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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4세 소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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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4세 소녀에게 [에다가와 조선학교 '희망의 詩' 릴레이⑥]
재일 조선인 4세 소녀에게

-김경훈

소녀야
강휘선 무용단의 어엿한 한 사람으로 제주에 온
재일 조선인 4세 소녀야

올해 네 살 된 너는
밝은 미소로 기차놀이 무용공연을 하였지
휴전선도 없고 분단의 아주 사소한 앙금도 없이 너는
한반도가 너의 길이 되어 달리고 또 달렸지

무대 위 커다란 소나무 팻말에 적혀 있는
'판문점'이라는 흉물의 뜻을 너는 알까
못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금줄을 너는 알기나 할까

그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채 알기도 전에
너는 열네 살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너는 덜컥
가슴을 치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
'외국인 등록갱신'이라는 쇠망치 소리를 듣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소녀야
태어나서 자란 나라와 조국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재일 조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너는 스스로 뼈아프게 되새기겠지
차별과 소외라는 것에 대해서도 너는 온몸으로 느끼게 되겠지

너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너에게 고스란히 유전되는 고통의 정체에 대해
민족이나 조국 그리하여 자기정체성에 대해
너는 무수한 날밤 지새우며 고민하겠지

그러나 소녀야
그 모든 아픔을 너의 세대들에게만큼은 물려줄 수 없구나
네가 오늘 달리고 달린 그 길이 꿈이 아니라고
그것이 환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현실이라고
나는 지금 너에게 말하고 싶구나

소녀야
재일 조선인 4세 소녀야
이 제주에서부터 백두까지 통일의 선로를 하나씩 놓자꾸나
너희의 꿈을 위하여 못난 어른들은 선로의 침목이 될지니

소녀야
너희들은 마음껏 내달리거라
10년 후에는 너희가 주인 되는 세상이 되리니
너희의 마음속에는 오직 푸른 꿈만 가득하거라
나의 딸, 조선의 소녀야
김경훈 시인은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집으로 <한라산의 겨울>, <삼돌이네 집>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제주 4.3 사건 지원사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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