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위주 단수추천 등으로 큰 잡음이 없는 공천을 진행, 외려 '쇄신·감동이 없다'는 지적을 받던 국민의힘도 현역 컷오프·경선 등을 앞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공천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배제되는 현역들을 중심으로 갈등 조짐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충남 예산⸱홍성) 22일 공천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경선을 포기하기로 고뇌에 찬 용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경선 설명회 자리에서 '동일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 감점 관련 적용'으로 -30% 감점 대상자임을 알게 되었다"며 "경선이 시작된 시점에 예상하지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도 않은 감점 적용을 받게 되어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심정"이라고 경선 포기 배경을 밝혔다. 홍 의원은 본인이 적용받은 감산 기준과 관련 "13대부터 16대까지 연속 4번 낙선 했는데, 그 당시에는 선거구가 지금의 홍성⸱예산 선거구가 아닌 청양⸱홍성 선거구였음에도 (공관위는) 동일지역구 기준을 적용하여 감점을 주었다"며 "36년 전 낙선한 지역구를 지금의 전혀 다른 동일 지역구 기준으로 잡아 감전을 준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본인 지역구 경쟁 상대인 용산 출신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관련해서도 "지난 20일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님과 공관위 위원들에게 1만여 개 대통령시계 살포 의혹과 관광, 식사비 경비대납 등 수많은 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강 후보에 대해 공관위 차원의 철저한 검증과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심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그는 "경선 관련 역선택 문제에 대해 명확한 방지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묵살되고 말았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는 물론 단 한 번도 더불어민주당에 패한 적이 없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며 "공천과정에서 이러한 성과는 전혀 고려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오직 감점만 적용한다면 투명한 공천 명분과 원칙에 맞지 않기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해 섭섭한 심정"이라고 공관위 평가기준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경선 포기 후 불출마할 것인지, 혹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할 것인지 등 본인 관련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경선을 포기하기까지 수많은 이유와 사연이 있겠으나 지금은 오로지 총선 압승이라는 절체절명의 막중한 시대적 책무를 위해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고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자 한다"며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에서 청년주택 현장 공약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공천기준에 대한 홍 의원 측 반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남기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총선승리를 위해) 나가서 싸우는 방법이 있고 마음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며 "홍 의원은 어떤 것이 당을 위해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를 충분히 판단하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해 홍 의원이 지역구 불출마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선추천(전략공천) 후보자로 선정됐지만 비대위 판단으로 의결이 보류된 김현아 전 의원을 두고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가 경기 고양정 우선추천(전략공천) 후보인 김 전 의원에 대한 공관위 재논의를 요구한 데 대해 "일종의 사법리스크는 이미 알려진 일이니까, 그걸 보는 기준이라든가 절차가 우리 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으며 당에서도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전날 공관위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김 전 의원을 전략공천 후보로 선정했지만, 비대위는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공관위의 해당 결정을 의결하지 않고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저에 관해 제기되는 의혹들은 2022년 경찰수사에서 이미 무혐의·불송치됐던 것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국면에서 정치 편향성 있는 언론사·기자에 의해 물타기 기사로 작성된 것"이라며 반발한 상태다. 텃밭인 '강남 3구'에도 전략공천설(說)이 돌고 있다. 이날 장동혁 사무총장은 박성중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서초을에 대해 "거기에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출마를 하기때문에, 그 곳이 특별히 우리에게 유리한 지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남갑, 강남을은 현역의원의 지역구 재배치가 이뤄졌고, 강남병(유경준 의원 지역구), 서초을은 아직 단수나 경선 방침이 발표되지 않았다. 만약 당 지도부가 이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지역구 재배치를 시도할 경우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날인 21일엔 충남 아산갑 현역 이명수 의원 또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컷오프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었는지, 당선 가능성 판단을 한 번의 여론조사로 판단한 것 아닌지 묻고 싶다"며 "정성평가에서 정치적 음모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고도 생각하게 된다"고 경선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역으로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된 공천이 오히려 유권자에게 신선함이나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난한 공천이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감동을 줄 수 있는 결심을 하는 중진 의원들도 나오시고 이런 모습들이 보여야 아마도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배현진(서울 송파을)·박수영(부산 남구갑)·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이만희(경북 영천·청도)·송석준(경기 이천)·정점식(경남 통영·고성)·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등 '친윤' 초재선 의원들이 단수공천을 받는 상황과 관련, 친윤계가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 출근길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잡음이 없고 감동이 없다고 비판받는다면, 그 비판 정도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인정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자평을 남겼다. 그는 '쇄신을 위해 현역 의원의 추가 불출마 선언, 지역구 재배치 등이 필요하지 않나' 묻는 질문에도 "(이미) 진행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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