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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대통령' '거대 여당'이 짐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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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대통령' '거대 여당'이 짐이 될 수도… [한귀영의 여론읽기]<2> 이명박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들
이명박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가 새 정부 출범 1주 만에 50% 이하로 떨어졌다. 역대 정부와 비교할 때 매우 불안한 출발이다. 임기 내내 거센 여론의 질타에 시달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직후에는 90%대, 취임 한 달 즈음에는 70%대에 이르렀다.

취임 전까지는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되고 평가할 대상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지도가 비교적 높다. 하지만 직무수행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평가할 대목들이 속출하기 때문에 지지도가 하락세로 급변한다. 이 같은 현상은 비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반복되던 패턴이며 노무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지지도 하락의 속도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만 가겠다'는 순교자적, 독선적 태도

새 정부의 출범이 이렇듯 불안한 한 것은 출범도 하기 전에 인수위 활동 등 의욕이 넘쳐나면서 평가할 거리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할수록 평가할 대상도 많아지는 것이다.
▲ ⓒ연합

여기에 인수위 활동과 초대 각료 인선 논란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지만 그 평가는 50%대에 그쳤다. 영어교육, 한반도대운하 정책 등 논란이 큰 정책들에 대한 비판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폄하하면서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더라도(핍박을 받더라도) 자기 갈 길만 가겠다는 순교자적 태도와 흡사하다. 하지만 지금은 순교자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동반자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초대 각료 인사 파동도 이 같은 편협한 사고, 내 생각만이 옳다는 독선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재산이 많은 것이 뭐가 문제되느냐는 사고는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증의 부실로 이어졌다. 문제는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독선과 잘못에 대한 성찰부재로 인해 실수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대선의 압도적 승리, 취약한 지지 기반

이명박 정부의 자신감은 지난 대선에서 2위 후보를 압도적 격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역대 최저 투표율과 낮은 선거 관심도로 인해 대표성 면에서 취약하다.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지만 투표에 불참한 유권자까지 고려하면 이명박 새 대통령을 지지한 층은 기껏해야 전체 유권자의 30% 남짓이다. 게다가 역대 대통령 당선자와 비교해 지지충성도도 약하다. 잦은 도덕성 논란으로 '도덕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경제를 잘 할 것 같아서'라는 조건부 지지에 가깝다.

최근 여론 흐름 심상치 않아

출범 일 주일 지지도가 50% 이하로 급락하는 등 유례없는 지지도 하락 속도는 물론, 초대 내각 인사에 대한 냉혹한 평가 등 위기의 징후는 도처에서 드러난다.

오마이뉴스-KSOI의 2월 26일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인사의 만족도는 45%로 과반 이하에 그쳤다. 불만족 응답은 46%로 나타났는데, 주목할 만한 대목은 서울, 40대, 고학력층, 자영업과 화이트칼라층 등 여론주도층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의혹 두 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부동산 투기 의혹 (59.6%), 불법증여 및 탈세 의혹 (44.1%), 본인 및 자녀의 병역면제 의혹(33.2%), 가족의 이중국적 취득 (29.6%) 순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초대 내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과 의혹 중 국민들은 탈법, 편법적인 재산 증식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논란이 된 문제들 대부분이 서민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 등 편법적인 재산증식 문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 대부분이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격한 도덕성 기준이 요구되고 있어 주목된다. 의혹이 제기되는 장관 내정자의 처리에 대해서는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65.3%로, 큰 문제가 아니므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32.7%)을 압도했다. 부적격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은 한나라당 지지층과 이명박 대통령 투표층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부자내각 논란으로 이명박 새 정부의 비서민성이 너무 빨리 노출되면서 대중들의 서민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화이트칼라, 30대, 고학력, 서울지역 등 전통적인 민주파유권자들이 다시 꿈틀거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도 진보개혁적 요구 여전해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 것은 이명박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 방향에서도 확인된다. KSOI 2월 26일 조사 결과,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전체의 성장이 지연되더라도 복지와 분배가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54.0%로 '일부가 희생되더라도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 44.4%보다 우세했다.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제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응답이 63.2%로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응답 33.1% 대비 월등히 높았다.

그리고 현저한 변화가 예상되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당사자인 남북간의 대화를 우선시해야한다'는 응답이 64%로 '우방인 미국과의 협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 33.7%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점은 정책전반에서 보수, 실용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진보 개혁적 요구가 매우 높으며 참여정부 때보다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국민 여론도 보수 안정 기조 쪽으로 기울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속에 다른 의견을 가진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잦아지고 지지층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대폭 하락하는 등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수록 반대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즉 정책능력에 대한 회의는 정책기조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임기 초반부터 흔들리면 정책 기조 또한 흔들리면서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초대 내각 논란으로 한나라당 지지도 하락했으나

그렇다면 초대 각료 파동 등 이명박 정부의 실책들이 총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나라당의 절대적 우세라는 선거구도에 조금씩 변화 조짐이 일고 있는가? 정당지지도상으로는 미세한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도가 1월 대비 6%포인트 빠지면서 4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작년 6월 재보선 패배 직후 일시적으로 한나라당 지지도가 30%대로 하락하는 등 다소간의 기복은 있었지만 50%내외의 초강세 지지도는 2005년 10월 재보선 이후 꾸준히 유지되어왔다. 특히 영남지역 다음으로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던 서울지역에서 전체 평균 수준 이하로 하락한 점이 주목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으로 위상이 변하면서 한나라당이 과거와 같은 반사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아울러 반노무현 선거전의 시효가 소멸되면서 여론의 질타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새 대통령으로 직접적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통합민주당 지지도는 큰 변화 없어

한편, 한나라당 지지도 대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당들의 지지도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당파층이 40%까지 대폭 늘어났다.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한 층들이 아직까지는 야당에게서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관망층, 무당파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체제의 통합민주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세력을 결집하고 정부조직개편안, 각료인선 문제 등을 놓고 새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하면서 선명야당이라는 존재감은 일정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이탈한 층을 끌어올 만큼의 대안세력으로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의 조사에서 오는 4월 총선의 최대 이슈인 국정안정론과 여당견제론(36.6%)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국정안정론이 55.8%로 월등히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통합민주당, 리더십의 부재와 지지기반 약화로 회복 쉽지 않아

새 정부에 대해 벌써부터 불안하다는 우려의 여론이 만만치 않고 장관 인선 논란 등 출범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한나라당 절대 우위의 총선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04년 총선은 지금과 반대로 탄핵사태로 인해 한나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으나 당시는 박근혜 라는 대안적 리더십이 살아있었고 보수성향유권자들도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결집력을 상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통합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리더십과 지지기반 모두를 상실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의 지지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예측불허의 접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서울 지역의 경우 최근 여론 흐름이 비한나라당 쪽으로 변하고 있다. 비한나라당 지지세가 비교적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절대 우위 구도가 접전 구도로 변화하고 있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화이트칼라, 30대, 고학력층 등 민주파 유권자들의 결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통합민주당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통합민주당에 정당지지도 등 선거환경이 우호적이고 현역의원 중 경력과 평가가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접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거대 여당 출현, 이명박 정부에 책임 집중돼 국정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는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견제론이 부상하면서 혼전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한나라당의 절대 우위 구도 자체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거대여당이 탄생하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의회 모두 한나라당이 장악하는 초유의 상황이 올 수 있다.

문제는 이명박 새 대통령의 지지도가 임기 초반부터 흔들릴 경우 책임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책임을 분산시킬만한 대상이 없기 때문에 모든 책임이 이명박 새 대통령으로 집중될 수 있다. 권력 집중은 책임 집중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기에 강력한 대통령 및 거대 여당의 출현이 정국운영에 오히려 큰 짐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거대 정부, 더 많은 책임 요구돼

이러한 점에서 총선 압승이 이명박 새 정부에게는 독이 되는 역설적 결과가 올 수도 있다. 거대 정부 하에서 한반도 대운하, 영어교육 정책 등 논란이 되는 정책들을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경우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의 힘이 약한 시기에는 추진력 있는 행태로 비춰질 수 있지만 힘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독선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독선과 추진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의회마저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슈퍼파워를 지닌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것에 대해 더 강력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초대 내각 파장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와 같이 책임을 외부화 하는 것은 회피적 태도로 비춰지면서 지지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수행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을 통해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성찰하고 수정하는 책임의 내부화가 필요하다. 더 많은 책임 속에서 정권의 정당성과 파워도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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