 롯데의 이 같은 시도를 계양구청과 인천시가 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계양산 개발은 지난해 당선된 계양구 이익진 구청장의 공약 중 하나였다.

"계양구청장은 특혜를 줘서라도 재벌을 인정하겠다고 한다. 한국의 지방자치제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드러내는 사례다. 인천시장은 '인천은 부동산 투기도 투자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18홀짜리 골프장을 지으면 1년 세수입이 7억 원이라고 한다. 그보다 작게 지으면 얼마나 되겠나? 그 적은 수입 때문에 계양구 사람들이 살고 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 골프장은 '녹지사막'이라고도 한다. 잔디 외에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땅이다."


또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이 같은 '개발 열기'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계양구 지역구 의원인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의 대답도 참 우스웠다.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경인운하, 송도 자유특구를 찬성하는 걸 보면 계양산 개발도 반대하진 않을 것 같은데…. 차라리 찬성한다고 속시원히 밝히는 게 낫지 않겠나?"

윤 목사는 이렇게까지 계양산을 지키는 것이 단순히 지역주민들의 삶에만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계양산의 생태적 가치는 인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양산이 파괴되는 것은 곧 인천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로만 보면 인천광역시의 녹지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서해에 있는 수많은 섬들을 포함한 통계다. 이를 제외하면 인천 시내의 녹지비율은 한국 내 어떤 대도시 보다도 낮은 상태다.

또 인천의 생태계는 김포와 서울까지 이어져 있다. 계양산은 북한산, 삼각산으로 이어지며 서울의 생태축을 이루고 있다. 결국 계양산 생태계의 파괴는 서울의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더이상 골프장 안 짓겠다는 의사 밝혀야"

윤 목사는 롯데건설이 골프장 건설계획을 완전히 내려놓겠다고 밝힐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안을 철회한다고 해도 롯데건설의 소유로 돼 있는 계양산 일대가 다른 용도로 개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또다시 개발 계획을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5년 뒤, 또는 10년 뒤 다시 개발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광릉수목원을 보라. 일제 때 나무를 다 베어가려고 하니까 주민들이 막았다고 한다. 계양산 역시 숲을 지킴으로써 경제적으로 특화된 지역이 될 수 있다. 숲을 지킴으로서 지역민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진 사례는 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이제 돈을 모시고 살지, 숲을 모시고 살지 결정할 때다. 숲을 지키는 것은 힘없는 백성을 지키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 고공농성을 하다보면 지칠 법도 한데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숲이 나를 살려주고 있는 셈"이라며 건강이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인천시내 51개 환경·시민단체들이 모여 지난해 8월 결성한 계양산골프장저지인천시민대책위원회 홈페이지()에 '소나무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적으며 고공농성을 통해 느낀 생각들을 알리고 있다.

그는 "환경부의 '부동의'로 운동이 끝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계양산 입구에 세워진 롯데건설의 개발계획 안내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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