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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의 '댄 블랙' 영입이 옳은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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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의 '댄 블랙' 영입이 옳은 5가지 이유 [베이스볼 Lab.] kt 위즈, '외인 타자 2명' 실험 나섰다
혹독한 신생팀 신고식을 치르는 중인 kt 위즈가 드디어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kt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앤디 시스코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댄 블랙(Dan Black)을 영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987년생인 댄 블랙은 국내야구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스위치히터 1루수. 퍼듀 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된 뒤 올 시즌까지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 A팀 샬롯 나이츠에서 활약했다. 대학 때까지 포수를 본 선수답게 어깨가 강하고 풋워크가 좋은 편이며, 로우 파워와 선구안을 갖추고 있어 KBO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다. 우타석에서는 파워히팅, 좌타석에서는 컨택 위주의 타격으로 좌우타석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은 편이다.

▲댄 블랙의 프로필 ⓒmilb.com 화면캡처


투수 시스코를 1루수 댄 블랙으로 교체하면서, kt는 남은 시즌을 외국인 투수 2명과 외국인 타자 2명을 데리고 치르게 됐다. 이는 기존 국내 구단들의 관행에 비춰볼 때 상당한 파격이다.


그간 기존 구단들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기조 아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서 투수를 최우선으로 영입했다. 대부분의 팀이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선발 투수로 뽑거나, 선발 1명에 마무리투수 1명을 기용하는 식으로 외국인 선수 자리를 채웠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한도가 3명으로 늘어난 2014년 전까지는 한동안 리그에서 외국인 타자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kt보다 2년 먼저 창단한 NC 다이노스의 경우 2013년에는 외국인 선수 3명을 전부 투수로 기용했고, 신생팀 특전으로 한도가 4명까지 늘어난 지난해는 투수 3명과 타자 1명을 기용한 바 있다.


통념을 뒤집는 kt의 ‘외인타자 2명’ 실험,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이번 kt의 선택은 팀 상황에 잘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섯 가지다.

1. 현재 시기에 좋은 외국인 투수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현실적인 측면이다. 현재 시점은 한국과 미국 모두 정규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좋은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기는 쉽지 않다. 투수 기근에 시달리는 건 KBO리그만큼이나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 토미존 수술이 전염병처럼 퍼져가는 가운데, 모든 구단이 투수 유망주와 실전용 괜찮은 투수를 확보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강속구에 + 쓸만한 변화구에 + 어느 정도 컨트롤까지 겸비한 투수라면 마이너리그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결국 남는 건 공만 빠르고 제구는 형편없는 피칭머신, 혹은 공의 위력이 떨어지거나 LG 루카스처럼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무언가 ‘하자’가 있는 투수들이다. 하지만 최근 타자들의 수준이 급속도로 향상된 KBO리그에서 이제 어지간한 실력의 외국인 투수는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 만에 하나 괜찮은 영입 대상 투수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치열한 영입 경쟁에서 승리해야 유니폼을 입힐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비싼 이적료와 몸값을 주고 데려와도, 막상 KBO리그에서는 탈탈 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타자는 좀 다르다. KBO리그에 넘어오는 외국인 타자는 대부분 1루수, 코너 외야수, 아니면 3루수 요원이다. 빅리그에서 1루와 코너 외야는 많은 홈런을 때려낼 파워와 타격 능력이 있어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포지션. 그게 아니면 수비력이 골드글러브급으로 뛰어나거나, 언제 2루까지 갔는지도 모를 만큼 발이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타격 능력은 나쁘지 않지만, 빅리그 레벨이라기엔 다소 애매한 타자들은 영원히 트리플 A에만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선수들에게 수십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KBO리그는 매력적인 기회가 된다.


대표적인 예가 NC 에릭 테임즈와 SK 앤드류 브라운이다. 둘은 마이너리그에서 가공할 만한 타격 성적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막상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그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빅리그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빠른 발이나 수비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하지만 KBO리그에 건너온 뒤에는, 리그 투수들을 벌벌 떨게 하는 공포의 타자로 활약 중이다.


외국인 타자 쪽이 투수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올 시즌 KBO리그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 롯데, 넥센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팀이 부진한 외국인 투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지만, 바꾸고 싶어도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성공률로 치면 50%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반면 외국인 타자들은 대부분 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한화 모건과 두산 루츠 정도만 예외일 뿐, 나머지 8개 팀은 외국인 타자가 팀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활약하는 중이다.

2. kt는 가장 1루 포지션 공격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kt가 새로 영입한 댄 블랙의 포지션은 1루수. 프로 입단 이후 줄곧 1루수로만 497경기에 출전한 전업 1루수 요원이다. 1루는 kt의 온갖 약한 손가락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다. 다음 표를 보자.


각 팀별 1루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의 홈런과 타율/출루율/장타율/OPS를 28일까지 기준으로 정리했다. 표에서 드러나듯 kt 주전 1루수의 공격력은 10개 팀 중 최하위권이다. 원래 2루수 출신인 신명철은 후배들의 사기와 투지를 북돋우는 주장 역할은 잘 해내고 있지만 주전 1루수에 걸맞은 타격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1루는 본래 야구의 9개 포지션 중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필요로 하는, 거포들을 위한 자리다. 리그 1루수 평균 OPS가 0.900에 달하는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지금 수준의 공격력으로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당장 kt 팀내에 1루 자리를 꿰찰 만한 대안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의 영입은 팀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회심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3. 마르테의 건강 이슈에 대비해야 한다


건강할 때의 앤디 마르테는 kt 팀내 최고의 강타자다. 0.372의 고타율에 출루율 0.439, 장타율 0.593으로 퇴출된 다른 앤디(시스코)의 몫까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건강만 하다면 kt 팀 타선을 크게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타자다. 마르테 하나 있고 없고에 따라 kt의 득점력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마르테는 이미 두 차례나 부상으로 엔트리에 제외된 바 있으며, 6월 초에 복귀하더라도 남은 시즌 전 경기에 건강하게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kt로서는 마르테 복귀 전까지 타선의 중심 역할을 대신 해주면서, 복귀 이후에도 함께 중심타선을 지켜줄 타자가 필요하다. 만약 댄 블랙이 KBO리그에 안착하고 마르테가 건강하게 돌아올 경우, kt는 마르테-블랙-김상현-장성우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 타선을 구축하게 된다. 또 마르테가 재차 부상으로 고생하거나 이전보다 성적이 하락하더라도, 블랙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줄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난 4월말과 5월 중순처럼 팀 득점력이 심각하게 추락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4. 매일 출전하는 야수가 투수보다 더 팀에 기여할 수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오랜 선입관은 ‘투수가 타자보다 더 가치 있다’는 왜곡된 편견으로 이어졌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상위 클래스 선수들을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타자가 투수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지명타자를 제외한 야수들은 매일 경기에 출전해 1회부터 9회까지 수비와 공격에 가담한다. 반면 투수의 경우 선발투수는 5~6일에 한번씩, 구원투수는 많아야 이틀에 한번씩 경기에 출전하며 그들이 잡아내는 아웃카운트의 상당부분은 야수들의 수비에 도움을 받는다.


투수가 타자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커쇼-선동열급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거나 그 옛날 구대성이나 김현욱, 신윤호 같은 방식으로 매일같이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경기수가 적은 단기전이라면 모를까, 페넌트레이스 전체를 놓고 보면 팀 승리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건 언제나 투수가 아닌 타자 쪽이다. 일례로 지난 시즌 삼성에서 팀 내 가장 높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를 올린 선수는 에이스 밴덴헐크(WAR 4.7승)가 아닌 타자 나바로(5.1승)였다. NC에서도 에릭(2.9승), 찰리(2.8승) 듀오보다는 1루수 테임즈(5.0승)가 더 많은 팀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대부분의 팀은 외국인 타자의 승리기여도가 투수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외국인 타자 기용이 투수보다는 더 많은 팀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건강할 때는 최고, 앤디 마르테 ⓒkt위즈


이는 kt의 그간 경기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kt는 28일까지 시즌 49경기에서 10승을 거두는 데 그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66)의 마운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팀 득점 최하위(167점)의 공격력이 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kt는 49경기 중 18경기에서 상대 타선을 4득점 이하로 막았다. 이는 kt보다 15승이나 더 거둔 한화(19경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 하지만 한화가 4실점 이하만 내준 19경기에서 16승을 올린 반면, kt는 18경기에서 8승 10패에 그쳤다. 또 kt 타선이 3득점 이하에 그친 경기는 49경기 중 무려 32경기에 달한다.


4월 한달간 kt의 경기당 득점은 2.18득점에 불과했지만 실점은 6.09점에 달했다. 4월에 kt는 3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5월에는 달랐다. 장성우, 하준호 등이 가세하며 득점력이 좋아졌고 경기당 4.16점으로 4월보다 평균 2점을 더 뽑아냈다. 경기당 실점도 6.5점으로 4월보다 다소 많아졌지만, kt는 5월 현재까지 6승을 거두고 있다. 득점력의 향상이 실제 팀 승리의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kt가 남은 시즌 더 많은 승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타선이 얼마나 리그 평균 수준의 생산력을 발휘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댄 블랙이 성공적으로 KBO리그에 적응하고, 마르테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6월부터는 kt도 다른 구단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 득점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5. kt의 국내 투수진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kt 조범현 감독은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마운드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유도하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kt는 팀 평균자책점은 최하위에 그치고 있지만, 국내 투수들의 기량만 놓고 보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다음 표는 외국인 투수들을 제외한 각 구단 국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 BB/9, K/9을 정리한 것이다(27일까지 기준).


먼저 창단한 NC 다이노스의 경우 지난 2년간 팀 마운드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반면 kt 외국인 투수들은 기대치를 밑돌거나(옥스프링), 팀 마운드 붕괴의 주범(어윈, 시스코)이 되고 있다. 위의 표에서 드러나듯 외국인 투수 성적을 뺀 kt 국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상위권의 넥센, 롯데보다도 낫다. 특히 5월 한 달만 놓고 보면 kt 국내 투수들은 평균자책 5.19에 9이닝당 볼넷 4.19개, 9이닝당 탈삼진 8.13개로 4월에 비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5월 들어 kt는 시스코가 불펜으로 전향하고 어윈이 퓨처스로 내려가면서 사실상 옥스프링 한 명으로 외국인 투수진을 꾸려왔다. 하지만 5월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5.48로 10개 팀 중 6위를 기록하며, 10위(5.52)에 그쳤던 4월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남겼다.


젊은 국내 투수들의 호투가 발판이 됐다. 28일 LG전에서 승리를 거둔 정대현을 비롯해 신인인 엄상백, 조무근, 정성곤이 잇단 호투로 외국인 선발투수 공백을 메웠다. 먼저 창단한 NC의 경우 이재학 외에는 마땅한 국내 선발투수가 없이 지난 2년을 보낸 바 있다. 불펜에서도 특급 마무리로 성장한 장시환에 더해 강속구 투수 김재윤이 새롭게 등장해 필승조를 구축했다. 아직 성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이창재, 고영표, 김민수, 심재민, 주권 등도 경험만 쌓이면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 유망주다. kt 마운드가 지금까지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범현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한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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