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례적 비판에도 이스라엘 쪽은 "국제적 지지가 있든 없든" 전쟁 수행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습격 뒤 충격에 빠진 이스라엘 여론에 편승해 정치적 회생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이스라엘 총리실 자료를 보면 13일(이하 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남부에 위치한 가자지구에서 연행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조직원들을 조사하고 있는 구금 시설을 방문해 "우리는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가 파괴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국제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그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팀 왓츠 호주 외교부 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은 "국제적 지지가 있든 없든"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단계에서 휴전은 테러 조직 하마스에 대한 선물이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주민들을 다시 위협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도 현재 전투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폭격으로 인해 (국제적) 지지를 잃기 시작하고 있다"고 거의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공격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그는 변해야 한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움직이기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네타냐후 총리 연정에 포함돼 있는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과 그의 동료들이 2국가 해법을 원치 않고 "하마스 뿐 아니라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처벌하고자 한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폭증하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미국의 영향력을 기대했지만 미국이 민간인 보호 촉구 목소리를 점차 키우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이 이를 따르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외신은 지난달 말 임시 휴전 이후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휴전 종료 뒤 대규모 폭격 중단 등 작전 변경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지만 휴전 이후에도 폭격이 이어지며 민간인 사망자가 두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만8000명을 넘어섰다. 이후 미국이 전면적 지상전이 몇 주 안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 쪽은 곧바로 전쟁이 몇 달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대다수 이사국의 지지에도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제적 고립을 감수하고 이스라엘 지지를 이어 왔지만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 경고 뒤 네타냐후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통치 방향에 대해서도 미국과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우기까지 했다. 그는 12일 성명을 내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 이후'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가자지구는 '하마스탄'도 '파타스탄'도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 하마스는 물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주축인 파타당 주도의 가자지구 통치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마스를 몰아낸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도 통치하는 안을 제시한 바이든 대통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오슬로에서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1993년 당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나 이뤄진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와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합의를 담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마스의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 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우방인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강경한 의견을 고수하는 것은 여론에 편승한 정치적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기를 쓴 이스라엘 언론인 안셸 페퍼는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에 이를 두고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고 네타냐후는 막 재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페퍼는 네타냐후 총리가 "때가 되면 미국의 가자지구 관련 계획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공세를 축소하면 몇 주 안에 정치적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슬로 협정에 대한 언급은 "현재 트라우마에 빠진 이스라엘 사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음"을 확인하고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함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중인 국가를 분열시키고 전략적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3일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이 "네타냐후는 한 세대 전에 오슬로 협정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이스라엘 대중의 두려움을 바탕으로 경력을 시작했다"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영토를 통제하게 되면 이스라엘인들이 살해되고 학살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내 여론은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와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가 11월 말 임시 휴전 기간 이스라엘인 751명(유대인 600명, 아랍인 1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유대인 응답자 대부분(87%)이 휴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전투를 재개하는 것에 동의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 규모 축소를 위한 전투 방식 변경에 동의하는 유대인 응답자 비율은 7%에 불과했다.이스라엘 내 아랍인의 경우 이전과 같은 방식의 전투 재개를 지지하는 비율은 20.5%에 불과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의 타마르 헤르만 선임 연구원이 관련해 이스라엘인들은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고 생각한다"며 10월7일 하마스 습격이 1973년 4차 중동전쟁의 두려움을 되살려 적들이 유대 국가를 없앨 수 있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헤르만은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 급증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인들이 "주로 우파에서는 복수라는 인식, 좌파와 중도에서는 전쟁 성과에 따른 부차적인 것, 부수적 피해라는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전이 전개되며 이스라엘 쪽 사상자 수도 늘자 오히려 공습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 가자지구 북부 셰자이야에서 전투 중 군인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면전 전개 뒤 단일 전투 중 사망자 규모가 가장 컸다. 다른 전투에서도 1명이 사망해 이날까지 이스라엘군 사망자 수는 115명으로 늘었다. 13일 미 CNN 방송은 이스라엘군 퇴역 장군 이스라엘 지브가 "이러한 사건들은 시가지에 부대를 보내 대면해 싸우게 하는 대신 공군과 같은 원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촉구를 불러 일으킨다"며 이스라엘 일부에서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13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가자지구에 폭우가 내려 피난민들은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소셜미디어(SNS)엔 북부 자발리아에서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죽은 소녀로 추정되는 주검을 들고 걷는 남성의 영상이 게재됐다. 지상전이 남부 칸유니스까지 확대됨에 따라 최남단 라파에 몰려 천막, 혹은 그저 바닥에서 지내고 있는 난민들은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알자지라는 라파에서 천막 생활을 하는 난민 빌랄 알카사스(41)가 "천막에 물이 들이쳤다"며 "존엄성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먹거나 마시고 싶지도 않다. 순교를 갈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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