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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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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속노조,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 쌍용차, 물ㆍ가스 끊긴 지 8일째…"적에게도 음식물ㆍ의약품은 공급"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쌍용차 노동자의 파업이 27일로 67일째에 접어들었다. 특히 사측에 의해 물과 가스가 모두 끊긴 지도 8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파업 노동자의 인권 보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과 사측, 노조의 물리적 대치 상황보다 음식물과 식수, 의약품의 반입마저 차단된 도장공장 노조원의 생존권에 대한 우려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과 쌍용차지부(지부장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 등은 이날 "쌍용차 파업 노동자는 단수 및 가스 공급 중단에 덧붙여 경찰에 의해 식량과 식수, 기타 생필품 반입이 통제되고 의약품 및 의료진 출입이 금지돼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도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지금 쌍용차 문제는 인권을 거론하는 것조차 사치일 만큼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라며 "전시의 포로에게도 보장해 줘야 하는 '먹고 배설하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데 인권위가 한가한 성명이나 내놓을 때냐"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이영희 노동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쌍용차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물과 가스 끊긴 지 8일째…"화장실 가는 일이 전쟁"

▲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쌍용차 노동자의 파업이 27일로 67일째, 물과 가스가 모두 끊긴 지 8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파업 노동자의 인권 보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레시안
지난 5월 시작돼 어느덧 두 달을 훌쩍 넘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의 환경이 심각하게 치닫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부터다. 경찰은 이날부터 끊임없이 공장 진입 작전을 시도했고 그 결과 파업 노동자들은 도장공장 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같은 날 쌍용차 측은 공장 안의 물과 가스마저 끊었다. 외부에서 보내주는 식량과 식수의 공장 내부 반입이 차단된 것은 그보다 앞선 지난 16일부터였다. 사측은 22일 비상시를 대비하는 소화전의 전력 공급마저 끊어버렸다.

비슷한 시기, 옥쇄 파업이 시작되면서 총 14차례의 진료를 해 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의료진의 출입도 차단됐다. 이들에 따르면, 전체 600여 명의 파업 노동자 가운데 진료가 필요한 사람은 2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도 다수며 늑골 골절 및 무릎연골 파열 등 심각한 환자들도 있다.

단수조치는 식수의 고갈이기도 하지만, 화장실 사용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한상균 지부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리현상 해결이 어려워 화장실 가는 일이 전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경찰이 하루 종일 헬기를 이용해 봉지 최루액을 투하하는데 파업 노동자는 이를 제대로 씻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적군도 음식과 의약품은 줘야 한다…600명이 다 기결수냐"

노동계와 인권단체들이 인권위의 긴급 개입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날 긴급구제신청을 한 금속노조 등은 현재 쌍용차 노동자들은 △음식물과 식수 반입이 차단돼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국가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고 △의료진과 의약품마저 보장받지 못해 헌법 제10조와 UN의 국제규약에도 보장된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제네바 협약은 적군과 점령지 주민에게도 음식과 의약품은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단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소수의 간부를 제외한 대다수는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자들도 아닌데 경찰은 공장 봉쇄를 통해 이들을 사실상 감옥에 갇힌 기결수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면회금지, 감금, 물품반입 금지 등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물, 음식물, 의료품 등의 반입을 막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쌍용차 사측이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사실상 경찰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경찰이 의료품 반입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여는 의사를 연행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물, 음식물, 의료품 등의 반입을 막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쌍용차 사측이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사실상 경찰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인권단체들 "'민법 전공' 위원장, 파업 노동자-회사를 같은 '개인'으로 보나?"

현재까지 인권위가 쌍용차 문제에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24일 나온 긴급성명이 전부다. 인권위는 이 성명에서 경찰에 △파업 중인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물과 음식, 의약품을 제공하고 △봉지 최루액과 테이저건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위원장 명의의 긴급성명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현재 쌍용차 상황과 인권위의 책임에 비춰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긴급' 성명에는 그 어떤 실질적 노력 의사도 담겨 있지 않다"며 "테이저건 사용에 대해서도 경찰의 규정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테이저건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의 입장부터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 활동가 명숙 씨는 "지난 24일 성명을 보면 노사 모두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민법 전공자인 현 위원장이 사회적 약자와 강자를 같은 '개인'으로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러나 인권위는 어떻게 하면 사회적 약자를 강자와 다르게 대우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곳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 단체의 이 같은 비판에는 현병철 신임 위원장에 대한 자격 시비도 내포돼 있다. 공동행동은 이날도 현 위원장을 향해 "무자격 도둑취임 MB 하수인"이라는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명숙 씨는 "(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그런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쌍용차의 지금 상황은 한가하게 성명이나 낼 때가 아니라는 지적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금속노조와 마찬가지로 인권위에 직권조사나 긴급구제조치 등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쌍용차 사태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인권위법에 따라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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