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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43만 원 받다가 이제 겨우 100만 원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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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43만 원 받다가 이제 겨우 100만 원 받는데…" [美行] 청주대 시설관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노동자의 길을 묻다
이 기사는 "미행(美行) :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미디어 행동 네트워크"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지역 순회 사업, '미디어 게릴라들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나다'의 일환으로 작성되었다. '미행'은 블로거, 만화가, 노동자, 작가 등 다양한 미디어 생산자들이 함께 모여 비정규 노동의 현실을 고민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미행의 지역 순회 사업은 진보신당과 함께 진행된다.

청주대 시설관리노동자를 만나러 가는 길

청주는 초행길이다. 교육의 도시라는 말 때문인지, 청주 시내 곳곳에서 학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작은 건물들 사이에 불쑥불쑥 솟은 고층 아파트는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되려 어색하고 삭막해 보이기까지 했다.

도시 풍경이 그래서일까? 이곳 청주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함 싸움 또한 쉽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힘든 투쟁에도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노조 관계자의 얘기가 들렸다.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비정규직 투쟁 이후 후유증이 지역 내에 존재하는 듯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청주만의 일은 아니다. 곳곳에서 수많은 그/그녀들이 싸우고 있지만 차별과 불안정·저임금은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정부는 최근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최저임금마저 더욱 낮추려고 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을 더욱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도 개악하려 한다.

최저임금법 개정 시도는 특히 최저임금 78만 원으로 간신히 살아가는 노동자에겐 청천벽락 그 자체였다. 더욱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1년 혹은 2년 마다 재계약을 해야 해, 자신의 정당한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당한 대우와 과중한 노동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43만원 받고 외국인 교수 숙소 청소까지 했어요"

청주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얘기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 중년의 여성 노동자인 이들은 지난 2003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고용 불안,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싸워 왔다. 특히 매년 6월이 되면 끝나는 도급 계약으로 인해 고용 불안을 느껴 온 이들은 고용 승계를 위해서도 열심히 싸웠다.

노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청주대에서 일을 했다는 정봉자 조직부장을 통해 당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노조 만들 당시에는 한 달에 43만 원 받았어요. 시급도 없이 하루 8시간,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무조건 한 달에 43만 원이었어요. 최저임금도 안 되는 거죠. 근데 그때는 다른 것보다 의료보험 하나만이라도 해달라는 생각으로 노조를 시작하게 됐어요. 고용보험요? 4대 보험은 아무 것도 안 됐으니까.

그런데 용역회사 사장에게 의료보험 들어달라 했더니 안 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노조를 만들면 4대 보험 무조건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노조를 만들게 되었어요. 노조를 하면서 지금까지 최저임금 못 받은 부분까지 다 받게 되었고 여러 가지 열악한 노동조건들도 개선할 수 있었죠."


이정순 분회장은 "당시에는 너무 많은 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원래 우리 업무가 학교 건물 내 청소거든요. 근데 청소 말고도 일이 너무 많았어요. 여름에는 오후 1시에 화단의 풀도 뽑고 아이들 대학교 시험 치면 책상도 다 옮기고 도로에 눈 오는 것도 다 치우고 학교 밖 외국인 교수 숙소 청소까지 했어요."

노조의 투쟁을 통해 임금도 꾸준히 높아졌다. 지금은 4대 보험을 포함해 100만 원 안팎의 돈을 받는다고 한다. 임금이 높아진 이후 개인적으로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 정봉자 조직부장에게 다시 물었다.

"청소용역을 시작할 때 몸이 안 좋았어요. 43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몸이 안 좋으니 벌어야 되니까 일한 거죠. 애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이라 학비 문제도 있었고요. 43만 원 받을 때는 일을 해도 너무 어렵더니 노조가 생기니까 정말 틀리더라고요. 최저임금은 받게 됐으니까 그 정도로도 먹는 건 해결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저도 6년이나 노조 활동을 했네요."



▲"43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몸이 안 좋으니 벌어야 되니까 일한 거죠. 애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이라 학비 문제도 있었고요. 43만 원 받을 때는 일을 해도 너무 어렵더니 노조가 생기니까 정말 틀리더라고요. 최저임금은 받게 됐으니까 그 정도로도 먹는 건 해결되니까요. " ⓒ뉴시스

"매년 6월이 되면 찾아오는 불안함…올해는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이들의 지속적인 권리 찾기 싸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용 불안은 이들을 괴롭힌다. 매년 6월이 되면 청주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이정순 분회장은 매년 6월마다 노조가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도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그 전달부터 미리 준비해서 학교와 대화 요청을 하는데, 매년 대응하는 것이 벅차요. 학교 측에 '용역은 언제쯤 줄 거냐'고 물어봐도 '그런 일은 아직 없다'고 해요. 내일 입찰공고를 낼 거면서 오늘 가서 물어봐도 '아무 계획 없다'는 식이예요. 그리고 다음날 보면 공고가 나 있어요."

지난해 6월은 더 힘들었다. 정봉자 조직부장은 "지난해에는 학교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30여 명의 청소 용역 노동자를 10명 씩 쪼개서 1개 회사를 3개 회사로 나눠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떨어지지 않고 모두 함께 일 했어요. 한 쪽 회사에서 일이 있으면 다 같이 우루루 가서 하고 그랬죠. 처음에는 아줌마들은 이제 가라고, 이제 우리 회사 사람 아니라고, 나가라며, 용역회사는 철저히 무시했어요. 우리가 여기 먼저 와서 10년 가까이를 일했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 말라 하느냐며 싸웠죠."

한 번은 학생들과도 싸운 적이 있었단다. 집회를 하려는 이들을 학생들이 막으면서 몸 싸움이 난 것이다. 정 부장은 "힘 센 학생들이 밀어붙이니 못 당하겠더라"고 회고했다. 그러다 "한 학생이 밀치는 힘에 넘어진 한 아주머니는 꼬리뼈를 다쳐 한 달 간 입원하는 일마저 있었다"고 했다.

결국 이들은 고용승계는 얻어냈지만, 용역회사가 3개로 쪼개지는 상황은 막지 못했다. 그러나 청주대 청소 용역 아줌마들은 굴하지 않았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투쟁으로 지난 6월에는 다시 학교가 1개 회사와 용역 계약을 하도록 만들어냈다.



비정규직 그리고 최저임금노동자들이 가야 할 길을 묻다

최저임금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은 현 정부의 법개정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정순 분회장은 "없는 사람들은 더 생활하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최저임금이라는 게 이 정도는 줘야지 우리나라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용역업체 사장들은 그것만 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지금은 현재 최저임금 정도는 주지만, 법으로 더 낮게 최저임금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면 같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거죠."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길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정순 분회장은 "힘든 사업장일수록 노조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비록 우리는 노조가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일하는 것에 비해 제대로 대우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노조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권리는 찾을 수 있었어요. 아직 멀었지만요. 학교 청소용역 일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고 한다면 내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는 받아야죠."

정희경 조합원이 거든다. "세상이 정말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누구는 몇 천 만원씩 벌면서 누구는 최저임금 받기도 힘든 게 현실 이예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기 권리를 찾으려면 자기가 싸워야죠. 옆에서 아무리 '해봐! 해봐!' 해도 자기가 인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자기 밥그릇은 자기 스스로 찾아야하는 것 아닐까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재는 암담하다. 미래 또한 더욱 암담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주대 시설관리노동자들은 지금 노동자가 처한 위기 극복의 길을 희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노동자 스스로의 권리 찾기와 단결된 목소리, '초심'을 다시 생각게 하는 청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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