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폭염으로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았다. 단 3일간 녹은 물의 양은 30센티미터 깊이로 미국 1개 주를 덮을 수 있을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이상 고온 관련 사망자가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에도 폭염이 덮쳐 28개주, 1억명 이상 인구가 폭염 주의보 및 경보 아래 놓였다. 20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은 최근 폭염으로 지구 최북단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 지난 15~17일 3일간 녹은 빙하수의 양이 1피트(약 30센티) 깊이로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전체를 덮을 정도의 양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며칠간 그린란드의 기온이 평년보다 화씨 10도나 높은 화씨 60도(섭씨 약 15.5도)에 달해 하루당 60억톤의 빙하수가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에 머물고 있는 텍사스대 소속 과학자인 쿠탈미스 세일람은 매체에 "어제 우린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우려했다. 매체는 빙상 위에서 연구원들이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과학자들이 폭염으로 5320억톤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을 영구적으로 1.5밀리미터 상승시킨 2019년 여름의 상황이 반복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세계 해수면이 7.5미터 상승할 수 있다. 지난 2월 연구에서 학자들은 그린란드 빙상이 하루 최대 5~6센티미터까지 녹으며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도 남부와 중부 중심으로 28개주에 걸쳐 폭염 주의보 및 경보가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수는 1억명이 넘는다. 19일 중남부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의 기온은 화씨 110도(섭씨 43.3도)에 달해 종전 최고 기온인 1939년 7월 화씨 109도(섭씨 42.7도)를 넘어섰다. 오클라호마 남서부 맨검 지역의 기온은 화씨 115도(섭씨 46.1도)까지 치솟았다. 텍사스주 달라스 지역은 올들어 24일이나 화씨 100도(섭씨 37.7도) 이상을 기록했고 다음주에는 매일 화씨 100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 기온이 화씨 100도를 넘는 날은 일년에 평균 20일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클라호마에서 탈수를 비롯한 온열 질환 신고가 급증하고 있으며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들불 신고가 7월에만 300건 가량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에서도 18일 하루 동안 수 차례의 화재가 보고됐다. 북동부 필라델피아·보스톤·뉴욕 등에도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 시기 평균 기온이 화씨 83도(섭씨 28.3도) 가량이었던 보스톤 지역은 이번 주말까지 6일 연속 화씨 90도(섭씨 32.2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7월 평균 기온이 화씨 84도(섭씨 28.8도)인 뉴욕의 기온도 화씨 90도(섭씨 32.2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온열 질환이 발생할 것이 우려됨에 따라 뉴욕·보스톤·워싱턴 지역 당국은 도서관·노인센터 등 공공시설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개방하기로 했다. 유럽과 미국의 덮친 이상 고온의 근본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지목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폭염, 산불 등 기후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해 23억달러(약 3조176억원) 규모의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멕시코만 인근 70만 에이커(약 2833제곱킬로미터) 부지에 풍력 발전 시설을 건설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이날 메사추세츠주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미국과 세계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이라며 "행동"을 촉구했다. 당초 기대됐던 기후 관련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추가 행정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고 기온이 47도까지 올라간 이상 고온에 신음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이번 폭염 관련 사망자는 1500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0일 지난 열흘간 스페인을 휩쓴 폭염으로 "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포르투갈 보건당국이 이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8일까지 106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선 19일 최고 기온이 최초로 40도를 넘긴 가운데 곳곳에서 고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2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런던 소방서가 가장 바쁜 날이었다"며 "평소 하루 350통 정도 오던 신고 전화가 어제는 2600통이나 걸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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