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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현수막에도 오인 사살한 이스라엘, "인질 협상 재개" 국내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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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SOS' 현수막에도 오인 사살한 이스라엘, "인질 협상 재개" 국내외 압박 "팔레스타인인이었으면 공개조차 안 됐을 것" 민간인 보호 주장에도 찬물…국내 수천 명 시위도
인질 오인 사살로 군사 작전이 인질 구출의 효과적 수단이라고 주장해 온 이스라엘 정부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국제적 압박은 거세지고 전쟁 수행을 지지했던 국내에서도 수천 명 규모의 협상 촉구 시위가 열렸다. 백기를 든 인질이 살해되며 이스라엘의 민간인 보호 노력 주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영국 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7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은 이틀 전 가자지구 북부 셰자이야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오인 사살된 인질들이 인근 건물에 내 건 "SOS",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고 적힌 현수막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이 남은 음식을 이용해 흰 천에 붉은 글씨로 구조 요청을 적었으며 사살된 위치에서 200m 가량 떨어진 해당 건물에 적어도 일부 시간 동안 머문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오인 사실 이틀 전인 13일 해당 건물을 발견했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그러한 현수막을 설치한 전례가 없었음에도" 군은 이를 함정으로 치부하고 인질 수색에 나서지 않았다고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가 지적했다. 15일 이스라엘군이 중점 공격 중인 셰자이야에서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했을 때 붙들린 인질 중 일부인 요탐 하임(28), 하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가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사망했다. BBC는 이스라엘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상의를 탈의한 채 한 건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손에 백기까지 든 상태였지만 이스라엘 군인 중 한 명이 수십 미터 거리에 있는 이들에 위협을 느껴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선언했고 발포가 시작됐다. 이들 중 2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한 명은 부상은 입은 채 건물로 돌아갔지만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재차 사격이 가해졌고 끝내 숨졌다고 한다. 이들이 도와달라는 말을 히브리어로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대대장이 사격을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보호를 등한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신문인 <알아얌> 기고가인 아크람 아타알라가 "이스라엘은 항복하고 백기를 든 사람까지 죽인다"며 만일 사살된 이들이 비무장 팔레스타인인이었다면 이스라엘 쪽이 사건을 공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오픈대 교수인 이스라엘군 전문가 야길 레비는 "공식적 교전 규칙과 전장에서의 관행 사이 실질적 격차"를 언급하며 "교전 규칙이 지상군에 의해 존중되거나 지켜지지 않는다고 거의 확신한다"고 매체에 말했다. 오인 사살로 인질 협상 재개에 대한 이스라엘 국내 압박이 가중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16일 텔아비브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인질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매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미트 아쉬케나지는 "전쟁의 목표는 인질을 산 채로 데려오는 것인데 그 중 셋이 관에 담겨 돌아왔다"며 이는 "지금 당장 협상"을 진행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질로 잡힌 19살 군인의 아버지 루비 첸은 "그들(정부)은 지상 작전을 통해 피랍자를 데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제 그 가정을 바꿔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텔아비브 시위에 참석한 요나탄 하다리는 이번 사건으로 군이 아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믿음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군은 "잘 하고 있지만 지도층이 끔찍해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걸 목격했다. 총리는 책임도 지지 않고 인질 가족 및 유가족을 방문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인 사살이 없었다면 살아 있는 가족과 재회했을 인질의 유족들도 정부를 비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7일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안장된 샴리즈의 형 이도가 추도사에서 "너를 버린 그가 너를 죽였다"며 정부가 하마스 습격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질 구출에 실패한 것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형제 요나탄도 추도사에서 "우리는 (10월)7일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온 정부를 잊지 않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또 다른 살해된 인질 탈랄카의 유족들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레비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오인 사살로 남은 인질들에 대한 위험이 "매우 구체적"이 됐다며 이번 사건이 "포로 교환 운동에 힘을 불어 넣었고 네타냐후 총리와 다른 장관들이 포로 교환을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치르는 것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방국들로부터의 휴전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AP> 통신과 <뉴욕타임스>를 보면 17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은 인질 추가 석방과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늘리기 위한 "즉각적 전투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휴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즉시 전투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도 16일 영국 매체 <선데이타임스>에 공동 기고문을 내 휴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저강도 작전으로 군사 작전 변경을 촉구했고 이번 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도 이스라엘에 방문해 작전 규모 축소를 재차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만이 모든 인질 석방으로 이어질 것"이며 "하마스가 제거된 뒤 가자지구는 비무장화되고 이스라엘의 보안 통제 아래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연설에서 그는 "하마스 제거, 모든 인질 석방,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공격, 선동, 테러리즘의 중심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로이터>는 17일 이집트 보안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재개할 용의를 갖고 있지만 시행 방법에 이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석방될 인질 명단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스라엘군이 사전에 정해진 경계선 뒤로 물러나 있길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석방 대상자 선정 방법엔 동의하지만 휴전 기간을 시기를 정하기 전에 일정과 명단을 먼저 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편 17일에도 가자지구에 공습이 이어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만 90명이 숨졌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통신은 의료진이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1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고 남부 라파에서도 주택이 공습 당해 적어도 4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짜리니 집행위원장이 가자지구에서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구호 트럭을 멈춰 세우고 식량을 내려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가운데 관련 영상이 17일 외신에 널리 보도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구호 트럭이 지나가자 수십 명의 주민들이 몰려 와 트럭에 올라 타고 매달려 트럭을 세우고 적재물을 풀어 던진다. 주변으로 몰려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를 급히 챙겨든다. 트럭이 적재품을 흘리고 떠난 자리에도 금세 수십 명이 뛰어들어 물품을 챙긴다. 라파에서 보도하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의 하니 마흐무드 기자는 주민들이 "집, 음식, 물, 의약품" 없이 "생존 모드"로 접어들었다며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장면은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7일(현지시각) 공개한 오인 사살 인질들의 구조 요청 신호. 인질들이 일정 시간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건물 외벽에 히브리어로 "SOS"와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고 적힌 흰 천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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