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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오바마가 아니라 YS부터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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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오바마가 아니라 YS부터 벤치마킹하라 [우석훈 칼럼] MB, YS의 '녹색 GNP' 먼저 도입하라
최근 생태경제학 4부작을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1주일에 한 번 쓰는 <프레시안> 칼럼 주기도 따라 가느라고 좀 벅차기는 하다. 지난 주에는 <한겨레>에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에 관한 글을 하나 쓰기는 했는데, 워낙 지면이 짧아서 제한된 얘기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능력이 부족해서 지면 탓을 하는데, 내 능력이 워낙 그런 데 어찌하랴!)

어쨌든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라는 게 완전 웃기는 얘기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와 자꾸 비교를 하는데, 미국은 '녹색고용법'이라는 것을 이미 만들어낸 상태에서, 실제로 몇 년 전에 제도적 틀이 갖춰진 것을 한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존의 '건설자본 촉진'에 관한 정책들을 그냥 녹색 페인트 칠만 해서 내보내는 것이다.

단적으로, 미국의 '녹색성장'에서 생겨나는 대부분의 고용은 정규직이고, 전문직이다.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이라고 우습게 보지만, 한 마을에서 이런 작은 소형 플랜트들을 운용하는 소위 '오퍼레이터'들은 A급 엔지니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운용하게 된다. 규모가 적으면 운전자가 수가 적은 것이지, 그들의 질마저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들의 고용마저도 '저질'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의 '녹색성장'에서 생겨나는 것은 정말 저질 고용들이다. 그나마 너무 오래된 건설업 통계를 중심으로 추산한 것이라서, 정말로 1/10 정도 나온다고 확 '디스카운트' 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고용 수치가 안 나온다. 지역에서 일하는데, 100만 원 미만을 받는 '건설 일용직' 자리에 수도권의 대졸들이 갈 수가 있나?

▲ 이명박식의 녹색성장을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에 수도권 대졸들이 취업할 수 있을까? 현 정권의 '녹색성장'은 공사의 성격과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질에서 오바마 정부의 '녹색뉴딜'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프레시안 (조형 = 손문상 화백)
불행히도 한국은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20대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다. 70년대라면, 워낙 국민소득이 낮아서 그렇게 지역에서 벌어지는 공사판을 따라 다니는 건설 고용이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일일 고용하는 인력 시장에, 지금의 20대가 아무리 어려워도 막노동판에 새벽 시장부터 가는 것이 일단 계산이 안 나온다. 결국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장비 투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고, 현장에서는 불법체류일 것이 거의 분명한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게 된다. 외국인 고용을 늘려서 문제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 나누기'도 비정규직 양산인 '일자리 쪼개기'로 바꾸는 이 정부에서, 녹색성장에서는 더 '저질 고용'만 생겨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정부의 녹색 뉴딜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넌센스'에 가깝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지금 이명박 정부의 '녹색'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멀리 갈 것 없이, 김영삼 시절과 비교해보자.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녹색비전 21'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당시 국제적 수준과 비교해보면, 행정적 운영체계와 기술혁신에 대한 내용이 좀 빈약했던 것을 빼면 92년 리우 회담의 '의제 21'의 국가적 추진이라는 면에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그렇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 정부 계획이 10년간 70조 원을 쓰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후에 14년만에 이명박 정부가 들고 나온 '녹색성장'은 실제 생태 분야에는 거의 아무 돈도 없이, 그냥 국토부 예산만 이름을 바꾼 것이다. 김영삼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생태적인 차원에서는 그의 '녹색비전 21'이 훨씬 더 친환경적이며, 생태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김영삼 정부의 계획은 IMF 경제위기로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 불행히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 계획을 승계해주지 않았고, 마냥 신자유주의로 치달았다.

어쨌든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우리가 했던 중요한 약속 중의 두 가지는 '그린 GNP'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보조하기 위한 환경 및 생태 지표들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부분적으로 그 이후로 '농업생태를 위한 보조 지표' 등 통계적인 측면에서 약간 보완되기는 하였는데, 정말로 중요한 그린 GNP는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다 완성된 상태에서 여전히 도입되고 있지 못하다. 정치적인 이유였는데, 김대중 정권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경제 역시 '그린 GNP'로 산출하면 너무 형편없는 점수가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내용들을 살펴보자. 이것도 녹색, 저것도 녹색, 다 녹색이라고 기가 막힌 소리들을 하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소 적극 추진도 녹색이라고 할 정도로 뻔뻔한 정부가 대체 이 지구상에 어디 있느냐?

무엇보다도 생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생태적 자산(ecological assets)'이라고 불리는 4대강의 주요 습지와 기존 생태계를 전부 박살내면서, 이걸 '녹색'이라고 하는 그런 치졸한 정부가 어디있느냐?

이명박 정부의 자칭 '녹색 뉴딜'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데, 반생태적이라는 것은 확실하고, 결국 이 사업을 추진하면, 당연히 생태적 자산에서는 마이너스가 나올 것이다. 정말 녹색성장이라면, 녹색 GNP 혹은 녹색 GDP라는 지표를 들이대도, 최소한 플러스가 나와야 정상적인 것 아니냐?

건설을 하더라도, 생태적으로 하는 건 얼마든지 있다. 정 공사를 하고 싶으면 공원을 늘리고, 기존의 골프장을 생태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일들을 하면 된다. 정말로 공사하고 싶으면, 오바마 정부에서 하는 것처럼 기존의 학교시설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교육 인프라에 투자하면 되고, 도서관과 문화시설들을 늘려주는 방식, 그리고 지역에서의 지역복지 시설들을 확충해주는 방식으로 해도 되지 않은가?

그렇게 하면 동일 공사량 대비, 생태계의 파괴는 최소화하면서도 같은 고용과 경제기여도를 가질 수 있고, 아울러 시설 운용단계에서도 최소한 지역복지사 이상급의 양질의 고용들이 늘어나게 된다. 공사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거 아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 하필이면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하고, 고용도 불투명한 그런 사업에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경제적 효과, 고용효과, 모두 불투명한데, 녹색 GNP를 까먹을 지역 생태계의 생태 자산 파괴만큼은 확실한 이런 사업들을 말이다.

물론 한 가지 효과는 확실하다. 운하를 비롯한 개발지역에 땅을 미리 사놓은 땅부자들과 지방 토호들이 떼돈 버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아무리 이들이 정권 핵심 세력이라고 하더라도, 한줌도 안 되는 지방 토호들에게 국민들의 세금을 순수 땅값 올리기용으로 바치면서 국민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좀 너무한 것 아니냐? 게다가 사람은 왜 죽이냐? 세상 어느 나라의 '녹색사업'도 사람을 죽이면서 하는 법은 없다. 녹색에 늘 따라오는 개념이 '평화'인데, 녹색성장에서 수많은 거주민들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용산에서 사람죽인 것이 이 사업의 실체 아닌가?

어쨌든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불투명한 확실한 반생태적 사업을 경찰들 동원해서 힘으로 몰아붙여서 하겠다면 막을 힘은 없다. 반민중, 반생태 사업이, 역시 반경제 사업이라는 점을 아무리 알려주려고 해도, 귀에 '공구리' 친 정권이라 듣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이 녹색이라고 할 자신이 있다면, 100조 원 중 딱 100억 원만 떼어서 '녹색 GNP'부터 발표하고 해라. 그래서 몇 년 후, 2009년과 2010년, 이 정부가 얼마나 반녹색적이고 반생태적인 사업을 했는지, 역사 속에서 학자들이라도 평가할 수 있게 말이다. 정말 자신 있으면, 올해 연말 그리고 내년 연말, '녹색 GNP' 발표해라. 그래서 이 수치가 최소한 '플러스'라면, 나도 잘 모르는 묘하고도 심오한 정권의 뜻이 있었는가보다 인정하겠다. 녹색GNP, 기술적인 것은 거의 환경부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마련되어 있다. 연구가 아직 덜 진행되었다는, 그런 이상한 얘기는 하지 마라.

김영삼 정권을 이어받은 이명박 정부에서, 1995년의 약속부터 지키고, 국민들이 지금 국토 생태의 상태, 그리고 각 지역별 생태 지표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란다. 그런 수치 없이, "녹색성장에 대한 오해입니다"라고 말로 때우지 말고. 내 장담한다. 지금처럼 녹색성장 추진하면, 아마 그린 GNP라는 수치에서 최소 연간 -15%는 나올테니 말이다.

녹색GNP로도 녹색성장 추진 후, 플러스 성장이 나오면, 그땐 내가 "이명박 정권이 한국 생태정책의 출발점이 되었다"라고 생태경제학자로서의 명예를 걸고, 평생 칭송해주겠다. 시끄럽게 맞게 틀리니 입싸움할 것도 없고, 결론없는 토론을 하고 있을 것도 없다.

죽어도 녹색성장 하겠다면, 녹색 GNP부터 발표해라. 최소한의 객관적 일관성을 위한 요구이다. (녹색성장에 돈 털어 넣는다고, 지역복지 예산 삭감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실험예산까지도 깎는 지금의 예산운용은, 참 기가 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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