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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주식투자, 사라지는 노후예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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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브레이크 없는 주식투자, 사라지는 노후예탁금 [밥&돈] 벼랑 끝의 국민연금 ① 헤지펀드에도 투자?
미국발 금융위기 태풍 앞에 국민연금기금이 휘청거리고 있다. 주식 손실 규모가 심상치 않다. 올 8월 현재 주식투자로 8조 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기가 심화될수록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과 정부는 이번 사태가 외부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항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혹 우리가 스스로 초래한 것은 아닌가?

근래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가 급속히 증가했다. 2013년에는 무려 2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민간위탁하는 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연금의 주인인 가입자들은 '벼랑을 향해 달려가는' 국민연금기금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새 판이 필요하다. 이대로 수수방관할 경우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예탁금이 허망하게 날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이 국민연금의 고위험 투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글을 보내왔다. 국민연금기금의 고위험 투자 실태, 주식투자 확대론의 문제점, 연금주권에 기초한 대안운용전략 등 3회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식손실액 10조 원 훨씬 넘을 것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 5개 자산군으로 나누어 운용된다. 8월까지 시가기준으로 주식에 39조 원, 채권에 181조 원, 대체투자(부동산, 사모펀드, 기업구조조정 등)에 8조 원 등 총 228조 원이 투입돼 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올해 8월까지 국내주식에서 7조2000억 원, 해외주식에서 1조3000억 원 등 주식에서 8조5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20%의 손실률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안정자산으로 평가되는 채권에선 3.4%의 수익률을 기록해 6조1000억 원의 평가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주식손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9월 이후 주가가 다시 10% 이상 대폭 하락하고 있다. 아직 정부가 추가 손실액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8월 주식부문 규모가 39조 원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3조 원 이상 손실이 더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주식손실액이 10조 원을 훨씬 넘는다는 이야기다.

손실 나도 무조건 'Go!'…9월 하락장에 국내주식 3조 원 매수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경고등은 올해 5월 이미 켜졌다. 당시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모두 3%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국내주식은 -0.64%, 해외주식은 -3.73%를 보였다. 올해 주식투자가 위험하다는 경종이 울린 것이다.

그런데도 연금공단은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비중을 줄이기보단 8월까지 3조 5000억 원을 더 투자했다. 9월은 더 이상했다. 미국에서 대형투자은행이 무너지고 구제금융이 추진되던 한달 내내 연금공단은 '증시방어 의혹'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주식을 순매수했다. 민간투자기관들이 모두 빠져나오는 장에서 한달간 국내주식 추가매입에 3조 원을 사용했다. 저점을 모르고 떨어지는 주식시장이라 더욱 도드라지는 국민연금의 주식 매입은 그래서 청와대 등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정을 지향해야할 연금공단의 공격적 투자 행태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3년, 주식투자 200조 원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제부터다. 국민의 노후예탁금이 손실을 입은 것도 걱정거리지만, 그 근원지인 주식부문 투자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8월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에 29조 원, 해외주식에 10조 원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연금공단은 올해 말까지 국내주식에 6조 원, 해외주식에 약 4조 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주식투자액은 시가로 약 50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원래 60조 원이었으나 평가손실로 인해 50조 원 수준으로 감소).

내년에는 더 커진다. 국민연금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6월 '2009년 기금운용계획안'을 확정했는데, 내년 주식부문 운용규모가 무려 84조 원이다. 전체 기금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도대체 이러한 주식투자 확대는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일까?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는 향후 '5년(2009~2013) 중기자산배분안'을 정하였다. 2013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자산군별 투자 비중을 사전에 정해 놓은 것이다. 2009년의 30% 주식투자안도 사실상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른 것이다. 아직까지 중기자산배분안은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다. 이 수치가 알려지면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이지만, 실제 이유는 급속히 늘어나는 주식투자에 대한 가입자의 비판을 피해보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연금공단에 새로 부임해 의욕에 찬 박해춘 이사장에 의해 알려졌다. 그는 지난 7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고 호언했는데, 비판이 제기되자 이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 중기자산배분안에 의한 것이라며 '천기'를 누설해 버렸다.

장차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가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 2012년 주식비중이 40%이라면, 2013년은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40%를 상당히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약 450조 원에 달한다. 이 중 200조 원이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묶이는 것이다.

주식투자 비중, 10년만에 6%에서 40%대로

근래 국민연금기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주식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은 전체 기금의 6.3%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 10%를 넘고, 올해 24%, 내년에 30%에 육박한다. 중기자산배분안에 의하면 2012년엔 40%에 이르고, 2013년에 40%를 훨씬 넘는다. 이 때는 주식 비중이 채권과 비슷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 자산에 속하는 채권투자 비중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2005년 90%에 육박하던 채권 비중이 2008년엔 73%로 줄어들었고, 내년에 60%대로 낮아지며, 2013년에는 50%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결국 2013년에 주식은 국민연금기금의 절반에 이르고, 채권은 절반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 13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해춘 이사장.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연합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해외주식투자의 증가이다. 해외주식이 국민연금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5조원, 비중으론 0.2%에 불과했다. 그런데 기금운용계획안에 의하면 올해 말에 17조원(기금의 6.8%, 절대금액은 평가손실 만큼 줄어들 것)에 달하고, 2009년엔 무려 27조 원(기금의 10%)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과연 중기자산배분안에 정해진 2013년 해외주식 규모는 얼마일까? 연금주인인 가입자는 모르고 위탁관리자인 정부와 기금운용위원회는 알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도 추진

국민연금 가입자를 걱정하게 만드는 또 하나가 있다. 최근 이명박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영역을 다양화하겠다며 헤지펀드 투자방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에 추진방안을 올렸다. 다행히 '금융위기 여론'을 감안하여 이 방안이 보류되긴 했으나 상황 변화를 보아가며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는 금융투자자들이 운영하는 사적 투자기구로 공식적인 정의도 내리기 어려울 만큼 불투명하고 의혹에 차 있는 펀드다. 자산운용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부여되어 다양하고 기발한 투자가 행해지는데, 공매도, 파생상품 투자, 레버리지 활용 등 '위험한 방식'들이 총동원된다. 현재 헤지펀드 시장규모는 대략 14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운용전략, 거래내역, 운용성과 등 기본적인 정보가 투명하게 공시되지 않아 내부자를 제외하고는 이를 거의 알수도 없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러한 것을 '투기자금'이라고 부를 것이다.

정부는 말한다. 작년 12월 국민연금법 시행령 중 '투기적 목적의 파생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단서 규정이 삭제되었음으로 이제 국민연금기금도 헤지펀드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이다. 놀랍다. '투기적 파생상품 투자'를 가능케 하는 법적 근거가 행정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이었다니!, 미국조차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하고 공매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공적연기금은 거꾸로 '투기적 파생상품'에 달려가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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