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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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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 연기 노사 "우선 대화" 합의…금속노조 "한진重 정리해고는 불법"
전체 직원의 30%, 1000여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할 예정인 한진중공업이 20일 두 번째로 열린 노조와의 대화에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해고 통보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26일로 예정된 정리해고 통보가 사실상 연기된 셈이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양 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못했지만, 일단 대화 자체에는 합의를 이뤄 극단적 노사 갈등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20일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 정리해고를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 정리해고를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한진重 노사, 정리해고 입장 차 여전하지만 대화는 계속하기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노사 대화에서 양 측은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일단 엿새 앞으로 다가온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의 시간을 늦춘 셈이다.

19일 처음 마주 앉은 데 이어 이틀 만에 최소한의 대화 원칙을 마련한 것이다.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12월 처음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이후 노조는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사 측은 '정식 교섭이 아닌 협의만 해도 된다'는 입장을 보여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

어렵게 시작된 대화지만, 양 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노조와 "경영위기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 측의 의견이 부딪히고 있는 것.

▲ 어렵게 시작된 대화지만, 양 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다리고 있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노조와 "경영위기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 측의 의견이 부딪히고 있는 것.ⓒ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노조는 일단 명단 통보를 막았으니, 조정의 여지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노사가 매일 만나 대화를 열기로 한 만큼 1000여 명의 정리해고를 둘러싼 다른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한 쌍용자동차의 경우 법정관리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긴 했지만, 정리해고 명단 통보를 앞두고 별다른 노사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

"피땀 흘려 조선업 세계 1위 만들어놨더니, 잠시 어렵다고 나가라니"

한편, 이날 금속노조는 1500여 명의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분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형식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이 지난 10년 동안 4277억 원의 흑자를 냈고 지난해 3분기 이익잉여금만도 1686억 원에 달하므로, 현행법이 보장하는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수주 물량이 다소 줄었다고는 해도, 1000여 명이라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형식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도 "대통령이 연일 일자리를 강조하고 노동부는 이름마저 '고용노동부'로 바꾸겠다면서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자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도 결의문을 통해 "1937년 7월 바로 이 자리에 한국 조선산업의 주춧돌인 '조선중공업 주식회사'가 만들어진 이후 15만 조선 노동자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한국 조선산업은 세계 최강이 되었다"며 "2010년 세계 1위의 조선강국에서 재벌과 자본가는 돈방석에 앉아 있는데 노동자들만 죽음과 같은 구조조정과 해고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과거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했던 사업장의 대표들이 참석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장법린 지회장은 "1999년 1735명의 정리해고가 발표된 후 가족들과 함께 공장 안에서 70일을 싸운 끝에 정리해고를 막아낼 수 있었다"며 "철판을 팔아먹지도, 공장 부품을 도둑질하지도 않은 우리 노동자만 잘릴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50여 명의 간부들과 함께 부산을 찾은 현대차의 이경훈 지부장도 1998년 정리해고 투쟁을 거론하며 "사회복지가 전무한 이 땅에서 해고는 나와 가족에 대한 살인"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속노조 뿐 아니라 지난 19일에는 50여 개의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 행동에 들어갔다. 대책위는 오는 22일부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부산시민 10만 명 서명 운동을 벌인다. 25일에는 1000인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뿐 아니라 지난 19일에는 50여 개의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 행동에 들어갔다.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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