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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 1000만·비정규직 1000만, 감당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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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용불량 1000만·비정규직 1000만, 감당 가능한가? [우석훈 칼럼] '중산층 붕괴'가 눈앞에 와 있다
지금은 대전환기이고 대혼란기이다. 좀 냉정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이 혼돈기를 전제로 해서 추진하는 정책 중 새로운 것은 없다. 어차피 하기로 했던 수도권 규제완화와 집값 올리기, 이건 핑계만 경제위기를 댄 것이지, 하려고 했던 것을 이 기회에 하는 것이다. 대운하와 대운하의 간판 바꾸기 후신인 4대강 정비사업도 어차피 잠시만 국민들의 관심이 내려가면 하기로 했던 사업이다. 이 위기를 맞아서 급하게 뭘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정말로 MB정부에서 이 위기를 맞아 새롭게 기획한 소위 '발상의 전환'은 거의 없다.

땅부자들을 위한 집값 보전, 자신의 권력 모체인 건설자본에 최대한 특혜 주기(군부까지 몰아세우며 올리겠다는 제2 롯데월드를 보라), 그리고 부자들에게 특혜가 될 감세 등이 현재의 경제 대책인데, 원래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여기에 정규직의 비정규직으로의 전환, 이것도 원래 집권 프로그램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쪼개어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일자리 뽀개기'가 지금의 청년 고용대책의 전면에 선 것이고, 2년으로 되어 있는 비정규직보호법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 이것 역시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원래 하려고 하던 것이다.

여기에 금산분리 철폐와 금융 민영화 강화까지(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하는 얘기를 보라), 그야말로 원래 하려고 했던 것들을 그냥 하는 셈이다. 이 어디에도 비상한 경제위기를 맞아, '비상한 대책'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없다.

또 슬쩍 끼워서 공영 방송 체계를 흔들어서 소위 조중동에게 방송국을 주겠다는 지금의 언론개혁은, 솔직히 귀를 의심하게 한다. 요즘 조중동 기자들이 방송국을 가지게 되면, 직접 아나운서도 하고, 앵커도 하겠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방송 수업을 받고 있다는 촌극을 접하면서, 도대체 경제 대책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심각한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 금년 여름이 지나 제조업체들이 대량 도산할 경우 신용불량자 1000만 시대도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연합
자, 지금의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인가, 잠깐 생각해보자. 미국은 경제위기에 대해 대폭적 지원 정책을 하지만, 이건 새로운 경제 도약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더 큰 폭발을 막기 위한, 그래서 급격한 몰락을 막기 위한 임시 방편이다.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설령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도 미국 경제가 한참 좋았던 시절로 당장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다. 3년 정도는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고, 다만 그 하강 속도를 제어하고, 사회적 폭발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 현 경제 지원 프로그램의 기본 기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또 하나의 척도가 되는 것은, 싫든 좋든, 중국의 성장률이 될 것이다. 8%의 성장률이 중국이 사회적 내부혼란을 제어할 수 있는 최소 성장률인데, '세계의 공장'처럼 달려왔던 중국 경제가 사실상 8%라는 성장률을 올해의 경제 마지노선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지금 중국만 보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이 8% 성장률을 얘기한다. 대체적으로 현재까지는 이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부정적 전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경제는? 현재의 제조업 가동률이 60%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10년 전의 IMF 경제 위기 때에도 70% 선에서 유지되던 것이 이 수치였다. 그만큼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고, 또 수출만 가지고 억지로 끌고 왔던 지난 10년 간의 한국 경제가 도저히 어떻게 더 해볼 수 없는 벽에 부딪혀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IMF 때의 극심한 경제위기 때에도 창업하는 기업 숫자가 도산하는 기업 숫자보다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상황에서 예측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제조업 가동률 60%의 경제 운용 국면에서 결국은 신용불량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될 것인데, 최악의 경우를 설정하면 신용불량자 1000만 시대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정도의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중산층에 대한 체감 경제는 최악에 도달한 상황은 아닌데, 한국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위기와 만나면서 늦으면 7~8월, 빠르면 5~6월 경에도 연쇄 도산과 대량 정리해고에 의한 중산층 붕괴 현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지난 연말 일본에서 진행 중인데, 일본의 경우는 회사 기숙사에 살고 있는 20대~30대가 많았기 때문에, '잡 리스'가 곧바로 '홈 리스'가 되는 구조이다. 물론 한국에서 중산층의 실직은 바로 '홈 리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부모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경우는 부모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일단은 신용불량자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신용불량자 기준은, 연소득에 비하면 너무 기준이 낮게 설정되어 있고, 또 실제 신용불량자 집계에는 세금 미납 등의 공공 부문에서의 신용불량자는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통계 환각 현상도 존재한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아파트 집값 올리기가 절대로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원래 정부의 주택정책은 1인 가구 등 독립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아파트 수요조사에 근거하고 있는데, 올해는 독립 세대들이 오히려 합쳐지는 '세대 통합' 현상이 강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고, 이슬을 맞으면서 잘 수는 없기 때문에, 1인 세대주는 물론 자녀가 있던 중산층들도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인구수는 줄지 않더라도, 세대수는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주택 수요 자체가 단기적으로 10% 이상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무리 아파트를 짓더라도, 실제 이걸 구매하거나 세입 계약을 할 수 있는 수요 계층의 구매력 자체가 급격하게 줄게 된다. 이렇게 급격하게 몰락하는 중산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은 소비 중단으로 가처분 소득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예금 잔고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 비정규직 고용연한을 4년으로 늘릴 경우, 20대 졸업자들의 경우 2번만 같은 형태로 고용되고 나면 다음 세대에 밀려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이 상황에서 정부는 정규직에 대한 보호장치나 정규직 철학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무조건 비정규직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이미 800만에 가까운 비정규직 수치를 제시하는 곳들이 있는데, 현재 상황이라면 아마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한국도 비정규직 1000만 시대를 열게 될 것 같다. 최근 일본 경제상인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장관이 고이즈미의 종신고용제 해체가 일본 경제를 위기로 이끌었다고 얘기하였다. 이 사건으로 아소 다로 총리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심각한 정치적 갈등 관계로 들어갔다. 현재 일본은 자민당 정권 내부에서도 정규직 체계로의 복귀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시작했다. 요사노 가오루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이회창 정도의 정치노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 내에서나 정권 내에서나, 혹은 한나라당 그 어느 일각에서도 '비정규직 체계'에 대해 조그만 반성이나 분석에 대한 흔적이 없다. '비정규직 4년' 체계는, 정말로 위험하다. 새로 졸업하는 20대가 그렇게 2번 하고 나면, 사실상 새로 등장하는 20대 비정규직에게 밀려 가련하게 자신의 경제적 생애를 종료하게 될 것이다.

국내 경제의 급격한 위축에 의한 신용불량자 1000만, 비정규직 1000만, 이게 2009년에 한국에서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신빈곤 폭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워킹 푸어' 단계를 거쳐, 저신용 상태인 '크레딧 푸어' 상태로 나아가고, 여기에 병원에도 제대로 못 가는 '헬스 푸어'를 거치면, 한국에서는 경제활동 인구의 1/3 정도가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신빈곤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다.

정부는 경찰에게 신임을 강화시키고, 경찰의 시위 진압 예산을 늘려주는 것 외에 어떠한 대비책이라고 가지고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이들은 지금 사태의 심각성과 밑바닥에서의 경제 흐름의 변환에 대해서 전혀 감을 잡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만약 지금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면, 단기 마이크로 크레딧에 대한 은행 정책을 시급히 손 보고, 신용불량자 제도를 단기적으로 유예시키는 금융 부문에서의 지원 정책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을 가장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물론 대기업과 건설자본 위주로 경제 위기탈출의 기조를 잡았는데, 이걸 전환하려고 하니까 영 모양새도 안나고, 한 번도 안해본 정책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서 당혹스럽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1000만, 비정규직 1000만 상황에서, 실제로 이런 급격한 '워킹 푸어'의 신빈곤 폭발 시대에 시카고 학파의 밀턴 프리드만의 낙관적 대책은 아무런 답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시카고 학파의 경제 교과서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이런 급격한 사회 변동에 적합한 정책들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시민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고, 국민들의 동의 속에서 정말로 중산층의 '워킹 푸어'로의 급격한 몰락 속도를 조절하며, 이들이 최소한의 경제적 삶을 운용하기 위한 경제적 장치에 대해서 논해야 할 때이다.

기다리면 미국이나 중국에서 기적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러한 기적은 없다.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워킹 푸어 현상을 뒤따라는 정신적 질환, 범죄율 증가, 사회적 절망, 그것들은 결국 한국 경제의 사회적 근간을 무너뜨리게 된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이제 그만 나오고, 경제적 논의의 문을 사회에 열어야 한다. 신용불량자 1000만 시대, 이게 어떤 말인지, 아직도 감이 안 오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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