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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경제위기에도 민영화를 포기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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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경제위기에도 민영화를 포기 못하는 이유 [양준호 칼럼]<1>'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의 재벌 살찌우기?
신자유주의가 가장 선호하는 공격대상은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의 '상품화되지 않은 영역', 즉 공공부문이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통해 역사 무대에 선을 보인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연명을 위해 자본축적의 요소를 굳건케 하는 현대판 '자본의 본원적 축적'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역사의 진보를 저해하고 있는 이런 반동적 시도의 연속선상에서 신자유주의는 공공부문을 사유화하여 이를 자본축적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부문 민영화 또는 공기업 민영화는 원리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본질'이며, 구체적으로는 공공부문에 대한 도둑질인 셈이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도둑질을 하고자 하는 대상은 공공부문 중에서도 '병든' 부문이 아니라 건강한 상태에 있는, 즉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실한' 공공부문임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실제 타깃은 알짜배기 공적 부문이면서도 이러한 속내를 숨기기 위해 '국영(國營)=악(惡)'이라는 매우 감정적인 항등식을 활용하여 민영화를 통해 방만한 경영 관습에 빠진 모든 공기업을 효율화시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시장에 대한 우상숭배에 빠진 신자유주의자 정치그룹인 이명박 정권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공공부문 민영화의 기치를 들었다. 그 목적은 '국부의 원천인 기업'을 살리는 것이며, 그 방향은 효율성과 이윤의 규모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모두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누구 하나 공공서비스를 민간=시장원리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국민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 공공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는 어디까지나 국가 및 공적기관의 책임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보편적인 인식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지금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주장하며 민영화를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는 그 배후에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민간 기업이 이제 우리나라에는 존재한다는 사실 인식 때문인 것일까? 이와 같은 측면에서 문제를 보게 되면, 이명박 정권은 분명 우리 재벌들의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 정부는 지난 15일 공기업 출자회사 273곳을 민영화하겠다는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배국환 재정부 제2차관. .ⓒ기획재정부

분명히 지금 세계의 다국적기업 중에서는 일국의 GDP 및 경제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자산규모를 가진 초대형기업도 존재한다. 그러나 민간투자는 수익성이 높은 곳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 시장원리의 법칙이다. 그리고 공공서비스는 반드시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하는 점에서, 민간 기업들이 서로 경합하면서 공공서비스를 제공·담당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이 공공서비스 부문에 진출하지 않는가? 꼭 그렇지도 않다. 동일한 공공서비스 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이 존재하는데, '민간'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부문에만 진출하며, 그렇지 않은 부문에 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이 자산 규모가 2조 원 이상이고 자체 수입이 85% 이상인 '시장형 공기업'을 민영화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익성이 높아 조기 매각을 단행할 전망이다.

가까운 일본에 있어 우정사업 민영화의 경우는, 우정사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부문이기 때문에 단행되었던 점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약 4000조 원이라고 하는 거대한 돈을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하는 도박판에 배팅 자금으로 쓰고자 하는 국내외 다국적 금융자본의 속셈도 존재했기 때문에 졸속으로 강행됐다.

따라서 '민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은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만 참여하게 되는데, 그 외의 수익성이 낮아 타산이 맞지 않는 부문에 대해서는 민영화되었다는 이유로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이용자가 후자의 부문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데에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프랑스 텔레콤의 민영화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세금과 노동력을 투입해 국민들에게 제공되어 왔던 공공서비스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부문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하나하나 구분해 결국 타산이 맞는 곳만 민간 기업이 챙겨 먹게 된 결과, 전체 공공서비스의 질을 평균적으로 악화시킨 것이 바로 공공부문 민영화인 것이다.

이런 민영화의 악한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영국의 국철 민영화다. 다양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철사업 전체를 이익 창출 여부를 기준으로 세분화하여 선로, 차량, 운영, 신호 등 100개 이상의 다양한 부문에 서로 다른 회사가 참여하는 이른바 분할 민영화의 결과, 철도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고, 철도이용자 및 철도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게 되는 사태가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영국 국철 민영화에 의한 부작용 사례는 공공부문을 여러 개로 분할한 뒤 시장에 팔아도 될 분야부터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가스사업의 10년 후 아니 5년 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 및 지역에는 민간 투자가 점차 집중되는 반면에, 수익성이 낮은 곳에서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사업을 축소·폐지해버리고 말 것이다. 또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은 서비스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필리핀의 마닐라 수도사업의 경우, 과거에는 공공적으로 영위되고 있던 수도서비스가 실제로 민영화가 단행된 이후에는 빈곤층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해버렸다. 이런 사람들은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시장원리'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의 필요보다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돈을 회전시킬 수 있는지를 우선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결국 이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필요성이 중요시되는 공공서비스의 이념과는 상충될 수밖에 없는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을 각종 이권에 얽혀 있는 정치가들, 관련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관료들, 그리고 조직 온존이 확보되기만 하면 민영화 반대의 깃발을 그대로 내려놓고 마는 경제주의적 노동조합 등에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자본과 국가의 강력한 반동적 의지가 구축하고자 하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해, '전쟁도 빈곤도 해고도 차별도 없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 역시 가능하다는 신념에 입각한 전 세계의 시민적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역사가 우리보다 깊지 않은 태국의 전력민영화 반대 투쟁 사례로부터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여론을 더욱 사회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몇년 전에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태국의 사례는, 반대 운동의 핵심에 있던 진보적 지식인들이 모든 태국사람들이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과 또 이런 공공서비스가 국민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중들에게 역설했다.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반대할 수 있는 '크고 넓은 주체'로서 시민사회를 형성시킨 것이다. 당시 태국에서는 공적부문의 민영화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농민조직, 환경보호단체, 반전운동 단체 등 그 이외의 여러 다양한 사회세력 역시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광범위한 연합을 결성하여 민영화 반대를 위한 투쟁에 임했다. 이와 같은 태국의 사례는, 비록 단기간에 끝나버린 투쟁이었다고 할지라도,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사회의 광범위한 계층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또 그 토론의 장을 시민사회 내에서 확보해낸던 것이 전력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multitudes)를 동원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태국 시민사회의 '진보적' 사례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추구해온 시장근본주의적 정책. 이는 공적부문을 민영화하여 사적 자본의 축적기회를 넓혀 주었고, 복지와 고용을 축소시킴으로써 결국 '자본의 잉여'를 초래하였다. 바로 이것이 신용팽창으로 이어져 지금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지 않은가!

따라서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그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그 자체의 극복이 매우 절실하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로 인해 초래된 지금의 금융위기, 이 위기적 국면이야말로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야말로 본질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 투쟁이야말로 신자유주의 그 자체를 부정하고 세계경제의 질서를 재편해낼 수 있음과 동시에 튼실한 공공서비스를 지켜내어 민중의 삶이 피폐화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태국의 사례와 같이,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은 제국적 자본주의 질서에 대해 확고한 계급적·정치적 각성을 통한 앙가주망(engagement. 사회적 참여)에 의해,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폭력에 대해 개별적 차원에서 저항하여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보다 넓고 대대적인 민중의 지지를 얻어내지 않으면 '그들의 연대'를 절대 깨부술 수 없다. 이는 '실제적'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실천적·전략적' 사실이다.

*프레시안 경제칼럼 <밥&돈>의 필자였던 양준호 인천대 교수가 '양준호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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