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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정치, 20% 지지율로 5년 끌고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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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식 정치, 20% 지지율로 5년 끌고 가려나? [한귀영의 여론읽기]<6> 소통부재ㆍ강경대응 정치의 함정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두 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여러 개의 기록이 갱신되었다. 새 정부가 취임한 지 넉 달여 만에 수십만이 운집한 대규모 집회가 두차례나 열렸고 연행자수는 1000명이 넘는다. 그 사이에 대통령 지지도는 12%까지 하락했다가 20% 선을 간신히 회복한 상태다. 이 모든 일이 불과 취임 4개월 만에 벌어졌다.

6.10 이후 상황 : 한 발짝 후퇴(사과) 후 세 발짝 전진(강경대응)?

혼돈 속 정국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고 주말을 넘기고 나면 가닥이 잡히겠지 하길 몇 주째다. 하지만 혼돈 정국을 꼼꼼히 뜯어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이 보인다.

대규모 촛불집회 뒤엔 대통령의 사과가 뒤따르고 그와 동시에 강경책이 나왔다. 지난 6월 10일 87년 6월 이후 최대인파가 시청 앞에 운집한 직후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들으며…' 등의 힘든 심경을 토로하면서 국민에게 두 번째 사과를 했다. 그리고 곧이어 청와대 수석급 인사을 전면 교체했고 민의를 수용해 추가협상도 진행했다. 이에 대한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 지지도도 20%선으로 회복되었고 추가협상이 미흡하고 불만족스럽지만 수용하겠다는 기류도 일정부분 형성되었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중단해야 한다며 피로감을 표명하는 국민들이 높아졌다.
▲ ⓒ프레시안

여기에 고무되서였을까? 쇠고기 장관 고시게재를 서둘렀고 상황은 급변했다. 이와 동시에 촛불시위는 격렬해졌고 정부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촛불민심과의 거리는 더 멀어져만 갔다. 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의 사과 등으로 한 발짝 물러난 후 곧 이어 강경대응을 통해 세 발짝 전진(?)한 것으로 사과에 진정성이 없음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들만의 전당대회, 제도정치에 대한 회의 여전해

주목할 만한 것은 6.10 이후부터 추가협상, 고시게재까지 일련의 상황들이 지금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정치권 상황을 살펴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고 국회 개원에 일정부분 합의했다. 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내 제 정비, 양당간 대화채널 복원, 원 구성 합의 등 여러 일정들이 기대되지만 양당 대표 모두 대중적 기반이 약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한계를 지닌다.

대중성이란 국민적 관심의 다른 표현이다. 대중성 있는 인물, 즉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끄는 대선주자급 인물이 당대표가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당의 대한 대중의 관심과 주목도의 차이로 이어진다. 전당대회 직후에 나타나곤 했던 이른바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효과)가 이번에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당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할 때 대중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 즉 제도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촛불정국 속에서 반 여의도 정서, 대의제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높은 상황 속에서 제도권 정당의 입지는 희미해질 위험성이 있다. 양당의 전당대회, 개원 등 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의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이전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도권 정치, 대의제 정치에 대한 기대가 약할 때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거리의 정치다.

정부의 강경대응이 소진된 촛불동력을 다시 일으켜

여의도의 상황뿐만 아니라 거리의 상황도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6.10 대규모 집회를 전후로 촛불집회의 동력은 사실상 소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저항이 이 정도 표출되었으면 정부도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고, 출범한 지 100일 밖에 안 된 정부에게 성찰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는 주어야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대통령의 사과, 청와대 수석급 인사 전면 교체, 추가협상 추진 등은 국민들의 기대감에 일정부분 부응하는 조치들이었다.

하지만 성급한 고시게재와 이에 저항하는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진압 등으로 소진되었던 내부 동력이 다시 수혈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6월 29일 새벽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종교계의 참여로 이어지면서 촛불시위 비판론이 약화되고 공감대가 다시금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냉정히 판단하건대, 7.5 대규모 집회 이후 촛불집회를 이어갈 내부 동력은 거의 고갈된 상태다. 광우병대책위의 리더십과 이슈 주도권도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2개월 이상 지속된 시위로 참여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고조되어 있다. 또한 장마가 본격화되고 휴가철이 시작되면 촛불집회 참여자가 줄어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주파수를 벗어난 비정상적 대응방식이다. 보수언론도 비판하는 '찔끔 개각', 경찰의 촛불 종교인 형사처벌 검토 발언, 보수언론 광고주 압박 운동을 주도한 네티즌들에 대한 출금 조치 등은 꺼져가는 촛불집회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6.10 이후 약화되어 가던 촛불집회가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다시 타올랐듯이 말이다.

고시 게재를 서두르지 않았더라면...

6.10 이후부터 7.5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대응코드는 '강경기조'로 요약될 수 있다. 정부가 이렇듯 단시일 내에 강경모드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취임 4개월 만에 12%(내일신문, 6월 16일 조사)까지 지지도가 하락하는 등 보수적 성향의 핵심지지층마저 이탈하는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국정 회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에 불안해하는 보수층을 끌어들여 국정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둘째는 대중들 사이에 촛불 피로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 ⓒ프레시안

하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촛불집회가 장기화되고 한 때 과격양상을 띠면서 그 형식에 대한 반감은 상승하고 있었지만 미국산 쇠고기 불안감이라는 본질적 이슈 자체는 여전히 살아있다. 촛불집회가 그릇에 해당된다면 미국산 쇠고기 불안감은 내용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릇이 깨지면 내용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복기해 보건대 만약 정부가 고시 관보 게재를 서두르지 않았다면 촛불집회 피로감이 쇠고기 이슈를 덮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급한 고시 게재와 이 과정에서 촛불시위대와 정부 간의 물리적 충돌이 고조되면서 관망층, 또는 중립지대에 있던 층들이 다시 정부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되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종교인들이 가세한 이후 하락추세이던 촛불집회에 대한 찬성여론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리얼미터 7월 1~2일), 촛불집회 지속여부와는 별개로 공감층은 여전히 60~70%에 이른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겨레 7월 5일 조사, 촛불집회에 대해 "공감하며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28.5%, "공감하지만 이제는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이 43.7%, "공감하지 않으며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이 22.0%)

국정운영 지지도 20%선에서 고착화 조짐도 나타나

추가협상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0% 선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지도 반등세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점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추가협상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지지도가 고시게재 이후 20%선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 지지도는 취임 100일 즈음 지지도 수준이다. 이 지지도로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렵다. 핵심지지층을 결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간지대에 있는 층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외연을 확대해야만 한다. 또한 국정비판층의 명분을 약화시켜 관망층으로 유도해야 한다.

6월 19일 대통령 담화와 청와대 인사 전면 교체, 21일 추가협상 발표 등 정부의 발빠른 조치들 이후 지지도가 20%까지 반등하고 반대층의 강도가 약화되는 조짐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고시게재를 서두르면서 지지도가 정체하고 반대층의 강도는 더 강화되었다. 고시게재 이후에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여전히 20% 내외에 그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일보 6월 28일, '잘했다' 20.7%, '잘못했다' 68.6%, 한겨레 7월 5일 '잘하고 있다' 20.9%, '잘못하고 있다' 66.2%)

정치에도 20대 80의 구도 나타나나?

둘째는 대통령의 지지도 회복이 아직까지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 데 따른 적극적인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촛불집회 피로감, 보혁 대결구도 강화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전통적 보수층이 결합한 측면이 강하다. 50대 이상, 자영업과 주부, TK지역 등에서 지지도 반등이 두드러졌다.

이는 정부가 신뢰회복이라는 정공법보다 보혁구도 등을 동원해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하면서 통해 국정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공학적 방법을 택했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20~25%의 전통적/강경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30%의 반대층은 포기하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관망층, 중간지대에 있는 층들이다. 신뢰회복을 위한 근본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중간지대의 층도 설득하기 어렵다. 25% 수준의 전통적 보수층만으로 남은 5년을 통치해나가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현재의 위기는 더 깊어지고 내재화된다. 반대층의 비판강도는 높아지고 사소한 사안 하나하나에도 극심한 충돌과 사회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갈등 조정 비용도 높아지면서 정부가 져야 하는 부담이 급증한다. 정치도 20대 80의 구도, 즉 20%의 지지층과 80%의 비판 및 관망층의 구도가 나타나면서 사회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80을 안고가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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