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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금융자본에 국민연금 넘겨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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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금융자본에 국민연금 넘겨 주겠다? [밥&돈] 벼랑 끝의 국민연금③·끝 국민연금 새판 짜기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투자가 논란이다. 정부 바람대로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다행이지만 금융시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올해 이미 10조 원이 넘는 주식 손실을 입었고, 금융위기가 심화되거나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앞날이 조마조마하다.

어찌해야 할까? 노후예탁금인 국민연금기금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 네 가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가입자들은 국민연금기금과의 '동거'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연금에서 벗어나려는 심정은 이해되나 지금 필요한 것은 '이별'이 아니라 '사회연대적 동거'이다.

둘째 새판짜기를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기금운용의 목표를 재정립하고 올해 기금운용계획안 수정으로 이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셋째, 국민연금기금의 대안운용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마냥 주식투자 반대만을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넷째,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가입자가 책임을 지는 연금주권이 확립돼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주인이어선 안된다.

국민연금기금 버리고 사적연금 잔치 돕겠다고?
▲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국민연금을 떠나자는 여론도 있지만, 국민연금 탈퇴는 사적연금의 편입을 의미한다는 차원에서 위험한 주장이다. ⓒ프레시안

국민연금기금과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가입자의 불만이 워낙 큰 까닭에 이 질문을 먼저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세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렇지 않아도 못 마땅했는데 이번 주식 손실을 계기로 국민연금을 떠나버리는 것이다. 솔깃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위험성으로 보면 현행보다 더 심각한 방안이다. 현재 노후를 두고 사적연금과 국민연금이 사실상 경쟁관계에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탈퇴는 곧 사적연금의 편입을 의미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적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0.8배만을 돌려주지만 국민연금은 1.8배를 지급한다(사용자가 절반의 보험료를 책임지는 직장가입자의 경우는 본인 부담 대비 3.6배). 또한 사적연금에 쌓인 기금은 보험회사가 마음대로 투자하고 만의 하나 회사가 파산할 경우 가입자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그래도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들이 '주식투자를 비판'할 수도 있고, 기금운용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도 있으며, 혹 연금재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가라는 최후의 보증인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분통을 터뜨리더라도 공적연금을 버리고 민간연금으로 가는 길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제도 안에 남지만 대신 기금을 쌓지 않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길이다. 부과방식은 그 해 연금수급자에 필요한 돈을 그 해 가입자의 보험료나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는 제도다. 연금공단에 보험료를 적립할 필요도 없고 골치 아픈 기금 운용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속 시원한 것 같지만 이것 역시 위험하다. 부과방식 연금제도가 운영되기 위해선 공적연금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존재해야 한다. 서구 연금처럼 적립금이 없더라도 앞으로 연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한국에선 지금도 기금고갈론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기금 소진'을 주창하는 것은 연금 불신을 가중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첫 번째 길과 유사하게 '사적연금'을 위한 잔치로 귀결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현행 적립방식을 영원히 고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부과방식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부과방식 전환은 연금 효과를 체험하는 수급자가 많이 생기고, 또한 고령화가 초래하는 '세대 부양' 딜레마를 해소하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자리잡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적립 기금' 없이 '연금 제도'를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고? 좋으나 싫으나 '아주 당분간' 거대 국민연금기금과 동거할 수 밖에 없다. 대신 고위험 투자에 지배당하는 '위험한 동거', 억지로 함께 살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동거'가 아니라, 미래 노후를 사회적으로 대비하는 '사회연대적 동거'이어야 한다.

MB, 연금 수익률 10% 이상 올리겠다고?

사회연대적 동거를 위한 길을 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입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일이고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원칙이 현행 수익성에서 안정성으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도 형식적으론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집행과정에선 수익성이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연금의 성격도 다르고 자산운용시장의 조건도 다른 상황에서 과도하게 해외 연기금을 쫓아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온 국민의 노후예탁금으로 고위험자산에서 운용되는 수익성전략과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은 국민연금기금의 목표가 '기대수익률'이다. 이 수익률 산정은 시장에서 여유자금으로 운용되는 민간펀드를 벤치마킹해 이루어진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연금공단에 7%대 수익률을 요구하고, 박해춘 연금공단 이사장은 8%대를, 이명박 대통령은 심지어 국민과의 대화에서 10% 이상을 공언하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능한 높은 수익률이 목표로 설정되는 한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는 고위험 자산시장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의 목표는 공적연금으로서 사회공공적 가치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당장의 과제로서 올해 4분기에 예정된 국민연금기금의 추가 주식투자를 보류해야 한다. 올해 8월 기준, 연금공단은 총 39조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연말까지 국내주식에 6조 원, 해외주식에 약 4조 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지금도 주식투자 규모는 작지 않다. 추가 주식투자 예비금액은 주식 대신 안정자산으로 돌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는 긴급히 올해 기금운용계획안을 수정해야 한다.

셋째, 향후 5년간 투자전략을 담은 중기자산배분안을 공개해야 한다. 중기자산배분안은 향후 5년간 해외주식, 국내주식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6월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하였지만, 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국내주식, 해외주식에 국민연금기금을 더 투자할 지를 국민연금의 주인인 가입자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에게 중기자산배분안을 즉시 공개하고 열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국민연금기금에 어울리는 사회연대적 운용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기금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상당 금액을 안정자산인 채권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 대략 기금의 60%는 국내채권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나머지 40%는 국내주식, 해외채권, 해외주식 등 전통적 자산군과 새로운 영역인 공공부문 등에서 운용될 수 있다. 여기서는 국내주식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대안전략을 제시하겠다.

국민연금기금의 일부가 국내주식시장에서 운용될 수 있다. 이 때도 기금운용 목표로 삼은 안정성과 공공성 원칙이 가능한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책임투자(SRI)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회책임투자는 연기금의 안정적 운용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사회적 역할을 극대화하여 연기금의 공적 성격을 강화하려는 대안투자전략이다. 현재 친환경적 가치가 기업활동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고용안정에 부응하는 것도 국민경제에 중요하며, 소비자권리도 확장추세에 있다. 공적 연기금의 자산운용 원칙에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명시하여 기금의 공공적 운용을 강화하고, 건전한 기업활동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재정법과 국민연금법에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조항을 명시하고, 연금공단은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조직인프라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사회책임투자가 전통적 방식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 한국의 국민연금기금은 '규모'에서, 한국 기업구조는 '재벌체제'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경제구조의 혁신을 위한다면, 국민연금기금이 기업혁신을 위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고, 필요하면 재벌의 공공적 개혁을 위한 주체로 나설 수도 있다.

국민연금으로 실버타운이 운영된다면…

공공부문은 국민연금기금이 특별히 주목해야할 영역이다. 한국에서 공공부문은 '관료주의'의 상징이어서 국민들에게 달가운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공공부문을 방치할 수는 없다. 공공부문의 관료성은 타파해야겠지만, 애초 공공부문이 지닌 사회공공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국가재정 규모는 공공부문을 확장하는 데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납부와 급여 지급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장기보험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최소한 2~3세대가 제도 수혜를 경험하는 '인내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위로부터 관료적으로' 도입된 국민연금기금은 초기 성장 진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래서 가입자에게 실질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공공서비스' 사업이 특별히 요청된다.

예를 들어, 실버타운, 서민임대주택, 지역문화체육센터, 지역교육시설 개선, 생태환경 인프라 등 공공적 사회기반시설이 관심 대상이다. 이 시설들은 사회적으로 긴요하나 국가재정의 한계로 방치되고 있다. 근래 민간투자사업(BTO, BTL)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자본들이 이 사업들을 맡고 있다. 민간자본의 수익성을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집행되고 있어 국가재정만 축내고 민간자본에 특혜를 주는 골치거리로 전락해 있다.

원래 이 사업은 사회적으로 긴요한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안정적 재원 조달을 위해 국가가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 사업을 민간자본에게 넘겨줄 이유가 없다. 작년까지 추진된 민간투자사업 규모가 76조 원이고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국가와 계약을 맺어 사회기반시설을 제공하고 기본 운용이익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사회기반시설의 선정, 건설, 관리하는 전 과정에 지역사회, 연금가입자, 연금공단 등이 참여할 경우 새로운 민주적 공공부문 모델로도 자리잡을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에대한연기금투자법'(가칭)을 제정하여 공공부문 투자의 법적 근거를 확립하고 민주적 지배구조의 토대를 쌓아가야 한다.

연금주권운동의 시험대, 국민연금기금 민간위탁법안

아무리 좋은 생선이라도 고양이가 맡는다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국민연금기금의 대안운용전략을 논의하더라도 연금운용주체가 고양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그런 위험이 임박해 있다.

지금 국회에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8월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국민연금기금을 민간 금융투자전문가 7인에게 내맡기는 '국민연금기금 민간위탁'이다.

정부가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독립성과 전문화이다. 국민연금기금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자율성을 지니게 하고, 10년 이상 경력의 금융투자 전문가에게 의사결정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상은 다르다. 정치적 독립을 명분으로 국민연금기금을 금융자본에게 넘겨주고, 전문적 운용을 이유로 가입자 대표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개정안이다.

국민연금기금에게 필요한 독립성은 '정치를 떠나 자본의 품 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연금주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가입자의 의사결정권이 정치와 시장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금운용권 행사에서 필요한 전문성은 수년의 자산운용시장 경험이 아니다. 기금운용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하여 전체 기금운용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식견이고, 나아가 기금운용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정치적 대표성이다. 구체적이고 실물적 자산운용 능력은 국민연금기금의 상설 기구를 통해 지원받을 성격의 것이지 민간투자전문가들을 의사결정자로 채울 일이 아니다.

상황이 긴급하다. 이 개정안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11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통과될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연금기금이 주식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나, 국민연금기금 민간위탁 법안이 상정된 것이나 모두 동일한 기획 아래 진행되는 조치들이다. 국민연금기금을 금융자본에 넘겨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국민연금기금에도 관철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입자들이 연금주권운동을 벌이고자 한다면, 그 시작은 국민연금기금 민간위탁법안을 막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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