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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용산은 아직도 그날 같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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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용산은 아직도 그날 같은 '겨울' 꿈쩍않는 정부·조합·시공사…움직이는 건 포클레인뿐
지난 1월 20일, 철거민 농성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는 용산 참사가 발생했다. 어두운 새벽에 일어난 참사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꼬박 두 달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조합, 정부, 시공사는 적절한 생계 대책과 임시 상가를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과 아직까지 대화 한 번 시도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에 강경 진압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고, 사고 혐의를 떠안은 고인과 유가족, 그리고 철거민들은 아직도 병원 영안실에 그대로 있다. 조합은 지난 11일 철거 공사를 재개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유가족과 철거민에게 이보다 더 딱 맞는 말이 있을까.

20일,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서울 용산 참사 현장 앞에서는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참사 두 달에 즈음한 기자 회견이 열렸다.

고 윤용헌 씨 부인 유영숙 씨는 "고인들의 명예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통령도, 경찰도 그 누구도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현장만 오면 말이 막힌다"며 한탄했다.

유영숙 씨는 "정부와 경찰은 왜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나.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라며 "따뜻한 봄? 저희 마음 속은 냉동고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과 세월에 굴하지 않고 고인들의 명예 회복이 된 다음에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 용산 참사 두 달이 지났지만, 철거민들의 요구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 현장에는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남아 있다. ⓒ프레시안

"4월 범국민 고발 운동, 국민 법정·참여 재판으로 책임 묻겠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기자 회견문에서 "우리는 철거민들의 목숨에 가격을 매기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최근 <중앙일보> 등에서 경찰과 용산구청이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유족들을 흔들려고 퍼뜨리는 괴담"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신 우리는 개발 이익의 극대화가 아닌 공공성을 유지한 대안적 재개발이 되기 위한 자리라면 그곳이 어디건, 누구이건 달려가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며 "범국민 추모대회가 있는 3월 21일에는 검은 옷을 입고 한 끼 단식을 통해 철거민들의 아픔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 4월 범국민고발운동과 국민 법정, 국민 참여 재판에서 철거민의 명예를 되찾고 살인 진압의 책임자를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이날부터 오는 4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7시, 용산 현장에서 추모 연극제를 진행하며, 같은 시간 문학인 무료 책 사인회를 여는 등 추모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오는 21일에는 황해도굿 한뜻계 보존회가 참사 현장에서 원혼 위령제를 연다.

계속되는 철거 작업…용산은 여전히 참사 전과 '같은 꼴'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째. 그러나 사고의 원인이 됐던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은 참사와는 상관없이 그대로 진행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조합은 철거 공사를 재개했고, 이를 막으려는 철거민들과 충돌이 이어졌다. 그러나 포클레인을 동원한 공사를 사람의 몸으로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기자 회견 당일, 참사 현장 뒷쪽의 재개발 지역에는 헐린 터에 남은 건축 쓰레기와 잠시 멈춘 포클레인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은 포클레인을 카메라로 찍는 기자에게 "안 된다"고 제지했다.

철거민들은 용역업체가 24시간 CCTV로 참사 현장을 지키는 자신들을 감시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4구역 철대위 유송옥 씨는 기자회견에서 "이미 발견한 CCTV만 해도 7대"라며 증거 사진을 제시했다. 또 참사 이전과 마찬가지로 용역업체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도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하면서 오히려 철거민들만 채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사 현장 옆 주차장에는 사고 당일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찰버스 수대와 경찰도 그대로였다. 바로 옆에 있는 콘테이너박스에는 "출입금지! 경고! 누구를 막론하고 본 구역(건물)의 출입을 절대 금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조합장의 이름을 내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컴퓨터와 TV, 쇼파 등으로 꾸며진 콘테이너 박스 안에 있던 서너 명의 사람은 "이곳은 경찰 기동대 휴게실"이라며 자신들은 조합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개발 현장과 떨어져 용산역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조합 사무실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출입문에 '사고대책상황실'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무실 내부에 걸린 일정표 달력에는 3월 11일자에 '공사 재개'라는 네 글자만 빨간색으로 또렷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사무실 안에서 만난 직원들은 "조합장이 아니면 책임있는 말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자리를 비웠던 조합장과의 연락은 불가능했다.

▲ 용역업체가 설치한 CCTV 증거 사진들을 설명하고 있는 용산4구역 철대위 유송옥 씨. ⓒ프레시안

▲ 참사 건물 주변에 설치된 CCTV는 한결같이 참사 건물을 향했다. ⓒ프레시안

▲ 참사 건물 옆 주차장에는 경찰들이 상주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콘테이너 박스에는 재개발 조합장의 명의로 '출입 금지'라고 적힌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프레시안

▲ 조합 사무실에는 '사고대책상황실'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직원들은 언론에 책임지고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프레시안

▲ 공사가 재개된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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