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 최고 격전지를 꼽으라면 부산진구갑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 후 20대 총선에서 보수텃밭이었던 부산에 높은 벽을 허물었던 곳이다. 애초 이 지역구를 탈환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후보자 발굴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기존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후배 양성에 힘을 쏟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다시 불러들여 전략 공천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민주당과 통합당의 최고 중진들 간의 상징적인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4선의 서병수 후보는 이미 부산시장까지 역임한 만큼 체급차이가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김영춘 의원 역시 해수부 장관을 역임하고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온 3선의 중진이기에 흥미진진한 승부가 벌어지게 됐다. 또한 두 사람 모두 각 당의 부산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과 만난 김영춘 의원은 "싸우기 좋은 상대를 만났다. 서병수 전 시장은 부산의 주류 정치인이었고 20여 년 과거 정치를 대변하는 후보자라면 저는 미래의 대변인이다. 한 판 잘 싸워볼 수 있는 진영을 갖췄다"고 여유로운 웃음을 보였다.
아래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 부산진구갑 후보와의 인터뷰 내용.프레시안 : 부산에서 재선과 함께 총 4선 도전이 시작됐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김영춘 : 저는 과거 선거 경험과 평소 국회의원으로서 하던 행동대로 선거를 치룬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특별히 더 준비하는 것은 4년 내내 주민들의 숙원을 집대성하는 과정에서 공약도 점검하고 선거에 따르는 기술적인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을 역임했는데 아무래도 부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랐을 것 같다. 해양수도 부산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영춘 : 그동안 부산은 25년 동안 날개 없이 추락하는 도시가 됐다. 인구는 50만 명 가량 줄었고 경제력도 이제는 인천에 밀리는 형국이 됐다. 그런 점에서 해양수도라는 말을 정치인들이나 부산시가 빛 좋은 개살구처럼 사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해양수도를 위한 비전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제가 해수부 장관을 지냈지만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수도가 되려면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문현금융단지도 금융중심지라고 10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실제 성과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해양수도도 똑같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큰 그림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부산이 해양이라고 했을 때 항만, 수산, 해운 등을 많이 생각한다. 물론 이들 사업도 당연히 발전해야 하지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양금융과 관광을 연계한 복합적인 미래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에서 지방의 설계하고 집행하는 구조하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는 이번 총선에서 지방분권 발전을 위한 준영방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려 한다. 부산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에 부울경 3개 지자체가 한 공동체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부울경 메가시티와도 일맥상통하다. 준영방제 개헌을 통해 800만 명의 인구가 하나로 묶이면 싱가포르 정도의 단위 도시가 될 수 있다. 해양수도라는 비전을 내세울 때 싱가포르처럼 독자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서울만 바라보면서 떡고물만 기다리는 행정이 아닌 우리 스스로 하나의 경제 공동체가 되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해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진짜 해양수도의 길이 열린다고 본다.프레시안 :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는 지역의 숙원사업이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야 소통을 포함한 앞으로의 과정은?
김영춘 : 저희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산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아직 대화를 나눌 준비가 안돼 있다. 부산시당위원장이 유재중 의원이지만 이미 공천에서 배제돼서 전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제가 민주당 부산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지가 한 달이 지났음에도 통합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선대위를 구축했다. 한 마디로 대화할 상대가 없었다. 또한 통합당이나 저희는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는 단어만 똑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생각은 많이 다르다.
서로 간에 필요하다는 공감은 있지만 저와 붙게 된 서병수 후보의 경우 부산시장 시절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정하니 합의하고 직을 걸겠다는 말은 사라졌다. 저희는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절대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가덕도든 어디 장소가 되더라도 신공항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저희들의 의지가 반영되서 지금 김해공항 확장안이 총리실 검증까지 올라가 있는 것이다. 이런 면을 보면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는 말은 같지만 실제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의지는 천양지차다.프레시안 : 상대 후보로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출마했다. 사실상 부산 선거의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데 어떤가?
김영춘 : 서 후보 자체가 신사적이기에 저로서는 싸우기 좋은 상대를 만났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구 구민들이 서 후보가 공천됐을 때 왜 오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부산시장을 한 번 지내긴 했지만 정치 활동 대부분을 해운대구에서 했었다. 해운대구청장과 국회의원 4번을 모두 해운대에서 했었고 시장 시절에도 서부산을 강조했지만 정중앙인 진구에 대해서는 어떤 비전이나 지역 발전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왜 출마를 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또한 서 후보는 부산의 주류 정치세력이었고 20여 년의 과거 정치를 대변하는 후보자라면 저는 3선이지만 지난번에 부산에서는 20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초선이다. 저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부산을 만들어내는 미래의 대변인과 과거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부산 전체를 봐도 초선 6명과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한 후보를 비롯한 소수의 외부 전문가 충원으로 신구조화를 이뤘기에 통합당과 한 판 잘 싸워볼 수 있는 진영을 갖췄다고 본다.프레시안 : 부울경 선대위원장으로 전체 선거를 이끌어 가야 하는 데 부담은 없는가?
김영춘 : 여론조사가 좋지 않게 나온다고 하는데 지금 전국 조사를 보면 부울경 지역의 샘플만 놓고 보면 150개를 넘지 않는다. 더 줄여서 부산만 보면 50~60개 정도에 불과해서 실제 여론조사로서의 효과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낮은 지지도의 여론조사가 계속 나오는 것은 좋지 않지만 최근에 와서는 여론의 변화가 있는 듯하다. 지난주만 해도 마스크 구하기 힘들어서 원망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전체 대응면에서는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 두 전쟁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을 치루는 장수의 팔다리를 부러뜨리는 선거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힘을 강화해줘야 한다는 현재 전반적안 분위기는 강화론에 주민들이 마음을 실어주시고 있다.프레시안 : 조국, 유재수 사태 겪으면서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목소리가 높다. 지역 민심은 어떤가?
김영춘 : 저희들에게 흠이 있는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드려야 한다. 또한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노력의 각오를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 모두 잘될 수만 없는 법이니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잘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도 좋은 모습일 듯하다.
프레시안 : 부산진구의 현안과 함께 추후 진행되어야 할 공약이 있다면?
김영춘 : 부산의 중앙점이 있는데 그지역이 바로 진구 부암동이다. 말 그대로 부산의 한복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래서 부산진구의 공약은 한 지역구만의 공약이 아니라 부산 전체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가 준비하고 있는 메가공약 1, 2, 3탄은 지역 일이면서도 부산 전체의 일이다.
먼저 동래구 사직운동장을 출발해서 서면까지 5km를 지하철로 연결하는 초읍선을 설치해야 한다. 이 사이에는 부산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사직운동장, 부산의료원, 시민도서관, 국립국악원, 어린이대공원, 시민공원 등 공공인프라가 많다. 하지만 이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밖에 없다. 유모차를 끌고 젊은 부부가 오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 데 불편하다 보니 보통 자가용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주차장도 많이 없어서 봄이나 가을이 되면 일대 교통이 엉망이 된다. 이곳에 지하철을 연결하게 되면 부산 어디에서도 시민들이 공공시설을 찾을 수 있다. 가야 당감동 일대에 있는 KTX기지창 27만 평이 도심 한복판에 있어 진구를 단절시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역 주변에 KTX기지창이 없고 멀리 떨어진 고양시 행신동에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에서는 부산역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만 말하고 있다. 저는 이 기지창을 외곽으로 옮기고 당감 신도시를 조성하려 한다. 정말 교외 이전이 어렵다면 27만 평 중 50% 정도가 지형이 내려앉아 있는 형태이기에 이곳을 덮개 형식으로 덮으면 13만 평의 대지를 만들 수 있다. 이곳에는 공공주택, 공원, 교육, 공공시설 등을 만들 수 있고 민자유치를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이는 끊어진 도심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부산 전체로서도 좋은 프로젝트다. 마지막으로 KTX부전역을 신설하려고 한다. 서울도 KTX를 타고 가다 보면 서울역이 종점이지만 영등포역이나 용산역에 정차하기도 한다. 현재 부전역에는 지하로 KTX가 지나가고 있는데 정차역을 만들게 된다면 굳이 부산역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부산시민 70%가 이곳에 내려서 사방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동해선과 마산간 철도가 연결되면 부전역이 환승역할을 하게 되면서 복합환승센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이곳에 도심공항터미널을 만들어서 미리 출국 수속까지 끝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부전역은 메가시티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프레시안 : 끝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영춘 : 이번 선거에서 부산진구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 저를 저격하기 위해 자격 공천을 내렸는데 이에 맞서서 진구 주민들이 자존심을 세워주셔서 승리하는 선거로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제가 부산진구의 자부심이 되어 보답하겠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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