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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놈, 미운놈, 못난놈…4.29의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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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모진놈, 미운놈, 못난놈…4.29의 '놈·놈·놈' [한귀영의 '여론읽기'] 여유만만 MB정부, 사면초가 진보개혁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재보궐 선거는 MB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지니는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선거연합을 해서 '반MB 전선'의 분위기를 띄워주면 진보파 유권자들이 결집할 것이고 작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던 선거결과가 재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적잖았다. 용산사태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성이 4~5월 대량 실업사태 등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과 맞물릴 경우 촛불정국과 같은 대중들의 광범위한 저항이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야당과 진보진영 내에 암암리에 존재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선거환경

하지만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예상과 완전 반대로 가고 있다.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을 뒤엎고 상승 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코스피지수가 1300대를 회복했으며 일부 경기지표들도 호전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도 30% 중 후반대의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고무되서였을까? 현직 언론인 체포 등을 통해 비판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고 지난 10년 햇볕정책의 성과를 되돌리려는 시도들이 공공연히 나타나고 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친노진영이 도덕적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민주화세력 집권 10년이 도매금으로 비난받고 있다. '가치'와 '진정성'이라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지탱해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지면서 배신을 넘어 허탈감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내부단속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4월 재보궐 선거를 여당과의 대결이 아니라 내전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간의 진보후보 단일화도 계속 지연되면서 그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MB심판'을 위한 선거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단일화가 이루어져 진보 후보가 당선된다 할지라도 '그들만의 승리'로 왜소화될 지도 모른다.

4월 재보궐 선거는 모든 방법을 써서 독하고 모질게 지난 10년을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 그 어떤 대선후보 보다 큰 열정이 투입되었기에 미움도 클 수밖에 없는 노무현, 그리고 무능하고 못난 야당과 진보진영에 대한 평가와 대결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 'MB심판'이라는 애초의 의제설정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슈공감도에서도 여당이 우세

KSOI 3월 23자 조사에서 나타난 4월 재보선 이슈에 대한 공감도는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44.0%,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를 위해서라도 야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41.0%로 나타나 '여당후보지지론'이 약간 우세했다. 한 달 전인 2월 23일자 조사의 '여당후보지지론' 41.6%, '야당후보지지론' 42.8%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여당후보지지론'이 소폭 상승한 것이다. 재보선을 앞두고 벌어진 여러 상황들, 박연차 로비 및 노무현 게이트 등 정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제 사건들이 4월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거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 야당과 진보 진영으로선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환경들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정당 간 대결 보다는 정당 내 대결이라는 기이한 형태로 치러지고 있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2석만 차지해도 선전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커트라인'이 매우 낮은 선거다.
▲ ⓒKSOI

정당간 대결보다 정당 내 내전의 성격이 강한 재보선

4월 재보선까지 일주일 남짓 남은 현 시점에서 5개 국회의원 지역구 판세를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전망이 쉽지 않다. 그나마 전북 두 지역이 대략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이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주 덕진은 전주의 아들을 내세운 정동영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김근식 후보가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전북 완산의 경우엔 이광철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정동영-신건의 무소속연대 성사 여부 및 성사 시 그 파급효과에 따라 예상외의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영남의 두 선거구 중 울산 북구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관건이며, 단일화 실패 시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단일화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서 단일화가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MB심판'이라는 선거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듯하다.

이번 선거 최대의 관심지역구인 경주는 지난 총선에 이어 친이 후보와 친박 후보의 대결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조사마다 다소 상이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리얼미터의 4월 15일자 조사에 따르면 친박 정수성 후보가 33.3%, 친이 정종복 후보가 33.1%의 지지를 얻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이 지역은 지난 총선 때도 선거 전날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친이 정종복 후보가 친박 김일윤 후보를 두자리 수 격차로 앞섰으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타났던 지역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이 유동적이고 복잡다단한 변수들로 인해 예측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정치적 부담은 친이 정종복 후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논란 끝에 두 번 연속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서도 고배를 마신다면 후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비토정서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일한 수도권선거구인 부평을 지역은 민주당, 한나라당 후보가 박빙 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후보가 만만치 않은 지지도를 나타내고 있다. 4월 15일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이재훈(한) 후보 29.7%, 홍영표(민) 후보 29.1%로 박빙 구도를 보이고 있는 데, 투표의향층(64.9%)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훈(한) 후보(36.2%)가 홍영표(민) 후보(34.1%)를 2.1%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은 이슈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지역으로 노무현 게이트 등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한나라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선거 당일 투표율 및 진보파 유권자들의 결집력 여부가 될 것이다.

여유를 되찾은 보수진영, 사면초가에 빠진 진보진영

촛불정국 직후에 치러진 작년 6월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완패하면서 야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의 승리를 얻은 바 있다. 당시 지지도 10%수준에 불과했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정도 형성되어 있어서가 아니다. 1부리그를 구성하던 친이와 친박 세력이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무너졌기 때문에 갑자기 2부리그 팀이 대타로 차출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1부리그에 대해 실망한 층이 2부리그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1부리그에서 실망한 층이 2부리그에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신통치 않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못마땅해도 1부리그에 다시 관심을 가지거나 아예 경기에 대한 관심을 끊는 것이다. 작금의 야당 부재 속 보수독점의 정치현상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촛불정국 등 지난했던 1년을 거치면서 보수진영은 상당히 여유를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지역개발, 보조금, 공공사업의 배분 등을 매개로 서민층을 동원하였던 것과 유사하게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서민층의 정책적 순응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언론인 탄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YTN, MBC 등 정부와 불화하는 언론사에 대해 치고 빠지면서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노련함도 터득한 것 같다.

반면 야당 및 진보진영은 무능한 민주화세력이라는 프레임에 '부패 및 부도덕'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면서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로 향했던 대중들의 분노가 민주화세력에 대한 총체적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MB가 아니라 야당과 진보진영

주목할만한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 교육, 남북관계 등 주요 이슈에서 진보적 이슈들이 이전보다 더 부각되면서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것을 정치적으로 동원할 구심, 즉 대안적 진보 세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진보적 정치이슈가 의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진보단일 후보가 당선된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진보적 이슈에 공감하는 진보진영 유권자의 위기감과 결집력이 극대화된 가운데, 단일화를 통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대안세력이 빚어낸 정치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보수진영의 안일함, 긴장이완이 그 정치적 공간을 제공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4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 속에 대안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당연히 반MB진영 유권자들의 결집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결과를 4월 재보선으로 섣불리 확장하기 어려움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설령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선전하더라도 정치적 파괴력은 크지 않을 듯 하다.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의미를 정치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정치지형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야당과 진보진영에 있다. 자신이 대중들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MB전선'만을 외쳐봐야 그 어떤 감동을 주지 못한다.

또한 내용적 실체를 담지 못하는 '반MB전선'은 '민주대연합론'의 다른 이름으로서 민주화세력 집권 10년의 낡은 부산물일 뿐이다. '민주화'라는 것이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하는 시대에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복원하려는 허무한 시도에 불과하다.

민주화 세력 집권 10년을 냉철히 평가해보면 민주주의는 대중들의 삶을 거의 바꾸지 못하고 일부 정치세력의 구호로만 이용되었을 뿐이다. 대중들이 자신의 권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나 경험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역사의 교훈이다.

'반MB전선' 그 자체가 아니라 '반MB전선'이 대중들의 삶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 구체적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반MB전선'만 구축하면 된다는 발상은 안이할 뿐만 아니라 대중동원의 에너지를 끌어낼 수 없다. '반MB전선'에 기대어 선거라는 국면을 넘기는 것보다 뼈를 깎는 내부성찰과 구조조정이 선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못난놈이 모진놈을 이길 수 있을까?

4월 재보궐 선거는 지난 10년을 거침없이 되돌리려고 하는 독하고 모진 이명박 정권, 대중들에게 큰 배신을 안겨준 미운 노무현, 그리고 무능하고 못난 진보세력간 갈등과 충돌이 만들어내는 정치공간 속에서 대중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가늠될 것이다. 못난놈이 독한놈을 이길 수 있는 경우는 못난놈에 대한 동정심이 발동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독한놈이 강할 수밖에 없다. 못난놈이 독한놈을 이기려면 강해져야 하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틀을 깨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4월 재보궐선거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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