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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는 왜 이효리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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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는 왜 이효리가 없나? [최동호의 스포츠당] 한국 스포츠의 '정신 세계'
"질서 없고 불명예스럽고 빠른 퇴진 원합니다."(배우 김여진)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내려와라."(가수 이은미)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 모이자 광화문으로!' 현수막을 내걸었고 원더걸스 예은은 촛불집회 인증샷에 '오늘은 꼭 와야할 거 같아서'란 짧은 글을 남겼다. 차인표, 이준, 김미화,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많은 대중문화 스타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국민과 함께 했다. 그들도 국민이었다.

'참담하다', '자괴감을 느낀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지켜본 체육계 반응이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체육계에선 스포츠문화연구소·체육시민연대·체육학회의 시국 선언이 있었다. 체육인들의 촛불집회 참여도 꾸준했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강정호(피츠버그) 선수는 뺑소니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야구로 보답하겠다."

경찰서 조사를 받고 나오며 강정호 선수가 한 말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님 힘내세요'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계에 박근혜 지지 스타와 촛불집회 스타가 상존하는 것처럼 체육계도 촛불집회 참여나 지지를 밝히는 스타가 한두 명쯤 있는 것이 정상이지 않을까? 늘품체조 시연회 참가와 관련해 김연아·손연재 선수에게 엉뚱한 불똥이 튀자 조용하던 체육계에서 유승민 IOC 위원이 나섰다.

"선수들이 더 이상 피해 입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우리 선수들 지켜주십시오."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국민의 고통, 국가적 재앙엔 한 마디 없다가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니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세상은 국민의 세상과는 완전 다른 것일까?
ⓒ프레시안(최형락)

도대체 왜 그럴까? 예술과 체육은 공통적으로 이론보다 실기 위주고 학업 성적보다 실기 성과가 중요시 된다.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것도 비슷하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속성도 동일하지만 자본과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숙명도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예술과 달리 체육계는 왜 이리 우리 모두의 공동체적 의제에서 비켜나 있을까? "티볼리 흥행으로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됐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가수 이효리를 체육계에선 볼 수 없는 것일까?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스포츠Q> 인터뷰에서 "스포츠계는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세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권력에 종속돼 있어 입을 열지 않는 것에 길들어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강하다"고 지적한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오랫동안의 합숙 훈련으로 자신들끼리만 어울리는데 익숙해져 있다. 상명하복에 길들어 있다. 자신의 의사나 주장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통일된 행동양식이 이들에겐 오히려 더 편한데, 누군가에게 지시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한다.

누군간 스포츠 스타들도 사회 공헌 활동을 많이 한다고 반문한다. 이승엽·이대호·박찬호 등 꾸준히 자선 활동을 펼치는 스포츠 스타들도 많다. 그러나 사회 참여는 금기시 한다. 자선 활동과 사회 참여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선 활동이 따뜻한 마음의 품성이라면 사회 참여는 현실인식의 의식 차원이지 않을까? 결국 문화예술인과 체육인의 차이는 의식의 차이다. 가수 이승환은 "좀 더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팬들에게만큼은 진화된 시선, 진보된 시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작가 조정래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썼다.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인간과 세계, 삶을 고민한다. 모든 예술은 사색하고 고민하고 철학하며 다져진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양식일 뿐 본질은 정신세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의식의 싹이 튼다.

체육은 어떨까? 체육엔 정신 세계가 있을까? 근대로 접어들며 유럽과 미국은 체육을 강조한다. 이 시기의 체육은 체육이 아니라 사회개혁, 국가개혁을 위한 사회교육운동이었다. 체육 활동은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당시의 체육인들은 개혁운동·이념운동가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체육은 사회적 가치를 고민한다. 스포츠의 기본인 공정성, 스포츠의 사회적 책임, 스포츠 윤리와 스포츠인의 자질을 강조했다. '스포츠는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자각이 있었고 리더를 키우기 위한 신체와 정신의 균형적 시스템 완성에 주력했다. 미국과 유럽의 스포츠 스타들이 유명인으로 존중받는 이유다.

한국 스포츠엔 정신 세계가 있는가? 굳이 찾자면 '성공'일 듯싶다. 부와 명예를 좇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자 가치가 아닌가? 부와 명예를 주체하지 못해 정신적 미숙아처럼 실수를 연발하는 스포츠 스타를 졸부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도 따뜻한 품성을 가진 스포츠 스타들은 많다. 이젠 날카로운 지성까진 아니더라도 사회적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의식있는 스포츠 스타도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한국 스포츠가 영혼없는 신체의 향연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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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YTN 보도국 스포츠부 기자를 시작으로 IB스포츠 신사업개발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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