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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건진 희망, 나눌수록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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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건진 희망, 나눌수록 커져요" [화제의 책] 〈네가 있어 다행이야〉
절망하기 좋은 시절이다. 금융위기로 주식은 반 토막 나서 자산은 반으로 줄고, 다니는 직장은 구조조정 바람에 언제 잘릴지 모를 일이다. 불경기 때문에 20대는 취직 문이 너무 좁다고 술잔을 기울이고, 30대는 나이가 들어도 내일이 불안하긴 여전하다며 술잔을 기울인다.

모두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때 혹시 절망에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인생의 힘든 고비를 한 고비 넘고 났더니 더 첩첩산중을 만났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새로 나온 책 <네가 있어 다행이야>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영화배우 안성기, 시인 정호승, 변호사 박원순, 책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 유명 인사 30명이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끊어질 듯했던 고통의 순간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와 다르다. '어떻게 절망을 이겨내 사회적 성공을 이뤄냈는가'에 대해 얘기하며 '나처럼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척 '자랑' 가득한 책이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당신에게 절망을 이겨내는 법에 관한 힌트를 줄 뿐이다.

"인생, 쉽지 않다"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은 7년 전 순간의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11번의 대 수술을 거치면서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었다. 그런 그가 삶의 희망을 발견했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인생, 쉽지 않다. 6년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좋아진 요즘에도, 나는 여전히 이 말을 되뇐다. 비단 화상의 고통만이, 수술대 위에서의 시간만이 힘든 것이 아님을 살아가며 배우고 있다. 나에게 독특한 삶이 있듯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 역시 그저 '평범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
▲인생의 힘든 고비를 한 고비 넘고 났더니 더 첩첩산중을 만났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네가 있어 다행이야>를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고통스런 현재를 극복하고, 아울러 희망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이렇게 삶이 쉽지 않다고 고백하더라도 한 고비의 절망을 이겨내고 살아가는데 또 다른 절망의 순간을 맞을 때 사람들은 더 힘들어 한다. '왜 나는 진보하지 못 하는가'라는 자학도 들고, 도대체 이 삶의 고통의 끝은 언제일까 막막하기도 하다.

사회 운동을 하는 남편의 아내로서 힘겨웠던 '자폐의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도 사회 활동가가 된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며 "힘겨움의 매순간을 직면하면서 넘어선다면 고통은 단순한 순환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하나씩 깨달으며 자신을 성장시켜주는 길이 된다"고 담담히 말한다.

인생에 성적표 매기지 말자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런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인생 드라마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성공'한 자와 '낙오'한 자의 성적표가 분명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삶은 고생에서 성공으로 가는 일직선이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입하는 사회, '이명박 시대'의 한국인들의 자화상일 것이다. 대통령부터 자신은 어린 시절 가난을 딛고 대기업 CEO가 됐으며 결국 대통령까지 됐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당신들도 자신처럼 살 수 있다는 최면을 걸어 주는 셈이다. 하지만,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이런 우리 사회의 '행복' 관념에 일침을 놓는다.

"불행한 사람들은 남들을 보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들의 불행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통장 잔액과 아파트 평수만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두 가지 상황이 지금 한국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여기에 부적응한 자에 대한) '위로'라고 하지만, 텔레비전과 신문이 만들어 내는 위로와 희망은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치 코끼리의 거대한 덩치가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마술을 보여주는 것처럼, 미디어는 이 하나의 메시지만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한다. 모두가 그 쥐구멍으로 통과하는 코끼리의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 확률적으로, 통계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희망의 나눔', 고통을 치유하는 가장 빠른 길"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허영진 한의사는 "사랑과 희망을 '주는'이 아니라, '나누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걷지 못했지만, 어렵게 치료해 극복했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다.

이런 사연에서 이 책의 미덕이 드러난다. 당신들도 이렇게 살라며 자신의 경험을 내보이는 책이 아니다. 솔직하게 드러난 저자의 삶에서 독자가 스스로 희망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굳이 '성공'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모델은 "희망의 나눔"이다.

<네가 있어 다행이야>의 인세를 모두 '푸르메 재활전문병원' 건립 기금으로 쓰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저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봤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서 어렵게 길어올린 희망을 서로 나누고 싶어 한다. 오랜 고통 속에서 이들은 희망을 서로 나누는 게 서로의 고통을 치유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 행복하다고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옆 사람이 힘들어서 울고 있는데 말이다. 아마 행복하기 힘들 것이다.

괴로왔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웃을 돌아보자

이 책을 엮은 푸르메 재단은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매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교통사고와 질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인이 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재활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장애환자의 재활치료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리목적의 기관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비영리 공익재단이 나선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여러 번 '절망과 희망'에 대해 고민한다. 절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나름대로 그 순간을 극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미 극복한 그 순간을 지금 다시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괴로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고통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힘겹게 건져낸 희망 한 조각을 나눠주는 것이다. 물론, 희망은 나눌수록 커진다.

막상, 희망을 나눠주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힘겨워하는 옆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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