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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무노조 경영' 대체 어디까지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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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무노조 경영' 대체 어디까지 가려나?" [기고] 삼성중공업의 노사협의회 선거 개입 논란을 보며
지난 6일과 7일 치러진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대한 회사 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사람이 투표를 했다거나, 서울 삼성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이 거제까지 내려와 투표를 했다는 등 현장에 없는 사람이 선거인 명단에 들어가 있다는 의혹이다.

지난 6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강대우 후보는 조성만 후보에게 350표 차로 이겼다. 그러나 과반수가 넘지 않아 2차 투표로 가게 됐고, 지난 7일 2차 투표 결과 조성만 후보가 10표가 더 나왔다. 강 후보 측은 "친(親)회사 성향인 조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회사가 선거에 개입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강 후보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 선관위는 관련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결과를 공고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선거 결과를 공고했다. 이에 강 후보는 그날 오후 회사 근처 한 식당 화장실에서 수면제 3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 논란과 관련해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 왔다. 김 위원장은 이 글에서 "지금 세상에 회사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투표 결과가 파행을 빚는 것은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을 위한 무리한 행위의 결과"라며 "한심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편집자>

"삼성중공업은 선거 개입을 인정하고, 유령노조의 존재를 고백하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12대 위원장 선거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강대우 후보가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삼성의 범죄적인 '무(無)노조 경영' 문제가 마침내 썩고 곪아터져 피고름이 흘러나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강 후보의 자살 기도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에 이어 노사협의회와 노동자협의회마저 어용 집단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 집단을 회사가 관리하고 통제하는 무능력한 집단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 집단은 오히려 노동자를 감시하고, 소수의 이익을 위한 사조직이 돼 버렸다. 이 왜곡된 결과가 강 후보의 음독자살 사건으로 드러났고, 이것을 통해 사회에 공론화된 것이다.

지난 2003년 6월 5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울산 삼성SDI에서 회사가 노사협의회 위원과 위원장 선거에 개입하자 이에 분노한 노동자 4명이 분신을 기도했던 것이다. 노사협의위원 2명, 현직과장, 현장사원, 이렇게 4명은 승용차 2대에 휘발유를 붓고 울산 삼성SDI 본관을 들이받아 사회적으로 충격을 줬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삼성은 "위원장선거에서 진 쪽이 술을 먹고 그 분풀이를 회사에 했다"며 단순방화사건으로 몰고 갔다. 양 후보 간 자리다툼으로 일어난 '노(勞)-노(勞)싸움'이라고 매도한 것이다. 나아가 삼성은 오히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들을 단순 방화범으로 몰아 구속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삼성은 뒤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 삼성은 이들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각서를 쓰면 석방시켜주겠다"고 회유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에서 강대우 후보가 회사의 선거 개입과 조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라며 음독자살을 기도하자 회사는 인사과·홍보실 직원 등을 동원해 강 후보의 과거를 들추고, 선거 때 뿌린 선전물을 왜곡하고 악용해 온갖 흠집을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강 후보의 음독자살은 위원장 자리가 탐나 술을 먹고 벌인 쇼"라고 매도하고, 진실을 은폐해 이번 선거결과를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것이다. 과거처럼 이번 일도 대충 넘어가려는 진짜 쇼를 삼성중공업이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강 후보 이름에 흠집을 내는 것은 진실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삼성재벌 이건희 식' 수법이다. 또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하고 부도덕적인 물 타기 수법이다.

왜 삼성재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도덕하고 사적인 이익만을 위해 사는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노조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 왜 사적 이익을 위하는 일인지 알 수 없다.

또 삼성에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구속까지 시켰지만, 국내인권단체와 국제엠네스티에서는 양심수로 선정했다. 누가 더 나쁜지 이미 결론이 난 것이다. (☞관련 기사 : 엠네스티, '삼성에 맞선 김성환' 양심수 선정)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강대우 후보는 선거가 박빙으로 진행되고 아쉽게 2차 투표에서 10표 차이로 떨어져 술을 마신 것 같다"면서 "병원에 물어보니 '음독자살을 기도하지는 않은 것 같고, 술 냄새가 났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이번 일은 강 후보가 술을 많이 먹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 증언에 따르면 강 후보는 이날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강 후보를 헬기에 태워 마산 삼성병원으로 이송했다"라고 일부 언론사 기자에게 거짓말을 했다. 또 삼성중공업 측은 "강 후보는 3번이나 출마한 경력이 있다"며 "마치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이 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다"는 식으로 도덕적인 흠집을 내고 있다.

이번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 파행에 대한 수습은 간단하다. 선거인 명부를 공개해 사실을 규명하면 된다. 이미 지난 10일 강대우 후보는 "선거인 명부를 확인한 결과 부정투표가 적발돼도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무엇이 문제이기에 아직까지 선거인 명부를 공개하지 않는가.

부정선거, 회사개입 문제에 대해 지난 7일 양측(강대우, 조성만) 후보와 중앙선관위위원장이 노동자들 앞에서 선거인 명부를 공개할 것을 합의했다. 약속한대로 선거인 명부를 대조·확인하면 부정선거에 대한 진실은 규명된다.

무엇이 복잡해 강 후보가 음독자살을 하면서까지 진실규명을 외쳐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있다면, 그것은 '삼성계열사인 삼성중공업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하려는 것보다 이번 선거결과를 기정사실로 하려는 조성만 후보 측과 중앙선관위원장은 회사의 입장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11일 선관위에서 양측 후보와 선관위원장이 이번 선거가 파행된 것을 수습하려고 논의를 하던 시간에 회사 측에서 선거결과 공고문을 선관위원장도 모르게 사내 싱글(삼성 사내 통신망)과 식당게시판에 일방적으로 공고한 것이다.

즉, 회사는 급한 마음에 선거결과 공고문을 부착해 선거파행을 조기에 정리하려고 월권행위를 했다. 그러나 이런 회사의 부당 행위에 대해 조성만 후보나 선관위원장 누구도 삼성노동자들의 자존심과 권리가 침해됐다고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가 노동자협의회를 장악하고, 중앙선관위를 꼭두각시처럼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삼성노동자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준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이번 선거결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삼성중공업은 과거 선거 때마다 부정 투표, 선거 결과 조작 등으로 친 회사 인물들을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으로 당선시켜 왔다. 더욱이 이런 불법적인 범죄 행위를 숨기고자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민주 시대에 아직도 삼성은 3대에 걸쳐 불법적인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고 계승시키려고 꿈을 꾸고 있다.

삼성은 지난 수십 년간 자행해 온 온갖 노동자 탄압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지금까지 무노조를 유지하려고 삼성에 불법적인 유령 노조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고 양심을 고백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명예가 땅에 떨어진 삼성의 명예를 살리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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