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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MB, 비상구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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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MB, 비상구는 있나? [한귀영의 여론읽기]<4> 쇠고기 정국은 작은 시작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80일 만에 20%초반대로 곤두박질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가 26.5%였으니 그보다 낮은 셈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표면적 지표보다 그 내용이다.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6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계속 지니고 있었거나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많은 국민들이 반대층으로 돌아선 것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반대층 60%의 의미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시도하는 국정 사안 사안에 대해 '삐딱하게' 보게 될 국민들이 약 3분의 2에 이른다는 점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 전반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지지도의 내용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지점은 누가 이탈했는가이다. 20대와 30대는 물론 40대까지, 화이트칼라, 대재 이상 고학력층의 이탈이 두드러지는 데 이 층은 전통적으로 개혁적 색채가 강하면서 이슈전달력이 강한 층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침묵해 있던 전통적 개혁성향층이 쇠고기 정국을 계기로 본격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 지지도는 한 번 기대감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미지에 기반한 대통령후보 지지도와 달리 대통령 지지도는 업적 수행에 대한 사후평가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지지도 하락은 일순간이나 상승은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하락 현상, 노무현 정부 시기와 유사해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하락 현상을 노무현 정부 시기와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80일 즈음 지지도(2003년 5월)는 54~67%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임기 초반부터 위기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지만 과반의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지도가 20%초중반대로 곤두박질 친 것은 탄핵사태와 총선을 거치고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획득한 이후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정책을 백지화하면서 지지도가 수직 하락했다. 즉, 국민들은 정부여당이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기반을 선거를 통해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심과 유리된 정책이 나오자 급격히 이반하기 시작한 것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이는 지금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총선을 통해 정부 여당이 중앙정부, 지방정부에 이어 의회까지 다수당이 되면서 탄탄한 통치기반이 만들어졌다. 국민들이 강력한 통치기반을 만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설익은 정책, 민심과 유리된 정책이 나온 결과 지지도가 수직 하락한 것이다. 강화된 통치기반은 책임의 집중으로 이어지면서 정책실패 시 그 타격이 직접적이고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지지도 하락은 쉬워도 상승은 어려워

물론 임기 초반이고 아직 4년 10개월의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현재의 국면은 국민과 대통령이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과도기 상황의 진통국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번 하락하기 시작한 지지도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있는가? 일각의 분석처럼 지지도가 바닥을 친 이상 상승은 시간문제일까?

다시 노무현 정부 시기로 돌아가보자. 당시 의미 있는 지지도 상승이 일어났던 시기는 두어 차례에 그쳤다. 2005년 초 해외순방 직후 순방외교가 일정부분 평가를 받으면서 20%후반에 머물렀던 지지도가 30% 초중반으로 상승했다. 이 상승기는 한일 간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4개월 여 유지되다가 4.30 재보선에서 여당이 23대 0으로 참패하면서 종결되었다. 또 한 번의 시기는 임기 말 한미 FTA협정 타결 직후다.

FTA협정 체결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지지도 상승은 국내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서 발생했다. 즉 국내 정책 또는 정치로 풀지 못하는 침체 국면을 외부적 상황이 풀어주면서 지지도가 상승한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지지도 상승을 이끈 계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이 아닌 보수성향층이었다는 점이다. 한일 독도영유권 분쟁 시기에도 노대통령의 대일강경입장에 대해 보수층이 지지를 보낸 바 있으며, 한미 FTA 체결 직후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이는 지지층이 한번 이탈하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지지를 철회한 층이 찬성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역설적으로 비판층이 개별 사안에 대해 찬성을 표하는 게 훨씬 쉽다는 의미다. 지지층은 기대가 크기 때문에 그 기대가 한번 무너지면 좀처럼 회복하기 쉽지 않은 반면 비판층은 기대가 낮기 때문에 사안별로 지지를 표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개별 사안에 대한 지지이기 때문에 지지도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이를 종합하면 한번 하락한 지지도 상승은 국내 정책 등 내부적 계기를 통해 좀처럼 상승세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한번 이탈한 지지층을 잡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지도 하락은 쉬워도 상승은 지난하다.

초반부터 흔들리는 이유, '능력'에 대한 회의 고조돼

그렇다면 압도적 격차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임기 초반부터 심하게 휘청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월 14일 KSOI 조사에서 이명박 새정부에게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충분한 여론수렴 없는 무리한 정책추진'이라는 응답이 37.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소외계층 배려 등 국민통합에 소홀한 행보' 15.4%, '지나친 친기업정책 등 편향된 정책노선' 14.5%, '특정 지역, 학교, 종교에 편중된 코드인사' 13.9% 등의 순으로 나타난 바 있다.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행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고 이러한 우려가 쇠고기 정국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 새정부에게 우려되는 점ⓒKSOI

이같은 '일방적 행보'는 정책과정에서의 무리수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무리수가 반복될 때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는 신뢰저하와 무능함에 대한 실망감이다. 사실 임기 초반 대통령의 무리수는 역대정부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고 의욕은 넘치며 정책적 조율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다. 문제는 능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능력면에서 전임대통령과 확실히 다를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가 흔들리면서 이명박 정부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정책방향을 놓고 대중과 대통령의 정면충돌 잦아질 수 있어

이번 쇠고기 파동은 개별 정책을 놓고 일반 국민과 대통령이 정면충돌한 것으로 과거 비슷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정책노선에 대한 갈등 양상이 앞으로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국민간의 갈등이 과거의 민주 대 반민주로 대표되는 정치갈등에서 구체적 정책사안에 대한 갈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화'라는 추상적 차원에서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정책 차원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정책이슈가 노선갈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시행하면 좋다는 차원이 아니라 어떤 정책이냐가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과 민심이 다를 경우, 정책 하나하나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쇠고기 정국은 어쩌면 작은 시작일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방향과 MB의 정책방향 달라

이명박 정부의 고민은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방향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노선이 상이하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2월 26일 KSOI가 이명박 새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정책방향을 경제분야, 교육분야, 대북정책분야로 구분해 질문한 결과는 이같은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전체의 성장이 지연되더라도 복지와 분배가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54.0%로 '일부가 희생되더라도 성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 44.4%보다 우세했다. 성장을 우선적 목표로 놓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국민여론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방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제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이 63.2%로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 33.1% 대비 월등히 높았다. 아울러 현저한 변화가 예상되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당사자인 남북간의 대화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64%로 '우방인 미국과의 협조를 우선시해야한다'는 응답 33.7%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는 사회정책분야에서 국민들의 지향성이 진보쪽으로 상당히 기울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 전반에서 보수, 실용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정부와 정책노선을 놓고 갈등이 빈번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국민들의 '공공적 가치 지향성' 수용해야

그렇다면 취임 3개월도 안 돼 큰 위기에 봉착한 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가?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국정운영 스타일의 전면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대통령 자신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고 급선무다. 민심을 읽고 민심과 소통할 수 있는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중들의 '공공적 가치 지향성'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경제성장'으로 모이고 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목표했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이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진다면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자신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대통령'자신이라는 일각의 비판은 시의적절하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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