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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에도 지명타자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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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에도 지명타자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베이스볼 Lab.] 타석에 선 투수는 무용지물이 되어 간다
26일(한국 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는 타격 이후 1루로 달리다 갑자기 발을 절기 시작 했다. 투구수가 35개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이튿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검진 결과는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 수술 이후 회복까지 9~12개월이 걸리는 부상이라 올 시즌 더 이상 웨인라이트를 볼 수 없게 됐다. 세인트루이스 팬들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가 주루 도중 부상을 입은 사건은 다시 한 번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적한 맥스 슈어저는 웨인라이트의 부상소식을 접한 후 인터뷰를 통해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는 "타격 도중 부상이 지명타자 도입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슈어저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애덤 웨인라이트의 부상 장면. ⓒAP=연합뉴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에 대한 논쟁은 거의 매해 나오는 '떡밥'이다. 떡밥이 던져질 때면 언론과 팬, 그리고 현장은 항상 각자의 입장을 늘어놓다가 결국 흐지부지 끝난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의 연례행사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올 해 롭 만프레드 신임 커미셔너가 부임했을 무렵에도 한 차례 이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만프레드는 '리그 공격력 증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당연하게도 반박이 이어졌다. "초창기 야구는 그라운드 위에 있는 9명이 모두 공격과 수비에 참여하는 경기다. 지명타자는 수비에 참여하지 않는 반쪽 선수다”라는 전통주의에 입각한 의견이 나왔다. 투수 타격이 주는 의외성과 대타기용, 더블 스위치 등 감독의 전략 싸움 등 투수가 타석에 들어섬으로써 즐길 수 있는 내셔널리그만의 재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역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내셔널리그의 팬들 중 과반수 이상이 지명타자 도입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각 리그의 팀 수가 홀수가 되면서 인터리그가 확대됐고, 리그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내셔널리그 구단주는 "어느 시점에서는 해야 할 일이다.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다른 룰을 갖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 시기는 머지 않아 찾아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이 타석에서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2015시즌 메이저리그 투수의 평균 타격 성적은 .094 .116 .108(타/출/장)에 불과하며 39.4%의 확률로 삼진을 당하고 있다. 리그 평균 wRC+(조정 득점 창출력)은 96인데, 투수 평균 wRC+는 -37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지만, 근 20년간 최악이었던 2014시즌 투수 평균 타격 성적(wRC+ -19)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다. 요즘 투수타석은 '내셔널리그만의 색다른 재미'라기 보다는 오히려 경기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보인다.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가 도입될 당시에도 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실제로 경기를 본 이후 팬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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