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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 과학자들, 과연 무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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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 과학자들, 과연 무죄일까요?" [삼성을 생각한다] 이태경 처장의 글을 반박한다
김상봉 교수의 삼성 불매 운동을 제안하는 글에 대한 이태경 토지정의연대 사무처장의 반론을 읽었다. 김상봉 교수가 '삼성 해체'를 궁극적인 목표로 지향하며 그 과정의 시작으로 삼성 불매 운동을 제안한 것은 경제 정치적으로 실질적인 주권자인 소비자에 대한 시민 실천 운동의 호소라고 볼 수 있겠다. (☞관련 기사 : "지금 당장 '삼성 불매 운동'을 제안합니다!", "삼성 해체가 답인가?")

이태경 처장은 김 교수의 글이 삼성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우선 김 교수가 기업이 이윤을 좇는 것을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고 이건희 일가와 삼성을 동치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그 오류의 결과로 삼성 해체라는 엉뚱한 해법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상봉 교수의 글을 살펴보면 시장경제를 부정한다고 한 이 처장의 말이 어긋남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 일반의 기업 행위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단순히 이윤 추구의 도구가 되도록 장려하는 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하의 부도덕한 기업 활동을 부정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경제 질서는 주지하다시피 공정과 자유이다. 공정하지 않은 자유와 공정한 독재 어느 측면도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위반하는 반칙이다. 반칙을 하면서 획득하는 이윤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배제돼야 한다.

삼성은 이런 반칙을 무시로 저지르며 오늘의 막강한 권력을 구축하였다. 반칙을 제재하는 제도적 방안은 이미 법치로 확립되어있다. 그러나 삼성에 매수된 공권력은 그런 제도적 장치를 삼성을 징계하는데 쓰지 않고, 도리어 비호하는 데 사용하였다.

이태경 처장은 "삼성 문제의 해법은 법치주의와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의 구성에 있는 것이지 삼성그룹 해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삼성 문제는 강하고 유능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조직해 이건희 일가 및 가신 그룹에게 제 몫을 찾아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말인즉슨 지극히 옳은 말이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강하고 유능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조직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국가를 조직하려면 삼성의 뇌물에 매수된 국가 권력 대신, 새로운 권력을 창출해야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혁명과 선거 밖에 없다. 그러나 혁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야말로 빈대잡기 위하여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다.

김 교수의 궁극적인 의도도 이 처장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민운동은 일반 대중들의 실천을 담보하여야 한다.

경제 정치의 실질적인 주권자인 일반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운동이 바로 소비자 불매 운동이다. 삼상 제품이 불량품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 나치 전당 대회 장면. 삼성 직원들을 이건희 일가와 한통속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건희 일가의 비리에 대해 삼성 직원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주장 역시 잘못이다. 나치에 동조한 과학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프레시안
필자도 대다수 삼성 노동자들과 연구원들이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좀 지나친 비유일 수 있겠으나, 나치 치하에서 로켓을 발명하고 유보트를 개발한 독일의 과학자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지 않겠는가.

온잦 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 삼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건희 일가에게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그저 회장님하며 추앙하는 대다수 삼성 직원들에게 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는지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매 운동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삼성 해체'는 그 다음 문제이다. 경제 주권의 주체인 소비자 불매 운동이나 기타 모든 행동들이 지금의 삼성을 올바른 쪽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그러한 기업은 없어져야 마땅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소비자 불매 운동은 이 처장이 주장하는 실종된 법치를 확립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조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점으로서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이 처장은 물론 과장을 전제했지만 김 교수가 구좌파의 상상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인신모독에 가까운 지나친 비판이다.

오늘날 국민 혹은 소비자들은 말이 경제 주권의 주체라지만 항상 객체로 소외당하고 시쳇말로 '봉' 신세를 못 면해왔다. 삼성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선 이왕에 확립된 법치를 바르게 적용하면 되는 것인데, 만약 이런 상황에서라면 소비자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 소비자들이 선출해 위임한 공복들이 제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가 밝혔듯 도둑 잡으라고 부리는 공복들이 도리어 도둑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도둑을 비호해주는 현실에서 그러한 원칙론은 관념적 이상론에 불과하다.

공복들이 주인을 배신했으니 주인된 입장으로 직접 나설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자 생업에 지친 여러 주인들이 되도록 손쉽고 효과적으로 단결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불매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을 성 싶다.

거기에 더해 주인들 중 일부 여력이 남는 전문가 집단이 김용철 변호사가 지적한 판사들의 작량감경 남발에 따른 폐해. 유독 경제사범들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 등 법적 허점을 보완하고 개정하는 움직임에 나서준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독일의 석학 하버마스는 모든 운동의 궁극적인 귀결점은 운동의 지향점을 법제화하는 데 있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하버마스의 말은 법치가 준용되는 올바른 민주국가에 한정된 발언이다.

삼성 문제에서 보듯 이건희 일가가 막강한 금력을 무기삼아 법과 제도와 공권력을 농단하는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기왕에 존재하는 법도 무시하는 그들의 행태 앞에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으면 무엇 하는가.

그보다는 먼저 공동체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위배하는 이런 범죄 집단에 대한 강력한 경각심이 우선 아니겠는가. 그 경각심의 시작으로 삼성제품 불매 운동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위치로 전락한 주인들이 다시 주인 위치를 찾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현명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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