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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고조 쌍용차…"119 불렀더니 소방서는 '알아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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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고조 쌍용차…"119 불렀더니 소방서는 '알아서 하라'?" 勞는 시민·지역단체 '대책위' vs 社는 '경찰 병력'
2600명 정리 해고를 놓고 갈등 중인 쌍용차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리 해고 실시일인 8일을 닷새 앞두고 노조와 회사가 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시민·지역단체들이 각각 구성한 '대책위'를 지원군으로 얻었다. 반면 이미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한 회사는 "경찰 병력 투입도 가능하다"며 공권력을 등에 업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대책위 출범 다소 늦었지만 "'인력 감축 모델'에 대한 인식 바꾸겠다"

'정리 해고 반대' 총파업 14일째인 3일, 노조는 새로운 지원군을 얻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22개 단체가 함께 만든 '일방적 정리 해고 반대,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경기도의 시민단체, 정당 등 141개 단체가 함께 만든 '쌍용차 정리 해고 반대, 서민 경제 살리기 범경기도민 대책위원회'가 동시에 출범한 것.

이들은 이날 각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와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문제의 올바른 해결은 일방적인 정리 해고에 있지 않으며 정부와 대주주의 잘못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쌍용차 측이 희망 퇴직 인원을 제외하고 1112명의 정리 해고자 명단을 확정하고 2일 우편물을 통해 개별 통보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런 시민·사회단체 차원의 대책위 구성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특히 정리 해고 실시가 가능해지는 8일을 전후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책위가 정리 해고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없다.

그러나 대책위는 쌍용차 문제 뿐 아니라 경제 위기를 핑계로 다시 곳곳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지는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 대책위는 쌍용차 문제 뿐 아니라 경제 위기를 핑계로 다시 인력 조정이 곳곳에서 이뤄지는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출범 기자회견문에서 "1998년 현대자동차와 만도기계, 2001년 대우자동차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과 기업 내부 관계의 붕괴를 다시 경험하지 않으려면 사람 자르기식 구조 조정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가 닥치면 무조건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기업의 "낡은 위기 대응 전략"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인력 조정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기업을 영양실조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가 바뀌어야…MB는 '무책임의 극치'"

이들은 결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쌍용차에 대한 지금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용은 목숨과 마찬가지인데 정부는 자꾸 목숨을 버리는 것이 가장 손쉽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불이 나서 119에 전화를 걸었더니 소방차는 안 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얘기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쌍용차 문제 등을 놓고 민주노동당이 여러 각도로 정부 당국에 문을 두드렸지만 아예 반응이 없다"며 "결국 이는 청와대 의지대로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범도민대책위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노력을 요구했다. 범도민대책위는 "쌍용차의 대규모 해고는 하청회사를 포함한 유관기업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진다"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평택 등 경기 지역 서민 경제 살리기와 직결되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회사 측이 정리 해고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택 공장 경찰 투입, '제2의 용산 참사' 위험 높다"

▲ 이들은 특히 현재 노조가 옥쇄 파업을 벌이고 있는 평택 공장에 대한 경찰 병력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험하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프레시안
이들은 특히 현재 노조가 옥쇄 파업을 벌이고 있는 평택 공장에 대한 경찰 병력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험하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자동차 공장 내의 도장 공정은 신나와 페인트 등 인화 물질이 가득해 강제로 진압할 경우 제2의 용산 참사가 일어날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쌍용차 조합원들은 지금 상당히 흥분해 있다"며 "쌍용차지부도 금속노조도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경찰 병력을 강제로 투입할 경우)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제 진압보다는 대화로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쌍용차 "양보는 없다" 고수…"경찰 투입 요청할 것"

일단 쌍용차 측도 "대화는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5일로 예정된 노·사·정 협의회에 성실하게 나서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의 '대화'란 노조를 설득하겠다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쌍용차는 "경찰 병력 투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8일 이후 합법적 수단을 통해 퇴거 명령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장 폐쇄라는 법적 대항권을 활용해 현재 옥쇄 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겠다는 뜻이다.

또 쌍용차 측은 노조가 제안한 근무 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 삭감 등의 방법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노조가 주장하는 인건비 담보 대출과 무급휴무, 잡셰어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조 조정이 선결되야만 회생 계획안이 승인이 난다"며 정리해고 외의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다.

특히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쌍용차 직원이 아닌 외부 좌파 노동 세력에 의해 현재 상황이 좌우되고 있다"며 "이들의 종용으로 주요 시설에 대한 폭발과 방화가 발생하고 우발적 분신이나 투신 등 인명 피해가 나온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쌍용차의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8일 이후 합법적 수단을 통해 퇴거 명령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쌍용차 자금 부족으로 "희망퇴직 위로금도 나중에 지급 가능"

한편, 쌍용차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위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급여도 제때 줄 수 없는 상황이며 자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공동관리인들은 "(희망퇴직 위로금도) 향후 최대한 판매 대금 및 자금을 확보한 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쌍용차 측은 정리 해고 명단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에게 상여금 250% 반납, 임금 동결, 학자금 대출 등 일체 복지 중단 등을 요지로 하는 '임금 반납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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