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평창 올림픽, 죽지도 않고 또 오려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평창 올림픽, 죽지도 않고 또 오려고? [정희준의 어퍼컷⑩] 브레이크 없는 '올림픽 유치', 이제 그만
평창의 올림픽 유치가 실패한 이후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평창이 과연 세 번째 도전을 감행할지 여부이다. 그렇게 가는 것 같다. 조만간 강원도의회가 재도전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며칠 후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결연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렇게 시작하지 않을까. "강원도민들의 희망과 열정을 저버릴 수 없기에…"

들리는 바에 따르면 강원도는 올림픽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8년 동안 꾸려 온 유치위원회 사무국을 해체해야 한다는 점. 또 유치 포기는 이제까지 유치활동을 위해 지원받았던 수백억원의 국고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돈이 들어오고 내 사람 쓸 수 있는데 이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중앙정부로부터 약속 받은 올림픽을 위한 지역개발사업을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서도 '올림픽 정국'은 계속 가야하는 것이다. 올림픽 유치에 결국 성공하든 말든 말이다.

'스포츠민족주의'라는 괴물이 가리는 현실
▲ 지난 16일 강원도내 42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3수 도전문제를 논의하려는 강원도의회 앞에서 3수 반대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치인들은 올림픽, 월드컵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나 대규모 국제행사를 좋아한다. 이만큼 '폼' 나는 게 없다. 방송 타고 사진 찍힐 가장 좋은 기회다. 공장을 유치해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보다 천 배, 만 배 매력적이다. 대권도전까지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스포츠민족주의'의 토양이 참으로 우수한 곳에서는 이른바 '묻지마 유치'도 가능하다. 돈이 들어오건 나가건 모든 것은 '경제효과'로 포장해 선전하면 대회 준비가 '고생길'이건 '세금길'이건 주민들도 다들 좋아한다. 다 속아넘어간다. 인천시민들도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놓고 좋아라 환호 하긴 했는데 막상 새로 지어야 할 경기장 수가 40개에 이른다는 이야길 전해 듣고 이제서야 '아차' 하고 있다. 경기장 건립에만 4조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스포츠이벤트나 국제행사를 유치하려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는 하나 같이 경제효과, 관광객 유치, 지역 브랜드이미지 제고를 앞세운다. 먼저 경제효과? 그런 거 없다. 2002년 영국 스포츠학자인 스지만스키(Szymanski)는 <월드이코노믹스>지에 실린 '월드컵의 경제효과'라는 논문에서 "월드컵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국가는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나서면서 갖은 경제적 효과를 '창조(inventing)'하는 나쁜 버릇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은 밥 먹여주지 않는다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는 한마디로 빚잔치다. 얼마전 한국팀의 예선탈락으로 끝난 U-20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때 한국선수들이 뛰던 몬트리올 올림픽경기장 기억하시는가. 그 경기장의 별명이 '더 빅 오(The Big Owe, 큰 빚)'와 '더 빅 미스테이크(The Big Mistake, 큰 실수)'란다. 1976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1970년 지어진 이 경기장은 이후 몬트리올시에 엄청난 재정부담을 안겼다. 몬트리올은 결국 그 빚을 작년에야 다 갚을 수 있었다. 30년 걸렸다.

그리스 아테네도 2004년 올림픽을 유치해 놓고 개최 비용이 10조 원에 달하게 되면서 책임 소재를 놓고 정치권간 공방이 벌어지고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세계적 뉴스가 되기도 했다. 특히 올림픽 이후 그리스의 경제성적표는 실망 그 자체다. 2004년 4.7%의 GDP성장률은 2005년 3.7%로 크게 낮아졌고 소비 증가율도 4.2%에서 3.0%로 둔화됐다. 수출증가율 역시 11.57%에서 3.2%로 뚝 떨어졌고 투자도 2003년 10.7%, 2004년 5.7%에서 2005년 1.5%로 급락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유치한 호주의 경우 1만 5000명이 거주하도록 지었던 올림픽단지와 시설을 활용하지 못해 '유령마을'로 전락했고 특히 관광객은 2년만에 25%가 줄어 당시 지었던 호텔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하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동계와 하계 유니버시아드, 엑스포 등 웬만한 메가 이벤트들은 다 해 봤지만 행사 하나 했다고 경제 활성화 되고 관광객이 늘어난 도시 있으면 손 들어 보시라.

아예 망한 경우도 있다. 무주는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개최했다. 이때 지역 기업인 쌍방울이 자사 소유인 무주리조트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결국 쌍방울은 그 부담으로 인해 1년도 안 돼 부도가 났다. 이 바람에 전북은 간신히 탄생시킨 프로야구팀 레이더스마저 잃어야 했다. 그 팀, 지금 1등을 씽~씽~ 달리고 있다.

올림픽 유치 시도를 '죽여야 하는 이유'
▲ 지난 5일 과테말라 IOC 총회에 참석한 삼성 이건희 회장, 노무현 대통령, 한승수 유치위원장(왼쪽부터) ⓒ로이터=뉴시스

평창올림픽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필자는 이전 연재에서 '대충' 설명했다. (☞ 관련기사 보기: 평창동계올림픽, 일단 정지! )

요약하면 첫째, 하계와 다르게 동계 올림픽은 환경파괴가 전제된다는 점이다. 특히 평창이 어떤 곳인가. 평창군 봉평면 하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이다. 그리고 둘째, 딱 대회 기간까지만 좋다는 점이다. 폐막 후에 강원도는 그 많은 시설과 숙박업소들 감당하지 못한다. 건축학에서도 스포츠시설물은 고용창출효과와 경제효과가 가장 낮은 시설물로 분류된다. 그래서 필자는 '강원도민에겐 재앙과도 같은 올림픽'이 될 거라 표현하기도 했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멋지게 치른 일본의 나가노는 올림픽이 끝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외국의 학자는 나가노 주민들을 '추운 겨울 밖에서 비 맞는 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현재 2010년 동계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환경파괴와 토착민 강제이주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도저 앞에 드러눕겠다는 주민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작 강원도가 올림픽을 유치해도 혜택을 보는 것은 도민들이 아니다. 최대의 수혜자는 아마 삼성이 되지 않을까? 그 바쁜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닌 이유를 생각해 보라. 메가 이벤트 유치의 장막 뒤에는 항상 이익집단이 도사리고 있다.

'올림픽 투기'의 단적인 사례 소개합니다

소개할 인물이 하나 있다. 일본 세이부그룹의 경영주로 1980년대 일본경제 황금기에 세계 최고 부자에 오른 츠츠미 요시아키다. 그는 철도사업을 주력으로 프로야구단 세이부 라이온스 등 부동산, 관광, 스포츠 분야 140개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일본야구의 대표 에이스 마쓰자카의 미국 진출을 허락한 사람도 바로 그다. 일본스키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IOC 명예위원이기도 했는데 바로 그가 나가노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이었다. 사실 그는 2002년 월드컵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

그가 왜 그렇게 올림픽과 월드컵 유치에 열심이었을까. 물론 '스포츠를 좋아하고 조국을 사랑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가노 주민들에게 지금은 골칫덩어리로 남아있는 봅슬레이 경기장 '나가노 스파이럴'과 빙상장 'M-웨이브'를 건설한 회사가 바로 그가 소유한 투자개발사 '카지마'였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카지마'는 또 J리그 평균 관중의 두배가 넘는 규모로 지어져 '쓸모 없는 하얀 코끼리'라는 비아냥을 듣는 2002년 월드컵 경기장 중 사이타마, 미야기, 니가타, 시즈오카 등 네 곳의 경기장을 지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공교롭다. 그는 2004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며 시작된 많은 시설물과 기반조성 사업에는 많은 토건자본과 투기자본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올림픽을 유치하면 모든 고생을 도맡게 될 강원도민에게 돌아갈 '건더기'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강원도가 올림픽에 재도전하면서 2004년 첫 삽질을 시작한 1조 4100억 원짜리 야심만만 프로젝트 '알펜시아 리조트' 개발은 과연 그 어느 구석이 강원도민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재주는 곰이 넘고…돈은 누가 챙기나?
▲ 평창 올림픽을 위해 지난해 착공된 대관령 알펜시아 리조트 조감도 중 일부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세계 최고의 명품 리조트가 될 거라는 알펜시아 리조트의 골프장 빌라는 17억~44억 원짜리란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는 태영, GS건설, 동부건설인데 중앙에서 온 이들 건설사들이 정작 강원도내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콘크리트, 기계, 플라스틱, 광고물 등의 자재는 외면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 부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건설이 완료되더라도 이것이 과연 강원도민들을 위한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의문시 된다. 이곳에 와서 즐기는 사람들은 당연히 외지인들이다. 고급 빌라로 가득 찬 이 곳에 과연 고용효과가 생겨날 수 있을까? 기껏해야 빌라촌과 골프장이 용역회사를 통해 경비원을 고용하고 캐디 고용하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모두 비정규직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투기바람. 그나마 강원도민들이 투기해서 돈 번다면 말 않겠지만 이도 그렇지 않다. 평창지역 토지의 60%가 이미 외지인들 소유인데 유치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퍼진 올해 이곳의 땅을 사들인 사람의 80~90%는 외지인들이라 한다. 이런 가운데 평창의 땅값은 1년새 10.9%나 뛰었다. 올림픽은 과연 누구의 배를 불리는가.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의 경고는 설득력이 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나 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의 단초는 모두 토건 및 투기자본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1차 대전 종료 이후 경제 호황을 누리던 시기, 플로리다에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서게 됐는데 막상 리조트 분양이 저조해지자 투자자들의 부도로 연결됐다. 이는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은행의 부도로 연결됐고 결국 10월의 증시 폭락으로 귀결됐다.

일본의 경우도 일본경제가 80년대 유례 없는 고공행진을 만끽하다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는 점 외에도 리조트 같은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일본이 80년대 활황기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특히 유명 골프장과 리조트 등의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이부의 요시아키 회장도 이때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하게 된다.

땅값이 과도하게 폭등하면서 일본국토의 가치가 미국국토의 가치를 상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자산가치의 거품이 꺼져 원상회복하게 되면서 그 차이가 그대로 일본의 기업과 국민들에게 손실이 됐던 것이다. 일본 역시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던 금융기관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 미국과 일본 모두 아파트나 업무용 빌딩이 아닌 리조트 같은 부동산 쪽으로 건설과 투기자본이 몰릴 때 심대한 경제문제가 발생했다. 이쪽은 수요 예측이 도박과도 같기 때문이다.

하려면 제발 '제대로' 해라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 할 수도 있다. 대신 하려면 제대로 준비하고 해라. 술 마시며 결정하고 밥 먹으며 로비만 하지 말고 공부 좀 하고 해라. 그리고 제발 그 황당한 사탕발림 좀 하지 말고 솔직히 이야기를 해라.

2002월드컵을 유치한 일본의 예를 들겠다. 일본의 월드컵 유치는 '신일본' 창조의 연장선상 위에 있다. 1993년 J리그의 출범이 그 1단계라면 월드컵은 2단계 작업이다. 일본의 국가적 현안이었던 과도한 도시집중와 인구의 농촌 탈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을 경제적으로 구조조정하고 활성화 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불어 넣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였다. 우리처럼 허황된 통계수치로 국민들을 현혹한 뻥튀기의 경연장이 아니었다.

돈은 많이 들긴 했지만 삿포로, 니가타, 오이타 등에 경기장을 짓고 시민구단을 창설할 여건도 마련해 주었다. 결국 J리그는 성공했고 지방으로의 역이주도 늘어나 당초 목표했던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이 실질화 되고 있다. 일본에게 있어서 월드컵은 장기계획에 기반한 여러 단계의 포석 중 하나였지, 우리처럼 이벤트 '한방'으로 '천지개벽'이 될 거라는 과대망상에 가까운 욕심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높으신 분들은 더 이상 우리를 기만하지 말라. 속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언론도 이제 그만 하시라. 실상은 뻔한데, 조금만 둘러보고 조사해 보면 다 드러나는데 그렇게 열심히 정권의 '입'이 되시면 되겠는가. 언론이 여론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만든다는 사실, 올림픽을 보며 다시 한번 느낀다.

마지막으로 돈과 정치에 놀아나는 올림픽은 이제 유치가 아니라 아예 보이콧의 대상이다. 그게 어딜 봐서 '순수한 젊은이의 축제'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