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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로 녹색성장?…"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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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로 녹색성장?…"글쎄요"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10> 생태 (下)
군인 대통령의 시대가 끝난 지 오래 됐지만, '대통령의 한마디'는 역시 힘이 셌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순식간에 공무원 사회의 관용어가 됐다.

전두환의 '정의사회', 이명박의 '녹색성장'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경찰서 현관에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었다.

피를 뒤집어 쓴 권력이 '정의사회'를 외치는 역설로부터,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집착하는 권력이 '녹색성장'을 외치는 역설은 멀지 않아 보인다.

물론, '전두환의 정의'와 '이명박의 녹색'을 꼭 똑같이 취급할 필요는 없다. '정의'가 '불의'보다 우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그래서 "정의사회를 구현하자"는 외침은 아무에게도 울림을 낳지 못한다.

반면, '녹색성장'은 그렇지 않다. 미술 용어가 아닌 '녹색'에 대해서는 아직 낯설어 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외치는 '녹색'은 약간이나마 울림을 낳을 수 있다.

'묻지마 성장'과 함께하는 '녹색성장'?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묻지마 성장'을 염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당선된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외치면, 자연스레 '녹색'보다 '성장'에 강조점이 찍힌다. 녹색은 성장의 그늘을 가리는 장식물이거나, 성장을 위한 수단 쯤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녹색'과 '성장'은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힘든 개념이다. 이 둘을 억지로 묶는 순간, 무리가 생긴다. 성장을 포기하는 개념이 '녹색'이다. 어떤 식으로건 성장을 거듭하는 한, '녹색'은 유지될 수 없다. 다만, 녹색이 바래지 않고 남아 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을 따름이다.

'녹색성장'보다는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야기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다. 어차피 영원히 지속되는 성장은 없다.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성장을 조절하는 게 가능할 뿐이다. 그리고 이미 인류가 쏟아낸 오염물질의 총량은 생태적 위험 수위에 가깝다.

'성장 없는 풍요'를 말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업체 사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부터 '녹색'이라는 화두를 움켜쥐고 있던 이들이 '제로(Zero, 0)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래서다. 경제 성장을 멈춰야 인류가 생태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풍요로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농(小農) 중심의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하품부터 하는 이들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현실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박하게 살던 이가 화려한 소비 생활에 젖어드는 것은 쉬워도, 그 반대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갑자기 성장이 멎으면, 사회적 약자가 먼저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성 있는 대안'은 뭘까? 아무도 모른다. 다만 '묻지마 성장'이 이런 대안의 반대편에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에서 한국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북유럽 사회 역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20여 년 동안 에너지 소비 증가율을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다른 북유럽 국가도 비슷하다.

경제 규모가 꾸준히 팽창했지만, 에너지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친환경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통해 같은 에너지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 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의 변환 과정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열역학 제2법칙 때문이다.

서울메트로의 코미디

다른 에너지원에서 전기를 끌어내고, 전기를 다시 다른 에너지로 바꾸고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낭비는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어느 수준 이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100% 효율'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이는 에너지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하철 환기구에서 나온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쓰자는 제안을 '창의 경영 사례'로 꼽았던 서울메트로의 최근 결정이 누리꾼들의 비웃음을 샀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가 그렇게 만만한가?

▲ 아하에너지 홈페이지에 있는 CEO 인사말. "본인은 동양과학을 전공하고 수련하여 21C 과학문명에 기여하고자 마하(음속 개념)의 이론을 뛰어넘어 아하(광속 개념)이론으로 주식회사 아하에너지를 설립하였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인사말이다. 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누리꾼들은 이 회사 허현강 대표에게 '제2의 허경영'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www.ahaenergy.com
올해 10월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풍력발전'에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창의 시정'과 맞물리는 '창의 경영 사례'로 주요 언론에도 크게 소개됐다.

하지만, 보도가 나가자 이 사업의 주관사인 아하에너지 홈페이지에 접속이 폭주했다. 과학적으로 명백히 성립 불가능한 사업을 제안한 회사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누리꾼들의 방문 때문이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초 자연 이치" 운운하는 CEO 인사말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이 회사 허현강 대표를 가리켜 '제2의 허경영'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또, 포털 사이트 등에 소개된 '지하철 풍력발전' 관련 기사에도 기자를 조롱하는 댓글이 잔뜩 달렸다. '제2의 허경영'에게 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서울메트로의 결정과 이를 무비판적으로 소개한 기자를 비웃는 내용이다.

한편, 이 사건은 한국 언론과 주요 정책 결정자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일로 평가된다.

아무 곳에서나 스위치만 올리면 전기가 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서, 전기가 만만하게 얻어지는 것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북유럽 선진국이 가난한 농업국가보다 '생태적 후진국'일 수도"

결국,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킨 뒤 이어질 선택은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녹색 선진국의 기준이 달라진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에너지 소비의 절대량이 많으면 녹색 선진국일 수 없다.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북유럽 국가들이 중앙아시아의 소수 민족 국가보다 생태적인 면에서 오히려 후진국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르웨이 정부 관료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노르웨이 환경부에서 대외협력 담당관으로 일하는 마리 새더 씨는 "노르웨이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1인당 GDP가 7만 달러를 넘어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 까닭에, 석유 등 화석연료 역시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 역시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것이다.

"소비에는 책임이 따른다"…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

마리 새더 씨는 노르웨이가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큰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소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도 곁들였다.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지만, 지구 온난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정부와 몹시 대조적인 태도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택한 조치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노르웨이 정부 청사 근처에는 자가용이 흔치 않다. 대신, 자전거가 빼곡히 세워져 있다. 공무원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노르웨이는 석유가 나는 나라인데도 그렇다. 석유가 안 나는 핀란드, 스웨덴 등도 마찬가지다. 자전거가 아니면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스웨덴 내각에는 수상을 포함해 22명의 장관직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버스, 전철 등으로 출퇴근한다. 그래서 수상을 제외하면, 관용차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들 중 6명은 아예 자가용이 없다. 상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소홀하다는 평을 듣는 우파 내각인데도 그렇다.

"약간 귀찮게 살아야 지구를 살린다"

▲ 아리드 헤름스타드(Arild Hermstad) 씨. 시민단체 프람티덴(framtiden)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프레시안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프람티덴(framtiden)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아리드 헤름스타드(Arild Hermstad) 씨는 "자동차에서 내려야 지구를 살린다"라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참여연대'쯤 되는 이 단체는 지구 환경 보호와 부(富)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활동한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시민단체를 꼽을 때면 가장 앞선 순위에 놓인다. 이 단체가 최근 가장 힘을 쏟는 활동은 정책 과제라기보다 생활 과제다.

아리드 헤름스타드(Arild Hermstad) 씨는 "지구 온난화 등 생태적 문제는 한 국가 단위로 풀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시민 개개인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활동 못지않게 새로운 삶의 양식을 서로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약간 귀찮아지는 것이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는 것, 실내 온도를 약간 춥거나 덥게 유지하는 것, 목욕물을 낭비하지 않는 것 등이다. 이런 실천을 가리켜 지금보다 가난해지는 것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임

▲ 아드 스베르 해럴드센 씨. 그는 노르웨이 석유 및 에너지부에서 에너지 기술 및 관련 산업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프레시안
하지만, 1인당 GDP가 세계 2위인 나라에서 가난하게 사는 법을 배워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자칫하면 "고깃국 먹다 지겨워지니까 어쩌다 토장국 찾는 격"이라는 비아냥을 사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석유 팔아서 부자가 된 나라에서 환경을 강조하는 게 좀 어색하지 않는가"라고.

질문을 받은 아드 스베르 해럴드센(Odd Sverre Haraldsen) 씨는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노르웨이 석유 및 에너지부에서 에너지 기술 및 관련 산업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석유는 우리 세대만의 자산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

길게 이어진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에너지 문제만 놓고 보면,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우리 세대가 석유를 탕진하지 않고 최대한 아껴 쓰는 것, 둘째는 석유 때문에 빚어진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것, 셋째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를 빨리 도입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 번째다. 석유 자원으로 부국이 된 노르웨이는 이런 과제를 앞장서서 수행할 책임이 있다."

노르웨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 최고…소비의 절대량을 줄여야

'조금 싱거운 대답이다' 싶었다. 결국 다음 세대에게도 '부자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대답일 뿐이다. 녹색 선진국을 자처하는 노르웨이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나듯, '부자 나라'가 환경을 걱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생태적인 측면에서만 점수를 매기면, '친환경 부자 나라'는 '가난한 농업 국가'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 자체를 줄이지 않는 한 녹색 선진국은 말장난일 뿐이다.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에너지가 빨리 도입되면, 석유 가격이 떨어져서 산유국인 노르웨이로서는 손해 아닌가. 경제 부처에서는 걱정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르웨이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 이런 비교 우위가 있기 때문에 경제에 별 타격이 없으리라는 설명이다.

이리 저리 질문을 바꿔 던져도, 대답은 엇비슷했다. 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생태적 지속가능성만 담긴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가 '풍요롭고 평화로운 나라'로 지속가능하기 위한 고려가 더 짙어 보였다.

'다음 세대가 '88만 원 세대'로 살건 말건, 사교육에 중독돼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잃어버리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듯 보이는 한국 기성세대보다는 한 수 위다 싶었다.

'핏빛 패권'과 '녹색 패권'

하지만 '풍요' 자체에 대한 성찰이 없는 한,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는 '녹색 패권'을 얻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군사적 패권과 기술적 비교 우위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챙겼던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군사적 패권을 내세우면 도덕적 비난이 따르고 녹색 패권을 강조하면 그렇지 않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패권과 도덕적 자부심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 얄밉게 보일 수도 있다. 하긴,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과거에도 야만인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적 패권 추구에 따르는 도덕적 비난을 희석시킨 사례가 있다.

'귀찮게 살기' 운동 뒷받침 없으면, '녹색 패권'도 그저 '패권'일 뿐

그래도, 군사력을 앞세운 '핏빛 패권'을 쫓는 것보다 친환경 기술을 앞세운 '녹색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여러모로 낫다는 점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건물 안에서 약간 춥고 덥게 지내기" 등으로 대표되는 '귀찮게 살기'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북유럽 국가가 쫓는 '녹색 패권'에서 결국 녹색은 점점 흐릿해지고 패권이 짙어지게 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녹색이 희미해진 '녹색 패권'은 '핏빛 패권'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리고 '핏빛 패권'은 돌고 돈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이 번갈아 장악해 왔던 게 '핏빛 패권'의 역사다. 그리고 '핏빛 패권'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 덴마크 의회 앞에 세워진 자전거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정치인, 고위관료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니까, 도심 공기가 맑아지고 그래서 쾌적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짜여져 있다. ⓒ김영희

'녹색성장' 위해 '욕망의 구조조정'은 필수…'욕망의 정치'만 부추긴 MB정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낱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북유럽 관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지속가능한 패권 혹은 영향력을 얻으려면, '핏빛'보다는 '녹색'을 택하는 게 낫다. 정부 차원에서 '자전거 타기', '춥게 지내기' 등 '귀찮게 살기' 운동을 장려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성장과 패권을 위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욕망은 좀 잘라내야 한다는 것. '녹색 패권' 혹은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욕망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하긴, 어떤 종류의 성장이건 일정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욕망의 정치'를 부추겨 권력을 잡은 뒤, 갑자기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건설업자와 부동산 부자들의 욕망을 거스를까 두려워 건설업 구조조정을 계속 미뤄온 현 정부의 태도를 보면, 잘 모르는 듯 싶기도 하다.

'욕망의 구조조정'은커녕 '부동산 구조조정'도 겁내는 MB정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하는 '작은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경제 전체의 성장을 위하는 '큰 욕심'을 채울 수 없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충고에도 귀를 닫은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은 더 굳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욕망의 구조조정'을 위한 '귀찮게 살기' 운동이 활성화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북유럽 사회에서는 '귀찮게 살기' 운동이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을까. 시민단체 활동가 아리드 헤름스타드(Arild Hermstad) 씨의 전망은 밝았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도, 오히려 '생활 속 작은 실천'을 위한 시민 단체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세계 최상위권 부자 나라에서 '자발적 가난'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자 나라'에서 '자발적 가난'을 말하는 이들

이쯤에서 떠오르는 동화 한 토막.

"어느 청년이 해안가에서 낮잠을 자는 노인을 봤다. 노인이 왠지 초라해 보여서 청년이 한마디 했다.

'낮잠을 잘 시간에 배를 타고 나가서 고기를 잡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노인이 되물었다. '그 다음에는?'. '돈을 벌어서 배를 더 사고, 선원들을 고용해야지요.' '그리고?' '그렇게 사업이 확장되면, 경영은 남에게 맡기고 편안하게 낮잠을 자면서 여생을 즐기는 거죠.'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청년은 할 말을 잃었다."

동화 속 노인을 보면, 우리보다 한 발 앞서 '부자 나라'가 된 북유럽 국가들에 살면서 '자발적 가난'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반면, 동화 속 청년에게서는 "당신들도 나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며 '국민 성공 시대'라는 구호를 내세워 권력을 움켜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용기 있게 뛰어든 뒤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죠?"

물론, 동화 속 청년과 이 대통령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동화 속에서 청년은 끝내 할 말을 잃었지만, 이 대통령은 아직 말이 많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을 가리켜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린다"며 꾸짖었다. 그리고 그는 젊은이들에게 "어디든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도 했다.

다시 동화가 떠오른다. 동화 속에서 노인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라"는 청년에게 "그 다음에는?"이라고 묻는다. 이 대통령에게 야단맞은 젊은이들도 되묻는다. "'어디든 용기 있게 뛰어든' 뒤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죠?"

(지난달 29일 게재될 예정이었던 '생태'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독자님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연재 다음 키워드는 '민감'입니다.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도와 문화를 다룰 예정입니다.)

<프레시안> 창간 7주년 :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연재를 시작하며 :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 첫 번째 키워드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두 번째 키워드 : 코뮌

"가족 없이 늙어도, 당당하다" (上)

"'착한 정부'는 '코뮌'에서 나온다" (中)

"'인민의 집', 그들만의 천국?" (下)

- 세 번째 키워드 : 생태

"산적이 100년 동안 다스리는 마을에서는…" (上)

'MB식 녹색성장'이 불안한 이유 (中)

'친환경 기술'로 녹색성장?…"글쎄요"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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